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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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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가을 고향집 아래에 살았던 사촌뻘 되는 형수님이 '쯔쯔가무시병'으로 숨졌습니다. 제 어릴 적 기억으로는 정말 예쁜 분이었습니다. 평생을 청소노동자로 힘들게 살다가 번듯한 집을 겨우 마련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여든 두 살 된 저희 어머니는 자주 "이 세상에서 나 보다 고생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살아온 삶은 정말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성적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4050대는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희망을 품는 존재"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고향 동네 형수님과 어머니 그리고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한 4050대는 '평범'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50여차례나 '수술 받은 조엘 소넨버그, "검둥개"라는 인종차별과 성폭행을 당했지만 노래로 극복한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 1968  제19회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시상식에서 '블랙 파워 설루트'(Black Power Salute)를 한 피터 노먼등 자신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을 '희망'이란 단어로 이겨낸 23명의 감동 설화를 담은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김이율 지음 ㅣ 위즈덤하우스 펴냄)입니다.

이 땅에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나를 위하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충 분히 대우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찌 남에게 사랑과 대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합니다. 당신 자체가 사랑입니다.(본문에서)

헤밍웨이는 "세상은 우리 모두를 파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폐허 속에서 더욱 강하게 성장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자신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에 절망하지만, 에른스트 블로흐가 "인간은 끊임없이 희망을 품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어렸을 적(20개월) 부모님과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전신의 88%에 3도 화상을 입고 50여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살아남은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손실과 절망을 껶는다(중략)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말과 반응들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삶이 고달프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만합니다. 전 저를 사랑합니다. 저는 저를 믿으니까요. 저는 그 누구보다 강하니까요?"(본문에서)

인권의 깃발을 올린 고독한 육상 선수 피터 노먼

조엘 소넨버그가 자신에게 닥친 잔인한 절망을 이겨냈다면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육상 200m에서 은메달을 딴 피터 노먼(1942~2006)은 피부 색깔이 자신과 달랐던 흑인 인권을 위해 깃발을 올렸다가 온갖 멸시와 조롱을 받은 선수입니다.

멕시코 올림픽 육상 200m시상식은 지금도 흑인민권운동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미국 선수로 흑인인 토미 스미스(금메달)와 존 카를로스(동메달)는 시상식때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뻗기로 계획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번졌던 흑인민권운동을 지지하는 '블랙 파워 설루트'(Black Power Salute)였습니다. 그리고 노먼에거 함께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노먼은 잠시 멈칫했지만 동참을 약속했고, 더 나아가 장갑을 끼라는 아이디어까지 냈습니다.

"주먹은 흑인의 힘을, 검은 장갑은 흑인의 자부심과 인권을 상징"했습니다. 시상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 검둥이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그딴 짓이야"라는 온갖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흑인들은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위원회는 "불순한 정치적 행위라고 분노"했고, 조국 호주로 돌아온 노먼은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았습니다.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나는 외롭지만 괜찮아. 그 일은 옳은 일이니까"라며 자신이 행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2년 8월 호주의회는 44년만에 사과했습니다. 한 의원이 한 말입니다.

"그가 말없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처럼 우리 역시 늦었지만 용기를 내야 합니다. 우리 잘못을 인정하고 그의 인생에 사죄해야 합니다. 저는 의회 차원에서 그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건의합니다."(본문에서)

그리고 호주의회는 "피터 노먼과 그의 유족들에게 그리고 이 땅의 평화와 평등을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들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노먼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흑인 인권은 신장될 수 있었습니다.

검둥개, 그게 어쨌다는 거야...

'검둥개, 그게 어쨌다는 거야!' 빌리 홀리데이는 성폭행과 인종차별을 견디고 '재즈의 여왕',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검둥개, 그게 어쨌다는 거야!' 빌리 홀리데이는 성폭행과 인종차별을 견디고 '재즈의 여왕',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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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을 노래로 승화시킨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는 열 살 무렵 백인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당연히 경찰은 빌리 편에 아니라 백인 주인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심심하면 "검둥개"라는 인종차별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핑크색' 물감을 얼굴에 칠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검둥개는 치료 안 합니다". "우리 병원은 흑인은 받지 않습니다"고 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치료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습니다. 아버지 죽음 앞에 빌리는 절망하지 않고 노래했습니다.

남부의 나무에는 기묘한 열매가 열린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거린다
포플러 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상한 열매들

맛진 남부의 전원 풍경
튀어나온 눈과 찌그러진 입술
달콤하고 상쾌한 매그놀리아 향
그리고 갑자기 풍겨오는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여기 까마귀들이 뜯어 먹고
비를 모으며 바람을 빨아들이는
그리고 햇살에 썩어가고 나무에 떨어질
여기 이상하고 슬픈 열매가 있다-<기묘한 과일>

살아 있는 한 희망은 꽃핍니다...절망 하지 마세요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며 영혼이 담긴 목소리로 기억되는 빌리 홀리데이는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또 다른 말고 스무 명의 삶을 보면 '절망'보다는 '희망'을 가져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우리 삶이 팍팍하고, 할리데이와 노먼 그리고 소넨베그보다 훨씬 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망으로 우리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희망으로 우리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낫습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꽃핍니다...절망 하지 마세요.

절대 절망이란 없습니다. 물론 그날의 아픔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슴 한복판에 못 자국이 영원히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그 못 자국도 희망 앞에서는 결국 희미해집니다. 절대 멈춰선 안 됩니다.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삶은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것입니다(본문에서)

덧붙이는 글 |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ㅣ 13000원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위즈덤하우스(2013)


태그:#인생, #희망, #빌리 홀리데이, #피터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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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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