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얼굴의 중심에 있는 코는 굉장히 특이한 조직이다. 인간처럼 코가 튀어나온 동물은 거의 없다. 다른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머리에 구멍 두 개만 뚫려있다. 거의 모든 포유류는 콧구멍만 있다. 왜 사람의 코가 튀어나왔는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냄새를 모아두는 대기실 역할이라거나 추운 공기를 호흡하기 위한 보온실 역할이라는 설도 있다. 한편 수생원숭이 이론에 따르면 물 속에서 오래 생활하며 수영하면서 호흡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직 왜 사람의 코만 이렇게 튀어나왔는가에 대한 정설은 없다.
이렇게 높게 튀어나온 코는 다른 동물에는 없는 사람만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코를 높게 강조하는 게 여러 문화권에서 미의 기준으로 여겨졌다. 각종 예술 작품 속에서도 사람의 코를 높게 강조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코는 얼굴의 중심에서 인상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매부리코 교정하려던 A씨, 큰 코 다쳤다
그러다 보니 코를 높이는 성형을 많이들 한다. 코가 높아지면서 아름다워지면 좋으련만, 어색해지기만 한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코에 주입한 필러 때문에 고민을 안고 찾아온 A씨도 그런 사례였다.
A씨는 콧대 가운데가 튀어나온 매부리코였다. 그는 "매부리코를 교정하기 위해 콧대 부분에 필러를 주입했는데, 이마에서부터 바로 코가 시작되면서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처럼 보인다"고 고민했다. 그는 "코가 길어보여 왠지 나이 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주위로부터 "수술했냐"는 인사를 듣게 돼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사람의 얼굴은 부위별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러 부위 간의 미묘한 상관관계가 사람 얼굴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이런 상관관계를 지닌다. 코를 높이면서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지는 이유는 여러 부위 간의 상관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다.
코가 시작하는 부분을 알아보자. 대부분의 경우, 이마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오면서 눈썹이 있는 부분이 가장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눈과 눈 사이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 지점에서 코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인종이 달라져도 코가 시작하는 위치는 같다. 눈과 눈썹 사이가 좁으면 그만큼 코도 이마에 가까운 부분에서 시작한다. 반대로 눈과 눈썹 사이가 멀면 그만큼 코도 이마에서 아래쪽에서 시작한다.
코가 길어지면 이마나 하관이 짧아 보일 수 있어
무작정 코를 높이다 보면, 코가 시작하는 부위가 위로 올라가면서 눈 사이 부분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코를 위쪽으로 길어지게 한다. 코가 길어지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길어 보일 수 있다. 코가 길어보이면 이마나 하관이 상대적으로 짧아 보일 수 있다.
코가 시작하는 부위가 위로 올라가면서 눈과의 상관관계는 달라지게 된다. 눈과 눈 사이에서 시작하는 콧부리 부분이 위로 올라가며 상대적으로 눈이 더 아래로 낮아 보이게 된다. 이때, 얼굴에서 가장 중심부분에 해당하는 눈과 코의 조화가 깨져 어색해 보인다.
A씨는 주입했던 필러를 녹이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살짝 콧대가 튀어나온 매부리코지만, 과도한 시술 후의 어색한 모습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보였다.
다양한 성형시술이 보편화되고 대중화되고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부작용이 많이 줄고는 있으나,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시술 자체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아름다움을 파악하는 노력이 앞으로는 더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