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은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 이때쯤이면 온갖 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 입맛을 돋우고, 서해 5도를 비롯한 경기, 충청, 전라도 지역 항과 포구에서는 갓 잡아온 싱싱한 꽃게들이 전국의 미식가들 입맛을 유혹한다. 꽃게잡이 철이다.
주말인 4일(토) 오전 군산시 해망동 수산물센터를 찾았다. 지난 2일이 조금(음력 스무사흘)이어서 안강망들이 연근해에서 잡아온 조기, 아귀, 갈치 등 싱싱한 생선이 상자에 가득가득 쌓여 있었다. 그러나 오전이어서 그런지 손님들 발길은 뜸했다.
꽃게 역시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대륙수산 주인 이명순(42)씨는 "군산 앞바다에서 금방 잡아온 싱싱한 꽃게 큰놈은 1kg(2~3마리)에 4만 원, 작은놈은 1kg(4~5마리)에 3만 원씩 한다"고 귀띔한다. 그는 어획량도 작년보다 줄었고, 가격도 10%~15% 정도 올랐다고 덧붙인다.
주로 찌개나 양념 무침을 해먹는 죽은 꽃게 암컷은 1kg에 2만 원, 수컷은 1만 5천 원을 호가했다. 이씨는 "꽃게잡이 배들이 매일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어획량에 따라 경매가가 조금씩 달라진다"면서 "요즘이 제철이고, 물도 좋은데 비싸서 그런지 손님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정부의 '꽃게 포획금지기간 고시', 제대로 시행될까'밥도둑' 소리를 들어가면서 우리의 식탁을 즐겁게 해주는 꽃게는 암컷이 알을 품기 시작하는 6월 하순부터 2개월 정도 금어기(禁漁期)에 들어간다. 정부는 수산자원 번식과 보호를 위해 1974년 12월 처음 꽃게 금어기를 도입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날짜가 달라 혼선을 빚어왔다.
금어기 조정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자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역별 공청회와 실태조사를 거쳐 2013년 1월 14일 '꽃게의 포획금지기간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여 시행한다고 공포했다. 올해부터 서해 5도를 제외한 전국 어장을 6월 21일~8월 20일로 일원화한 것.
해역별로 다르게 정하여진 지 3년 만에 개정으로 전북·경인·충남권 금어기는 애초(6월 16일~8월 15일)보다 5일씩 늦춰지게 됐다. 다만, 서해 어로한계선 이북 어장 중 연평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 주변어장은 현재(7월 1일~8월 31일)처럼 유지된다.
농식품부는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은 서식환경 변화와 지역별 금어기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불법조업 다툼 등을 고려해 이같이 조정했다"며 "꽃게 금어기 일원화로 산란기 어미 꽃게 보호를 통한 어족 자원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
어민도 문제 있지만, 정부 책임이 더 커
평생을 수산업에 종사해온 임성식(76)씨는 "정부는 전시행정으로 그칠 게 아니라 밤낮으로 단속을 펼쳐 근해에 불법으로 설치해놓은 어망과 어구들을 철거해야 한다"며 "요즘 어청도, 연도, 대천 앞바다는 불법으로 쳐놓은 그물 때문에 배들이 다니지 못할 지경"이라며 괴로워했다.
임씨 주장에 의하면 정부는 산란기 꽃게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근해에서 작업하는 소형어선(20톤~30톤)들이 사용할 수 있는 그물을 5통~10통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야밤을 틈타 40통~50통씩 쳐놓고 주꾸미 새끼까지 잡아들이는 실정으로 규정을 지키는 어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단다.
임씨는 "지속적인 단속 및 불법 어구 철거는 어업질서 확립과 어장환경 개선은 물론 어족자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이대로 두면 어족자원 씨가 마를 것"이라며 탄식했다. 그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다며 기자가 보는 앞에서 목포 어업관리단(전 서해어업지도소)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충청·경기도 해상까지 단속구역으로 불법남획을 일삼는 중국어선들 때문에 손이 부족하다는 답변뿐.
임씨는 손이 부족하거나 재산권에 문제가 된다면 신고제를 활성화해서라도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은 어족자원 고갈을 앞당길 뿐으로 각성과 노력을 게을리하는 어민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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