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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여고 학교 전경. 인천 인명여고가 설립자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은 인명여고와 인천시교육청 간의 법원 소송에서 설립자로 보기 어려다며 화해 조정을 내렸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설립자로 인정, 82세 교장에게 인건비를 주고 있다. 사진은 인명여고 전경.
인명여고 학교 전경.인천 인명여고가 설립자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은 인명여고와 인천시교육청 간의 법원 소송에서 설립자로 보기 어려다며 화해 조정을 내렸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설립자로 인정, 82세 교장에게 인건비를 주고 있다. 사진은 인명여고 전경. ⓒ 차성민

"우리학교 설립자는 교장선생님인데… 왜요?"

인천 인명여자고등학교(남구 관교동)에 재학 중인 학생은 기자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이를 의심해 본적은 없다고 했다. 학교 역사 가 담긴 '10년사'와 '20년사'에도 설립자는 교장선생님으로 돼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류상 학교 설립자는 다른 사람이다. 과연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법원조정 뒤집고 교장 설립자로 인정... 82세 교장, 혈세로 인건비 5억원 지급

학교법인 상명학원은 1988년 9월에 설립됐다. 당초 진로유통(파산)은 학교 설립을 위해 재산 17억5000만 원을 출연했다. 이사회의 공식적인 재산 출연 결의까지 마쳤다. 설립자는 당시 진로유통 이사였던 장아무개씨의 어머니인 김아무개씨로 돼 있다.

설립자를 둘러싼 인천시교육청과 학교법 인의 갈등은 1999년 8월부터 시작된다. 학교법인은 당시 시교육청에 '실제 재산 출연자와 설립자가 달라 설립자를 변경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시교육청은 '교육청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그후 2006년 5월과 12월에 각각 학교법인 정관 변경 신청을 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반려했다.

결국 인명여고 이사회는 2007년 3월께 학교법인 정관 변경 승인을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진로유통이 출연한 재산 17억5000만 원 가운데 15억 원은, 사실상 현 인명여고 교장인 안상수(82)씨가 기업의 명의를 신탁했다는 것이 법원 소송의 주요 요지였다.

진로유통(파산)의 재산출연증서 진로유통이 지난 1988년 인명여고 설립 당시 교육부에 제출한 이사회 출연결의서.
진로유통(파산)의 재산출연증서진로유통이 지난 1988년 인명여고 설립 당시 교육부에 제출한 이사회 출연결의서. ⓒ 차성민

학교 측은 당시 서울 광성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안씨가 학교 설립에 직접 나설 수 없어 진로유통의 명의만 빌렸다고 법원에서 주장했다. 인명여고는 당시 법원에 안상수 교장과 진로유통 이사였던 장아무개씨가 맺은 협약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협약서에는 안상수씨가 돈을 내고 진로유통은 명의만 빌려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표에는 안씨가 장씨에게 전달한 13억5000만 원가량의 수표 사본도 첨부됐다. 법원은 2007년 7월 13일 재산출연증서 상 재산 출연 내역과 안 교장의 주장이 서로 다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표 사본 등을 보면 학교 설립에 재산을 출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관에 안 교장을 재산출연자로 등재할 것과 학교 측은 설립자 변경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화해 조정을 했다.

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화해 조정을 받아 들였다. 시교육청은 안상수씨를 재산출연자로 인정하는 정관을 승인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설립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곧바로 안상수 교장을 설립자 지위로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안 교장은 교장 정년(63세)이 20년가량 지났음에도 법원 판결이 난 2007년 8월 직후부터 현재까지 총 5억 원에 달하는 교장 월급을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는 시교육청이 설립자 범주 안에 재산출연자까지 포함시키면서 발생한 결과다. 재산출연자를 설립자로 인정해 월급을 지원해주는 교육청은 16개 시·도 가운데 단 2곳에 불과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립자의 범위는 시·도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재산출연자까지 설립자 범위를 확대해 설립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부산의 한 사립학교 설립자도 재산을 출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명여고 관계자는 "학교 설립에 많은 재산을 출연한 안상수 교장은 우리 학교의 명실상부한 설립자이지만, 다만 교육청 서류 상 설립자는 다른 분"이라고 말했다.

아들 취업·이사장은 교과서 장사... 법정부담금은 4.5% 불과, 사유화 심각

안상수 교장의 아들 두 명은 인명여고에 취업했다. 한 명은 교사 직함을 얻었고, 다 른 한 명은 행정부장이다. 안 교장은 교육공무원 정년인 63세를 20년가량 넘겼지만, 설립자 교장으로 인정받아 연간 8000만 원에 달하는 봉급을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장 자리는 출판사 대표가 맡았다. 공교롭게도 인명여고 교과서 2권 중 1권은 학교법인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학교법인이 시교육청에 밝힌 '2012학년 도 교과서 선정 현황'을 보면, 3학년 교과서 19권 중 11권은 해당 출판사 교과서로 선정됐다. 2학년 20권 중 13권, 1학년 16권 중 6의 몫이다. 비율로 따지면 54%에 달한다.

다른 사립학교의 출판사 집중률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사학법인의 사유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명여고 학교법인은 법적으로 물어야할 교직원의 4대 보험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인명여고는 교사들의 4대보험료로 총 2억8천6백만 원(2011년도 기준)을 부담해야 하지만 학교측이 낸 법정부담금은 1300만 원으로 고작 4.5%에 불과하다.

안 교장이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두 달치 월급이 1400만 원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심각한 학교 사유화와 함께 사립학교의 권한만 강조하고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은 "법원 판단과 반대로 사실상 안상수 교장을 설립자로 인정해 연간 8000만 원에 달하는 혈세를 인건비로 지원하고 있다"며 "설립자 지위를 인정받다 보니, 학교 사유화도 심각해져 사학 족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인명여고 관계자는 "안 교장 아들 두 명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당한 공개절차를 통해 채용됐다. 또, 이사장이 출판사 대표이지만, 교과서선정위에서 결정한 교과서를 채택하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 사정이 어려워 직원들의 4대 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인천지역 대다수 사립고등학교가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사립학교#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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