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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당선이 확정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4일 밤 상계동 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건 채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당선이 확정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4일 밤 상계동 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건 채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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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의 기쁨도 잠시다. 안철수 당선자는 또 다른 시험대 위에 올라서게 됐다.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던 '국회의원 안철수'는 새 정치 구호에 걸맞은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안 당선자는 지난 7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기존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한 말을 실행하지 못했다"며 "저는 (국회의원이 되면) 처음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 같이 해결 방법을 만들어 실행하는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 당선자의 의정활동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무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법안 발의조차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양대 정당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국회의원 안철수'의 의정활동은 향후 야권 정계개편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새 지도부도 검증을 받아야 하겠지만, 안철수 당선자도 국회에 들어와서 검증받아야 한다"며 "10월 재보선까지 거친 후, 어느 쪽이 야권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문위에서 일하고 싶다는 안철수, 실현 가능성은?

'국회의원 안철수'가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은 '1/300'의 존재감이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회에 들어오면 국회의원 300명 중 1명"이라며 "송호창 의원(무소속)과 함께 두 분이 활동을 한다해도, 정치적 활동은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원내대표의 말대로 국회의원 한 두 사람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하면, 국회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 상임위 배정도 국회의장의 뜻에 따라야 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념 성향이 다르다는 비판에도 18석의 자유선진당과 3석의 창조한국당이 함께 교섭단체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 당선자의 첫 난관은 상임위 배정이다. 안 당선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활동하고 싶다"면서 "얽히고설킨 교육 문제를 풀고 싶고, 평생교육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지역구 주민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그가 교문위로 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회의원 26명이 활동할 수 있는 교문위 정원은 모두 찼다. 또한 교문위의 새누리당과 야당·무소속 의원 숫자가 각각 12명과 14명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안철수 당선자를 여소야대인 교문위에 배정하기 어렵다. 현재 정원 미달인 상임위는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뿐이다.

안 당선자가 박근혜 정부의 역점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직무 연관성으로 인해 그가 보유중인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가 주식 백지신탁 규정 탓에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다른 의원들의 배려로 안 당선자가 교문위에 배정받아 활동을 한다 해도, 무소속인 그에게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법안 발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정당들의 텃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동발의 의원들을 모으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한 송호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안철수, 문국현의 실패에서 길을 묻다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당선이 확정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4일 밤 상계동 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건 채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당선이 확정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4일 밤 상계동 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건 채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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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주민들은 안 당선자에게 지역구 현안 해결 등 입법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안 당선자가 넘어야할 가장 큰 난관이다. 자신이 낸 법안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법안 통과권을 쥔 양대 정당을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문국현 전 의원의 실패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문국현 바람'이 불었다. 기성 정치인에 싫증난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경제를 위해 새 시대를 열겠다"며 혜성처럼 나타난 유한킴벌리 최고경영자 출신의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에게 큰 지지를 보냈다. 100만 표가 넘는 5.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여세를 몰아 2008년 4월 총선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후보를 꺾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문국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3석의 창조한국당에 속한 문국현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법안 발의조차 쉽지 않았다. 그는 2009년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1년 5개월 동안 단 4개의 법안만을 반영했다. 이마저도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큰 기대에 비하면 초라한 입법 활동이었다.

안철수 당선자도 무소속 국회의원의 한계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 안 당선자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분들은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다'고 한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겪어보겠다, 왜 좌절할 수밖에 없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하나씩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대립하면 중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쪽이 반대할 경우) 이 문제가 민생이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반대만을 위한 반대인지 그런 기준 하에 엄밀하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안 당선자의 의정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24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국민들은 안 후보를 국회의원 300명 중 한 사람으로 볼 것"이라며 "의정활동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 말과 행동이 같으냐 틀리냐, 이런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영향력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내에는 안 당선자의 국회 입성을 환영하면서도 의정활동 전망을 유보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윤호중 의원은 "안철수 당선자의 국회 입성은 우리 정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도 "국민은 이제 선출직 공직자·현실정치인 한 세력의 수장으로서의 안철수 당선자를 보게 된다, 그의 리더십이 어떻게 나타날지 짐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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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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