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의 심의를 보류하자는 중재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실상 두 차례나 거부해, 앞으로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의회(의장 김오영)는 18일과 25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런데 두 차례 모두 진통 끝에 중재안이 나왔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거부해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 됐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됐다. 이날 저녁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 봉쇄농성을 풀고 문을 개방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5월말 심의'라는 내용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됐다. 이날 저녁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 봉쇄농성을 풀고 문을 개방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5월말 심의'라는 내용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 윤성효

 경남도의회는 25일 임시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었는데,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봉쇄투쟁을 하고 있는 속에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 와서 문을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25일 임시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었는데,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봉쇄투쟁을 하고 있는 속에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 와서 문을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경남도(홍준표 지사)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하고, 그 뒤 경남도의회에 경남도립 의료원에서 진주의료원을 제외하는 내용의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은 도의회에 제출했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임경숙)는 지난 4월 12일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경남도의회 야당 소속 민주개혁연대는 상임위 안건 처리는 날치기로 보고 '원인 무효 소송'을 법원에 내놓았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8일과 25일 두 차례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조례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로써 조례안 처리는 5월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연대는 4월 10일부터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벌이다가 16일부터 출입문 봉쇄투쟁을 전개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야당 당원들은 경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폐업 철회'를 촉구했던 것이다.

18일 임시회, 새누리당 의원 절반 가량 등원 못해

4월 18일 임시회 본회의는 '자동유회'됐다. 이날 민주개혁연대는 본회의장 봉쇄투쟁을 벌였고, 민주노총 조합원과 야당 당원, 시민들은 경남도의회 앞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등원을 막았다.

경남도의원(57명) 중 새누리당은 39명인데, 이날 절반 가량의 의원들이 의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경남도의회 건물을 에워싸고 의원들을 막았던 것이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찰 복장을 하고 등원을 시도하기도 했고, 사복 경찰 무리에 섞여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민들로부터 온갖 욕설을 듣기까지 했고, 임경숙 의원은 경찰차량을 타고 쫓겨나기도 했다.

 경남도의회가 1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다룰 예정인 가운데, 지난 12일 상임위에서 안건을 날치기 처리했던 임경숙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경남도의회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다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임 위원장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자 막기 위해 도로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들의 모습.
경남도의회가 1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다룰 예정인 가운데, 지난 12일 상임위에서 안건을 날치기 처리했던 임경숙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경남도의회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다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임 위원장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자 막기 위해 도로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들의 모습. ⓒ 윤성효

의회 회의는 자정시간까지 열면 되는데, 그 이전에 열지 못하면 자동 유회되는 것이다. 등원하지 못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남도청 정무부지사실에 모여 있었다. 이날 오후 늦게 경남도의회 여야 대표들은 '중재안'을 만들었다.

중재안은 '안건 상정은 이 날 하고, 2개월 뒤 심의한다'는 것이었다. 민주개혁연대는 안건 상정에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경남도의회에 모여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중재안에 찬성했지만, 등원하지 못한 의원들은 반대가 많았다.

이날 오후 10시 30분경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등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로 했다. 새누리당 의원 전체가 모여 중재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등원하지 않았고, 중재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재안을 받자는 의원들이 경남도청에 있는 의원들을 찾아가 설득하려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25일 임시회 자동유회, 중재안 제시됐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 나와

25일은 분위기가 달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등원을 막지 않았지만, 민주개혁연대는 본회의 봉쇄 투쟁을 계속하는 상황이었다. 18일 본회의 무산 이후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3일 '진주의료원 폐업 1개월간 유보'와 '대화 재개'에 합의했던 것이다.

경남도-보건의료노조의 대화가 진행되는 속에, 경남도의회가 조례안 처리를 강행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높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1시 의원총회를 열어 안건 처리 강행 방침을 세워 김오영 의장한테 회의를 진행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오영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본회의장 입구에 와서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경남도의회는 25일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관련 조례안을 다룰 예정인데 민주개혁연대는 안건 상정 등에 반대하며 본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김오영 의장이 출입문 앞에 와서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열리지 않자 돌아선 뒤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의회는 25일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관련 조례안을 다룰 예정인데 민주개혁연대는 안건 상정 등에 반대하며 본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김오영 의장이 출입문 앞에 와서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가 열리지 않자 돌아선 뒤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김오영 의장은 대화를 강조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질서유지권' 발동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물리적 충돌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속에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 의장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내자'는 말도 나왔다.

김오영 의장은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중재안을 내놓았다. 안건을 상정하되 5월 23~30일 사이 임시회를 다시 소집해 심의하자는 것이었다. 이 중재안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개혁연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민주개혁연대는 중재안에 '포괄적 수용'을 한 것이다. 민주개혁연대는 이날 오후 9시 30분경 봉쇄해 놓았던 출입문을 개방했다.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인 김경숙 의원(민주통합당)은 "김 의장의 고뇌에 찬 중재안이 나왔다"고, 석영철 의원(통합진보당)은 "조례안은 두 달 심의 보류를 요청했는데 중재안은 한 달인데, 경남도와 진주의료원 노사 간의 '1개월간 폐업 유보'와 '협상 진행'이 있어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9시부터 1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었던 새누리당은 중재안을 거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날치기 처리되었던 상임위 안건에 대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상적인 의사 절차를 방해한 민주개혁연대의 폭력적인 본회의장 점거는 앞으로 절대 용납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강석주 의원은 중재안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더 이상 회의 진행은 없다, 자동유회다"고 말했다. 5월 임시회(9~23일) 이전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강 의원은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개혁연대 의원들은 잠궈 놓았던 본회의장 출입문을 열고 농성장도 철수했다. 의회 직원들은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기 정리며, 의원 개인 컴퓨터까지 켜놓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의회 건물을 빠져 나갔다.

"이 나라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

경남도의회 앞에서는 밤 늦게 까지 민주노총․보건의료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나타나자 박수를 쳤다. 의원들은 앞에 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된 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이날 저녁 늦게 경남도의회 앞에 모여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 앞에 서서 인사말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된 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이날 저녁 늦게 경남도의회 앞에 모여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 앞에 서서 인사말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된 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이날 저녁 늦게 경남도의회 앞에서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왼쪽부터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여영국 의원, 안외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장, 석영철 의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다루기로 했던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25일 열리지 못하고 자동유회된 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이 이날 저녁 늦게 경남도의회 앞에서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왼쪽부터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여영국 의원, 안외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장, 석영철 의원. ⓒ 윤성효

조재규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겼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천기 의원은 "앞으로 한 달 동안 더 열심히 싸워야 할 것이다", 여영국 의원은 "새누리당이 중재안을 왜 거부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조형래 의원은 "우리는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이다"고 말했다.

이종엽 의원은 "이제 한 고비를 넘겼는데 더 열심히 싸워야 할 것"이라고, 강성훈 의원은 "그동안 하루가 1년 같았는데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을 해왔다"고, 공윤권 의원은 "3~4월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남은 한 달간 더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이길종 의원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보는 것 같았고, 홍준표 지사가 많은 투사를 만들어 준 것 같다"며 "그러니까 진주의료원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싸움을 더 힘차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지금까지 우리 투쟁은 이 나라의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이었다"며 "우리가 일꾼이 되어 좀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진주의료원#경남도의회#새누리당#민주개혁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