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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트레킹의 처음과 마지막은 카트만두 타멜에서 이루어집니다. 타멜은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길과 낡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혼잡하고 우중충한 거리 모습과는 달리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은 여행사와 숙소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동행을 만나고 정보를 얻어 트레킹을 떠납니다. 제가 처음 인연을 맺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 식당과 숙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취항 이후 교민과 여행자가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여행자 거리 '타멜'

트레킹에 동반할 가이드와 포터를 만났습니다. 가이드 '도르지'와 포터 '치링'은 21살 동갑내기로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 히말라야 출신입니다. 동네 친구인 두 사람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카트만두에 왔으며 전문학교(College)를 졸업하였습니다. 포터인 치링은 트레킹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생긴 외모로 보아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모습입니다. 친구가 가이드니 믿고 따라 나선 것이겠지요.

가이드 도르지와 포터 치링 모습
▲ 가이드와 포터 가이드 도르지와 포터 치링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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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까마귀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네팔의 아침은 까마귀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1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까마귀들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고 있습니다. 숙소를 나와 타멜 거리를 걸어 보았습니다. 밤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거리는 무척 지저분합니다. 청소부와 가게 주인이 부지런히 빗질을 하지만 건기인지라 빗질을 할수록 먼지가 피어올라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거리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힌두 신전에는 향을 피우며 하루를 기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를 끝내니 가이드와 포터가 도착하였습니다. 베시사하르행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뉴 버스 파크'로 향했습니다. 5번째 여행인데도 이곳 버스 정류장 시스템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어로 된 안내판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십 대의 버스 옆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모습은 소음으로 들립니다. 그렇지만 여행자와 현지인의 시각이 다르기에 가이드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버스 위에 짐을 싣고 승차하기 까지 주저함이 없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베시사하르행 봉고 버스
▲ 여행자 버스 카트만두에서 베시사하르행 봉고 버스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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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사하르'가는 길

질서와 무질서를 구분하는 것은 저의 관점에서 본 판단일 것 입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제가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여행이란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풍속과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겠지요.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여행의 기쁨은 배가될 것입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은 안나푸르나 산군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300km 정도를 15~20일 동안 걷습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트레커들은 힌두 문화와 티베트 불교문화를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민족의 삶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웅장한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선사하는 장대한 풍경과 황량한 티베트 풍경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지도
▲ 라운딩 지도 안나푸르나 라운딩 지도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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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사하르(760m)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위한 출발점입니다. 대부분 트레커들은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 베시사하르에서 시계 방향으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진행합니다. 라운딩의 하이라이트는 해발 5416m 쏘롱라를 넘는 것입니다.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고도를 높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해발 3000m를 넘어서면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고소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구요. 시계 방향은 해발 4,800m에서 숙박할 수 있기에 쏘롱라를 넘는 것이 유리합니다.

7시 30분에 출발 예정인 버스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바심이 나 가이드에게 몇 번 채근하여도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8시가 훨씬 넘어서야 출발합니다. 출발은 하였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빨리 빨리'에 적응된 제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지만 저를 제외한 누구도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삶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제가 더 조급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곳은 경쟁해야할 대상도 없으며, 삶의 터전도 아닌데 말입니다.

버스는 둠레까지 프리트비 고속도로(Prithvi Hwy)를 달립니다. 중앙선이 불분명한 2차선 도로, 아찔한 경사와 굴곡, 중앙선을 무시하고 달려드는 차량 행렬을 피해 버스는 곡예 하듯 빠져 나갑니다. 더구나 도로 옆은 낭떠러지기에 창밖은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버스에는 힌두교의 신, '가네쉬'나 '쉬바'를 모신 작은 신전이 있습니다. 그들의 돈독한 신앙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신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버스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저의 불안함과는 달리 승객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노래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운전기사는 노래를 따라 하며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려 댑니다. 차량 꽁무니에는 "Please Horn(경적을 울려주세요)"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네팔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상대방 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를 제외하고 모두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처럼 즐겁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7시간이 지나서 베시사하르(760m)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로컬 버스를 이용하여 불부레(840m)까지 갈 생각입니다. 물론 찝차를 이용하면 샹게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최근 차매까지도 갈수 있다고 합니다. 개발의 바람은 히말라야 계곡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시사하르에서 마낭(3469m)까지 도로 공사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처음 히말라야를 접한 2000년도 초에 베시사하르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20km 정도 완공되었습니다. 이 공사의 종착지인 마낭까지는 10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지만 개발이 원주민과 트레커 모두에게 도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족을 위하여

팀스와 퍼밋을 검사하는 체크 포스트
▲ 체크 포스트 팀스와 퍼밋을 검사하는 체크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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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부레에 가기 위해 체크포스트에서 등록을 한 후 다시 로컬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로컬버스에 트레커는 저 혼자입니다. 겨울철은 비수기라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버스에 탄 모든 사람의 관심은 이방인인 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저의 작은 행동 하나에 폭소가 터져 나옵니다.

베시사하르에서 불부레 가는 로컬 버스 실내 모습
▲ 불부레행 버스 베시사하르에서 불부레 가는 로컬 버스 실내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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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자리 젊은이가 말을 건네옵니다.

"어디에서 왔어?"
" 난 한국. 넌 어디에 살아?"
"난 집은 불부레인데 3년 만에 집에 오는 길이야."
"어디에서 오는 것인데?"
"카타르."

하며 나에게 여권을 보여 줍니다. 여권에는 카타르 비자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카타르에서 3년간 일한 후 귀국하여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자랑스럽게 안고 있는 텔레비전을 보여 줍니다. 가족을 위해 몇 년을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는 그 친구의 모습은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합니다.

불부레 마을 정경

불부레에 도착하였습니다. 현수교를 건너 아르준 롯지에 숙소를 정합니다. 아담한 숙소와는 달리 오늘 손님은 저 혼자입니다. 숙소는 마르샹디강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숙소 옥상에는 보는 히운출리(6441m)와 마나술루(8156m) 모습이 보입니다. 옥상에 앉아 설산을 보고 있자니 몸도 마음도 모두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불부레 단아한 숙소 모습
▲ 숙소 불부레 단아한 숙소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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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부레에서 보는 히운출리와 마나슬루 모습
▲ 히운출리와 마나슬루 모습 불부레에서 보는 히운출리와 마나슬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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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을 산책하였습니다. 마을 언덕 위에 학교가 있습니다. 방학인지라 교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좁은 운동장,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학교 환경을 보며 저 역시 교사이기에 슬픈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교육만이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더 많은 학교들이 히말라야 골짜기 골짜기마다 차고 넘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불부레에 있는 학교 모습
▲ 학교 모습 불부레에 있는 학교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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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을 만나 적은 금액을 기부하였습니다. 이번 트레킹을 떠나기 전, 저는 지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히말라야로 떠납니다. 히말라야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밥 한 그릇 사주신다고 생각하고 50$씩만 보내 주시면, 주신 분의 마음을 담아 히말라야에 전하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옥상에 오르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저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별들이 공해를 피해 히말라야로 이사한 모양입니다. 내가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은하수와 북두칠성 정도이지만 이름을 알아야만 더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별 바라기는 히말라야가 주는 또 다른 축복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될 트레킹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트레킹 첫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태그:#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라운딩, #베시사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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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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