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이 집회 도중 경찰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경찰이 구속한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50대 여성이 경찰 4명을 폭행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고 폭행 당시 연행하지 않고 이를 미뤘다는 점이다.
경찰은 권씨의 폭행 당시의 채증 자료가 존재하며 당시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50대 여성이 경찰 4명 폭행?... 경찰 "전치 2주 진단받았다"26일 경찰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용산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인 권아무개(50)씨는 지난해 12월 7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 소속 회원과 시민 10여 명과 함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권씨가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씨가 집회 당시 쓰던 깃대 등으로 경찰관 4명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이중 경찰 한 명이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권씨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권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소환에 불응했고, 결국 지난 3월 경찰이 권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권씨는 25일 오후 늦게, 경기도 용인에서 체포돼 수갑을 찬 채로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의 권씨 체포가 '표적 수사'라는 의혹은 두 가지 근거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50대 여성이 경찰 4명을 폭행할 수 있냐는 점이다. 경찰은 집회 깃대와 손수레로 경찰을 폭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보호장비를 입은 경찰이 전치 2주 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왜 체포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경찰이 공무집행 도중 폭행당했다면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한 달 뒤에야 권씨에게 소환장을 보냈고, 권씨가 이를 불응하자 석 달 만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뒷북 친' 경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집회에서 쓰던 깃대와 손수레로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의 정강이도 걷어찼다"며 "이와 관련한 채증 자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상황이 아니어서 채증 자료를 가지고 후에 수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상규명위, 종로서 앞 기자회견 열어 권씨 석방 촉구
진상규명위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권씨 체포를 규탄하고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의 살인진압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의 절규마저 체포한 경찰"이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경찰의 만행과 정권의 탄압에 분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4년이 지나도 유가족들의 피맺힌 울부짖음도 모자라 유가족을 연행하는 이 나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라고 비난했다.
용산참사 희생자인 양회성씨의 유가족, 김영덕씨는 기자회견에서 "저희같이 힘없고 연약한 여자들이 어떻게 경찰 4명을 폭행할 수 있냐"며 "그날 행진하는 자리에 있었는데, 경찰이 길을 가로막아서 항의했을 뿐, 폭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림씨의 유가족인 전재숙씨도 "남편 죽인 폭력 집단은 안 잡고 힘없는 유족 손목에 수갑을 채우냐"라며 "쓰레기같은 공권력, 이 정부 끝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주 진상규명위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통합을 운운하기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줄 알았다"며 "진상규명은커녕 유가족까지 체포 구금한 것은 사람에게 차마 할 수 있는 일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래군 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은 "그날 당시 10명 내외의 단촐한 행진이었고 경찰 병력이 더 많았는데 유가족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분명 경찰이 유가족을 뒤집어씌우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 측 회원들과 나머지 유가족들은 종로경찰서에서 이날 오후 권씨를 면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