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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봄꽃에 들떠있던 춘심(春心)을 한결 차분하게 만들었다. 만개했던 벚꽃은 바람에 흩날리며 꽃비가 되어 내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벚꽃의 화려한 자태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벚꽃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청주 무심천변, 서울 여의도 윤중로 등 한반도 곳곳이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뭐니뭐니해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우리가 봄의 한가운데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벚꽃과 추억 한 장을 남기기 위해 너도나도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기상청에서는 매년 벚꽃 개화예상시기를 발표해 전국 주요 벚꽃 군락지의 벚꽃 소식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는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벚꽃 축제를 연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 번에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벚꽃은 알다시피 일본의 국화다. '벚꽃 개화'는 인터넷 검색창에 실시간 검색어로 뜰 정도로 그 관심도가 매우 높다. 반면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는 '벚꽃'에 비하면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무궁화의 개화가 언제인지, 무궁화는 어느 지역에 많이 피는지 등의 질문에 명쾌히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무궁화의 존재 가치가 벚꽃보다 떨어지는 불편한 현실에 놓였다.

무궁화는 벚꽃과 달리 오랜 기간 꽃을 피운다.
 무궁화는 벚꽃과 달리 오랜 기간 꽃을 피운다.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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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는 현재 한반도 내 광범위한 지역에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무궁화가 국화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근거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무궁화가 우리의 꽃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국화로 제정된 근거에 관해서는 정확히 서술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무궁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무궁화는 6월 25일경부터 피기 시작해 8월 15일(광복절)까지 약 100일간 꽃을 피운다. 개화부터 꽃이 지기까지 역사로 시작해 역사로 끝나는, 역사로 통하는 꽃이다. 큰 나무의 경우 약 5000천 송이, 작은 나무는 약 2000송이가 핀다. 항상 아침에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며 피는 것도 특징이다.

무궁화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무궁화는 104~160여 종이다. 도입종과 외래종으로 나뉘어 토질에 맞게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순수 무궁화 꽃으로는 ▷단심계 ▷아사달계 ▷배달계가 있다.

▣ 단심계
색에 따라 백단심계, 적단심계, 자단심계, 청단심계 등으로 나뉜다. 특히 백단심이란 흰 꽃잎에 중심부가 붉은 꽃을 가리키며 정절과 지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 아사달계
아사달계라는 이름은 대표적 품종인 '아사달'에서 왔다. 보통 흰색 바탕꽃잎에 붉은 무늬가 꽃잎의 상단 1/2~1/3 정도의 폭으로 나타난다. 아사달의 무늬는 한 품종에서도 좌우 어느 쪽이든 나타날 수 있다. 꽃잎의 바탕색은 순백색이지만 극히 연분홍빛을 띠면서 아사달 무늬를 가진 종류도 아사달계로 본다.

▣ 배달계
'배달'이라는 명칭은 백의 민족인 한민족을 가리킨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육종해낸 대형 순백색 홀꽃 중 가장 아름답고 꽃이 큰 개체를 선발해 '배달' 품종으로 명명하고 이런 순백색 계통을 배달계로 지칭했다. 따라서 배달계라고 하는 것은 순백색의 무궁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홀꽃, 반겹꽃, 겹꽃 등이 있다. 홀꽃의 경우 그 모양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분류된다.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는 세계 유일무이한 백성의 꽃이다.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는 세계 유일무이한 백성의 꽃이다.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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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역사적 뿌리는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반만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상고시대를 재조명 한 서적 '단기고사'에는 무궁화를 근수라 했으며 또 다른 책 '환단고기(桓檀古記)'는 '환화(桓花)' 혹은 '천지화(天地花)'로 표현했다. 이로써 단군시대에 무궁화가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해 준다. 또 고대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고금주' 등에도 한반도는 무궁화가 많은 나라로 기록돼 있다.

과거 1928년 발행된 '별건곤' 3권 2호에 게재된 '조선산 화초와 동물'편에는 "조선민족을 대표하는 무궁화는 꽃으로 개화기가 무궁하다 아니할 수 없을 만큼 참으로 장구하며 그 꽃의 형상이 엄연·미려·정조·결백함 등은 실로 민족성을 그려낸다. 한국을 막론하고 각 민족을 대표하는 꽃이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궁화야 말로 형태든 질이든 적합한 것은 볼 수 없다"고 실려 있다.

이처럼 무궁화는 과거 우리 민족이 많이 심고 가꾸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으로 인식됐다. 영국인 신부 리처드 러트가 쓴 '풍류한국'을 보면 프랑스, 영국, 중국 든 세계의 모든 나라꽃이 그들의 황실이나 귀족을 상징으로 국화가 정해졌다. 하지만 한국의 무궁화는 유일하게도 황실의 꽃이 아닌 백성의 꽃으로 정해졌다고 쓰여 있다. 이와 더불어 1896년 독립협회가 부른 애국가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내용을 담겨질 만큼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 했다.

무궁화 수난시대 '일제 강점기'...우호익·남궁억 '무궁화살리기' 앞장

무궁화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 겨레의 맥락 속에 숨 쉬어 왔다. 과거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민족의 수난과 함께 피폐되고 빼앗겨 버리는 참혹한 시련을 함께 견뎌냈다. 과거 만주, 상해, 미국, 유럽 등으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광복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그 당시 일본은 무궁화를 보이는 족족 모두 뽑아버리고 불태워버렸다.

이렇듯 무궁화 탄압 속에서도 굳은 의지로 민족의 얼을 심어 주고 재인식 시키는 데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우호익과 남궁억이다. 우호익은 우리나라 말과 글이 일제의 쇠사슬에 묶여 있던 시기 무궁화를 학문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해 무궁화의 역사적 가치를 연구했다. 또한 남궁억은 무궁화를 말살시키려는 일제의 눈을 피해 무궁화 묘목을 길러 전국에 나눠 주고 무궁화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식어 가는 구국혼을 불러 일으켰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도 수원(8월), 전북 완주(8월), 전남 나주(8월), 강원 홍천(10월) 등에서 매년 무궁화 축제가 열린다. 봄에는 춘심 흔드는 벚꽃이라지만 다가오는 여름에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와 함께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무궁화, #국화, #우리나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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