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가 본 한국 웹 경쟁력은 '기대 이하'였다.
팀 버너스 리는 2일 오전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83%라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때문에 (순위가) 높을 거라 기대하겠지만 W3C 웹 인덱스를 보면 한국은 13위"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내세워 후한 평가를 기대했던 사회자뿐 아니라 앞자리를 채운 정부 초청 인사들까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기술뿐 아니라 한국 웹 콘텐츠 확보 중요"영국 출신 물리학자인 팀 버너스 리는 지난 1991년 오늘날 웹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소통의 바탕이 되고 있는 '월드와이드웹'을 처음 만들어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린다. 현재 국제적인 웹 표준을 정하는 'W3C(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W3C(
www.w3c.org)는 매년 국가별 웹 경쟁력을 비교한 글로벌 웹 인덱스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61개국 가운데 13위에 그쳤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통신망 인프라는 비교적 높았지만 웹 활용도나 웹 콘텐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버너스 리는 "(웹 인덱스에선) '위키피디아'(웹 백과사전)가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로 제공돼야 하듯이 한국어가 웹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중요하다"면서 "기술뿐 아니라 예술, 과학, 드라마 등도 웹에서 잘 보존해야 한국 문화도 계속 (세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을 통해 정부나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데이터)를 개방, 공유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자는 '초협력'이란 행사 주제에 걸맞게 버너스 리는 일부 국가의 인터넷 검열이나 기업의 폐쇄적 정보 관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버너스 리는 "웹도 사람끼리 소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인데 정부나 기업이 인터넷을 차단한다든지 검열해서 소통을 막아서 안 된다"면서 "각 나라에 인터넷을 막는 법이 있는지 살펴 소통할 권리를 막지 않고 인터넷의 중립성과 개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인터넷 통제하거나 검열해선 안돼"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선 "강압적 정부가 있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익명성이 중요하지만 인격 모독이나 비방을 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권리도 있다"면서 "익명성 권리를 보호하되 익명성이 남용되면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적 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각국 정부가 UN이나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국제기구를 통해 인터넷 자원 배분 문제 등 인터넷 정책을 결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너스 리는 "기자들이 정부나 기업에서 독립돼 진실 추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도 국가에서 자유로운 행위자들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개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해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거버넌스(정책 결정)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가들이 일률적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고 제재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초협력 관점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독점적 검색 업체가 자체 콘텐츠를 앞세우거나 외부에 개방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버너스 리는 "검색 엔진끼리 경쟁이 있을 때 자신의 시각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는 건 불가피하지만 검색 결과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걸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면서 "그 기업이 독점적일 땐 중립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앞세우는 '창조경제'에 대한 훈수도 아끼지 않았다. 버너스 리는 "창조경제를 만들려면 정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 정보 제공 수준에 기존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새로운 사업 발굴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의적 해결책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실패를 비판하지 않는 문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