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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나 생각이 있을지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부뚜막에 소금이 수북하게 쌓여있어도 솥뚜껑을 열고 집어넣지 않으면 간간한 맛을 낼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실천을 강조하는 속담이 더더욱 강조되는 곳이야말로 신앙생활이며 종교계다. 8만 대장경에 실린 부처의 가르침을 한 글자 틀림없이 다 염송할 수 있고, 성경에 실린 예수의 말을 몽땅 외우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스님이나 불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교화한다는 뜻이다. 뭐라 티 잡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깨닫고 '어떻게' 중생을 구제하느냐다.

소금이 없으면 집어넣고 싶어도 넣을 수가 없다. 소금이 있어도 집어넣으려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상구보리하화중생이 그렇다.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면 중생을 구제하고 싶어도 구제할 수가 없고, 깨달음을 얻었을지라도 중생을 구제하려는 자비행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왕자 출신 구도자 샨띠데바가 전통적 대법회에서 설한 <입보리행론>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 표지 사진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 표지 사진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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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띠데바이 짓고, 청전스님이 옮긴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담앤북스)은 금세기 세계적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3년간 한국인들을 위한 법회를 하면서 사용하던 교재(내용)다.

샨띠데바는 7~8세기경 남인도 사우라아슈트라국의 왕자로 태어난 인물로 나란다 대학에서 대승의 중요 사상을 널리 선양한 중관학자다.

어느날 밤 꿈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을 때 "왕의 자리는 지옥과 같다"는 말을 들은 산띠데바는 권세에 회의를 느껴 출가해 비구가 됐다. 그 샨띠데바가 오랜 수행 후 나란다사(대학)에서 전통적으로 치러지던 대법회에서 설했던 경이 바로 '입보리행론'이다.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은 상구보리하화중생을 실현할 수 있는 과정을 기·승·전·결로 설명하고 있다.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듯이 보리심을 일으키고, 여기서 만들어진 소금을 집어넣듯 회향하는 과정까지를 단계별로 설한다.

전체 10품 중 제1장, 제2장, 제3장은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는 '기'(起)단계다. 제4장, 제5장, 제6장은 발아 된 보리심이 무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수성하는 '승'(承), 제7장, 제8장, 제9장은 청정하게 지켜온 보리심을 보다 널리 펼치며 무르익게 하는 '전'(轉) 단계이고, 지금껏 증장시킨 보리심을 이웃(또는 중생 구제)을 위해 기꺼이 내놓는 대원력을 발하는 기원으로 '결'(結)을 맺는 단계가 제10장이다. 

'상구보리하화중생'을 뿜어 올린 마중물

저는 섬을 찾는 이에게 섬이 되고 등불을 구하는 이에게는 등불이 되며 침구를 원하는 자에게는 침구가 되고 종(奴婢)을 구하는 모든 이의 종이 되고자 합니다. - 본문 43쪽(제3장 보리심전지품 중)

가난한 이는 재물을 얻고 슬픔으로 불행한 사람은 기쁨을 얻으며 절망한 사람은 희망을 찾고 항상 행복과 반영이 있기를! - 본문 216쪽(제10장 회향품 중)

씨앗을 뿌리고, 무성하게 가꾸고, 풍성하게 영글게 해 추수한 곡식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과정과 같다. 자비심이라고 해서 저절로 우러날 리 없다. 그러기에 일궈야 한다. <산띠데바의 입보리행론>은 보리를 일구게 하고, 보리와 자비를 행(行)으로 뿜어 올리게 할 마중물 같은 내용이다.

염전에서 펌프질을 하거나, 부뚜막의 소금을 집어넣듯이 <산띠데바의 입보리행론>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일독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감로수는 불심요체, 보리심을 일구고 자비심을 베푸는 '상구보리하화중생'이리라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지은이 산띠데바 옮긴이 청전스님┃펴낸곳 담앤북스┃2013.4.26┃값 1만 1200원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 - 보살행에 들어가는 길

샨띠데바 지음, 청전 옮김, 담앤북스(2013)


태그:#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 #청전스님, #담앤북스, #달라이 라마, #상구보리하화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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