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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보 상황에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안보 상황에 표현의 자유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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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판례는 명백한 위협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법무장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황 장관은 22일자 <중앙일보>와 단독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적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황교안 "안보 명백한 위협있다면 표현의 자유 제한"

황 장관은 "미국에서도 안보 상황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한계가 바뀌어 왔다"며 "50년대 미국에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아니더라도)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원칙이 변경됐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50년대 미국은 냉전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었지만 본토에 직접적인 군사위협이 있었던 정도는 아니었다"며 "외국인들이 여행을 자제할 정도인 현재 우리 안보 상황이 (50년대 미국보다) 안전하지 않다"며 현재 우리 안보 상황이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장관은 "지금 우리 판례는 명백한 위협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안보 상황이 명백하게 위협적이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강변이다.

그는 "지금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글들과 자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황 장관은 "북한에서 어떤 주장을 하면 굉장히 단시간에 우리 사회에 퍼진다. 민주적인 자유로운 주장은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종북'에까지 이르는 안보 위해 사범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명백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재정권, '국가안보' 내세워 표현의 자유 제한...

그럼 정말 황 장관 말처럼 2013년 4월 현재 한반도는 1950년대보다 더 안보 상황이 위협적일까? 황 장관을 말을 들어니 독재자 박정희가 지난 1972년 10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말이 기억난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균형 관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어서 한국의 안보에 위험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박정희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유신쿠데타를 자행했다. 이후 벌어진 일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긴급조치 1-9호로 말하는 자유를 아예 빼앗았다. 물론 2013년 한반도 봄 하늘은 분명 위험한 상황이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하지만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 청와대 습격사건, 그해 가을 강원도를 국지전으로 몰아넣었던 울진삼척지구 무장간첩 침투 사건과 비교하면 북한의 직접 도발은 없었다.

사실 박정희 정권이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탄압한 것은 1968년 북한이 직접 도발한 때가 아니라 1972년 박정희 영구집권을 시도한 유신쿠데타 이후다. 하지만 박정희는 겉으로는 북한 도발을 강조하면서 비밀리 김일성 정권에게 유신 사실을 두 차례나 통보했다.

1972년 10월 31일자 미국 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비밀문건(2급·secret)에 따르면,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월12일 박성철 북한 부수상을 만나서 "남북대화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우리 정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비밀전문은 "남북조절위원회 남쪽 실무대표인 정홍진이 계엄선포 하루 전인 10월16일 북쪽 실무대표인 김덕현을 판문점에서 만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했다"고 적었다.-2012.10.18 <한겨레>'10월 유신' 안보 내세우더니…박정희 정권, 북에 두차례나 '사전 통보'

흥미로운 점은 두 독재자 김일성과 박정희는 같은 해 12월 27일 유신헌법과 북한의 사회주의헌법를 제정했다. 전두환 정권 역시 국가안보를 내세워 말하는 자유를 제한했고, 이명박 정권도 별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한 1번 어뢰로 침몰했다는 정부 발표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면 '붉은 물이 든' 사람으로 취급했다. 정부 발표와 다른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군장성 등의 고소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황교안 장관은 그 동안 공안검사 답게 "국가보안법은 통일 이후에도 존속해야 한다"<국가보안법 해설>(1998년)와 "집시법은 4·19 혁명 이후 각종 집회와 시위가 급증하여 무질서와 사회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 5·16 혁명 직후 제정됐다"<집회시위법 해설서>(2009년)는 논리를 펴왔다.

1950년대 미국 안보보다 더 상황이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은 공안몰이를 할 때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할 때다.


태그:#황교안, #표현의 자유제한, #한반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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