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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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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가 정작 새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 법안으로 꼽히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체 입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련 총 8건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기업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개정안 하나를 김 의원이 하나 더 추가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제기된 경제민주화 이슈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며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반드시 입법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계열사 간 거래를 활용한 편법증여, 조세포탈 등의 행위나 통행세 부과 관행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철저히 근절돼야 하며 관련 규제는 현재보다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 같은 입법 목적 달성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정상적인 기업의 경제활동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적 기업활동 위축 우려 있어" VS "재벌총수 위한 거래 독점이 문제"

김 의원은 일단, 부당내부거래 규정을 기존의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에 해당하는 공정거래법 5장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에 해당하는 공정거래법 3장으로 변경·신설하려는 안부터 바꾸자고 주장했다. 현재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당한 이유 없이' 등의 표현으로 기업이 스스로 거래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는 대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입증 필요를 없게 해 (공정위가) 모든 종류의 계열사 간 거래를 금지할 수 있게 된다"며 "기존 5장 '불공정거래행위금지'의 부당내부거래 규정 강화를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근절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부당 내부거래의 기준을 "현저하게 유리한"에서 "상당히 유리한"으로 고쳐, 공정위의 입증 부담을 줄이는 것을 보완책으로 내놓았다.

부당내부거래 적발시 총수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면 총수가 부당 내부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이른바 '30%룰'도 배제했다.

다만, 부당내부거래로 적발시 일감을 몰아준 '지원주체'에 대해서만 처벌토록 돼 있는 현행 법률에도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일감을 몰아준 '지원주체'만 아니라 일감을 받은 '지원객체'도 적극적인 범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처벌받도록 했다. 또한,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사가 거래 중간에 끼어들어 이익을 취하는 '통행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처벌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성안에 참여하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거래기회 독점을 통한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사진은 자료사진).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성안에 참여하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거래기회 독점을 통한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사진은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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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성안에 참여하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의 거래기회 독점을 통한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저하게 싼 가격에 거래하느냐, 상당하게 싼 가격에 거래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내부거래를) 몰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다,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이들에게 '돈 내놓으라' 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사업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와 같은 '내부거래'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2개 대기업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기업별 내부거래 자료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은 시스템통합·광고 등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내부거래를 꼭 해야 한다면 해당 계열사의 대주주로 있는 총수일가가 자신의 지분을 25% 정도로 떨어뜨려 이 거래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가 아님을 증명하면 될 일"이라고도 설명했다. 

지도부 일각 경제민주화 흔들기... 심재철 "과잉규제로 경제 얼어붙으면 안 돼"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의 경제민주화 '흔들기'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 중 일부는 전면에 서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민주화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우리 사회가 아무 데나 '민주화'를 붙여 놔, 이제는 매우 무책임한 인기주의 형태의 많은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입법, 대체휴일제 도입 등 각종 입법 논의에 '엘로우 카드'를 들었다.

앞서도 이 원내대표는 "인기영합적 정책과 법률만 먼저 통과되면 실제 경제활동은 자꾸 위축되고 일자리창출도 지연될 수 없다"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특수관계 법인간 내부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막기 위해 부당 내부거래를 규제하겠다는 것이 과잉돼 경제를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데 이에 따르면 대주주가 3%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와 거래하는 비중이 30%가 넘으면 증여를 한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 폭탄이 떨어질 예정"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대기업에만 해당된다고 알려졌는데 실상은 중소기업, 중견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시스템통합 관련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것을 문제 삼고 있는데 시스템통합 관련 계열사의 업무특성을 '방패' 삼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심 최고위원은 "SI, 시스템통합전산업무의 경우, 기업의 핵심정보 등 보안이 생명이어서 외부업체에 일감을 맡길 수 없어 통합전산망 구축 과정에서 계열사간 거래는 필연적"이라고도 말했다.


태그:#일감 몰아주기, #경제민주화, #김용태, #이종훈,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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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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