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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부교겐의 호라쿠와리(?烙割) 일부입니다. 원래 절에서 참배자들이 가족 나이와 남녀 성별을 적은 접시를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깨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교겐(狂言)으로 연기하는 것입니다. 주로 삼재가 들어 나쁜 운을 없애는 의식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재액초복의 뜻으로 행합니다.
 미부교겐의 호라쿠와리(?烙割) 일부입니다. 원래 절에서 참배자들이 가족 나이와 남녀 성별을 적은 접시를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깨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교겐(狂言)으로 연기하는 것입니다. 주로 삼재가 들어 나쁜 운을 없애는 의식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재액초복의 뜻으로 행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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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저녁 교토시내에 있는 미부데라(壬生寺) 절에서 행하는 미부교겐(壬生狂言)을 보고 왔습니다. 미부교겐은 700년 전부터 시작된 무언극·무언 탈춤입니다. 처음 미부교겐은 이 절에 계셨던 엔가쿠(圓覺·1223~1311) 스님이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 마이크나 확성기가 없던 시대 많은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시작된 미부교겐은 여러 이야기가 더해져서 지금은 이야기 수가 30개로 불어났습니다. 해마다 2월 춘분 이틀과 4월 21~29일(2014년부터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10월 12~14일 세 차례 공연을 실시합니다.

한국 탈춤이나 판소리 등 민간 예능이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교겐이나 노(能) 등이 있습니다. 한국 탈춤이나 판소리는 남녀노소, 양반 상놈 관계없이 사회 모든 계층이 참여하여 같이 즐기고 구경꾼이나 소리꾼이 더불어 교류하고 감동하고 서로 교통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미부교겐 마지막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본 미부데라의 본당입니다. 이 절은 서기 991년 가이켄(快賢) 스님이 지은 절로 본당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 율종 사찰입니다. 사진 왼쪽은 석불 천 개를 모아서 만든 천체불탑입니다.
 미부교겐 마지막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본 미부데라의 본당입니다. 이 절은 서기 991년 가이켄(快賢) 스님이 지은 절로 본당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 율종 사찰입니다. 사진 왼쪽은 석불 천 개를 모아서 만든 천체불탑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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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능은 즐기는 사람이 신분이나 사회 계층에 따라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일본 노는 주로 식자층이나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즐기는 예능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노무대는 절 안 사원이라고 해서 주지스님들이 사무를 보는 안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본 예능 가운데 교겐은 노보다는 자유스럽고 서민들이 즐깁니다. 교겐은 내용 역시 서민들의 생활이나 사회적 풍자를 주요내용으로 하거나 외국 이야기를 포함시켜 연기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노무대라고 해서 관중과 분리된 공간에서 정해진 복장을 입고 연기합니다.

미부교겐은 교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무대에서 공연을 하지만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입니다. 해마다 공연 때에는 이야기 30가지 가운데 중복을 피해서 몇 가지를 골라서 무대에 올립니다. 지난 29일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요우치소가(夜討曾我)·하나오리(花折)·스치구모(土蜘蛛)·유다치(湯立)·보후리(棒振) 등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미부교겐은 말이 없고 나오는 사람이 모두 탈을 쓰고 연기합니다. 미부교겐에 사용되는 탈 가운데 일부입니다. 반주 음악은 북, 피리, 정(鉦)이 사용됩니다. 정은 우리나라 징 크기와 비슷하고 징보다 두껍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부교겐은 말이 없고 나오는 사람이 모두 탈을 쓰고 연기합니다. 미부교겐에 사용되는 탈 가운데 일부입니다. 반주 음악은 북, 피리, 정(鉦)이 사용됩니다. 정은 우리나라 징 크기와 비슷하고 징보다 두껍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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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치소가(夜討曾我)는 소가 형제가 아버지 원수를 갚는 내용입니다. 소가 형제의 효심과 집안 신하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충성심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원수인 구도(工藤)가 산에서 사냥을 할 때 몰래 들어가서 원수를 갚습니다.

하나오리(花折)에서는 주지스님이 절 주변에서 꽃놀이를 금지합니다. 주지스님이 절에 없는 사이 절에 있던 스님이 꽃놀이 하는 사람들의 술맛에 빠져서 술에 취해 잠들고 맙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주지스님이 나중에 술에 취한 스님을 발견하고 놀라는 이야기입니다.

스치구모(土蜘蛛)는 거미의 정령이 미나모토노라이코(源賴光)를 홀리게 하여 그가 병이 들고, 집안 신하들이 거미와 싸워서 거미를 없애는 이야기입니다. 도중에 긴 종이 거미줄이 관중석으로 나라오기도 합니다. 이 종이 거미줄을 지갑에 넣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관심이 많습니다.

  관객석 뒤쪽에서 본 미부교겐이 열리는 노무대입니다. 노무대는 사각형으로 된 일반 무대와 달리 사각형 무대와 긴 연결 복도가 있습니다. 연기자는 복도에 나오면서부터 연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일본 절이나 신사에는 대부분 노무대가 있습니다.
 관객석 뒤쪽에서 본 미부교겐이 열리는 노무대입니다. 노무대는 사각형으로 된 일반 무대와 달리 사각형 무대와 긴 연결 복도가 있습니다. 연기자는 복도에 나오면서부터 연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일본 절이나 신사에는 대부분 노무대가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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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치(湯立)는 원래 신사 마당에서 솥에 물을 끓여서 묶은 대나무 가지로 물을 뿌리면서 주위 사람들이나 신사의 부정을 씻는 행위입니다. 이곳에서는 무당은 한 가운데에서 보고만 있고 신사 구지가 묶은 대나무 가지를 들고 유다치를 합니다. 미부교겐이 절에서 열리는 교겐임에도 신사에서 행하는 유다치를 보여주는 것은 특이합니다. 유다치는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에서 행합니다.

보후리(棒振)는 봄과 가을 두 차례 미부교겐이 열릴 때 마지막 날 끝 공연입니다. 보후리 공연은 미부교겐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부채를 들고 무대 벽 쪽으로 서고, 한 사람이 봉을 들고 무대 가운데 나와서 봉을 동서남북 네 곳을 휘두르거나 밀고 당기면서 무대의 부정을 씻고 관중들에게 복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중간에 막대기의 움직임에 맞추어 부채를 위 아래로 흔들면서 '조우, 하, 삿사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교토 미부교겐은 일본에서 민속문화재 지정 제도가 처음 생길 때(1976년 5월) 교토부에서 처음으로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700년 동안 끊이지 않고 미부교겐이 이어 온 것은 미부교겐의 예술성과 이것을 지켜온 민간 조직의 구심점 그리고 미부교겐의 신앙적 내용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노무대와 관객석 사이 호라쿠와리 때 깨뜨린 도기 조각입니다. 한 번에  접시 천 개 정도를 깨뜨린다고 합니다.
 노무대와 관객석 사이 호라쿠와리 때 깨뜨린 도기 조각입니다. 한 번에 접시 천 개 정도를 깨뜨린다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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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壬生狂言解說, 壬生大念佛講편집, 2005.
참고누리집> 미부데라 누리집, www.mibudera.com, 2013.4.30.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미부교겐, #미부데라, #교토, #엔가쿠(圓覺, 1223-1311), #노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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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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