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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분향소 자리에 설치 된 임시 화단 저 자리는 꽃밭이 생겨야 할 자리가 아니다.  4대강이나 청계천 복유ㅓㄴ이 지닌 문제점들처럼.
대한문 분향소 자리에 설치 된 임시 화단저 자리는 꽃밭이 생겨야 할 자리가 아니다. 4대강이나 청계천 복유ㅓㄴ이 지닌 문제점들처럼. ⓒ 이명옥
2012년 4월 5일 대한문 앞에 세웠던 분향소가 2013년 4월 4일 중구청의 기습 침탈로 강제 철거됐다. 그 자리에는 다시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임시 화단이 만들어졌고 중구청 직원과 경찰들이 화단 주변을 지키고 있다.

그 화단 앞 혹은 화단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있을 때 약속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다 경찰에게 사지가 들려 연행을 당하는 쌍용차 동지와 연대하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시민 모두 꽃도둑이 되어 저 화단의 꽃과 흙을 모두 없애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잠시 서울시의회 의정조사관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이었는데 사계절 꽃값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사계절 길거리 꽃값 책정이라니... 겨울은 겨울답게 보내야지, 가로수에 금세 죽을 꽃들을 매달아 놓느라 시민들의 혈세를 꼭 낭비해야만 할까? 공원도 마찬가지다. 시민공원에 수시로 일년초를 심으며 공원녹지가 어쩌구 공공근로가 어쩌고 할 것이 아니라 다년생 유실수와 꽃나무를 심고 잔디 대신 채소텃밭을 가꾸면 어떨까 싶다.

공원마다 싱싱한 채소며 밀이며 보리가 심겨져 있고 근방 어르신들이 공공근로로 텃밭 가꾸기를 하고 어린이들이 공원으로 현장학습을 가면 어떨까. 어르신들의 지혜로 보리며 밀이며, 가지가지 채소의 이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텃밭 가꾸는 이야기도 해주고 말이다. 같은 공공근로라도 잔디에 풀이나 뽑고, 사계절 꽃밭이라고 알록달록 꽃을 심고 꽁초를 줍는 일보다 얼마나 생산적인가.

나는 꽃도둑이다. 이시백 장편소설
나는 꽃도둑이다.이시백 장편소설 ⓒ 한겨레출판
이문구의 대를 이어 농촌 문제를 파헤쳐 해학적인 문체로 기록해 온 이시백 작가가 이번엔  청계천 주변 소시민의 삶을 닮은 <나는 꽃도둑이다>를 펴냈다. 그의 소설은 배꼽이 빠지게 웃으면서도 눈물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학과 익살과 절박함과 뻔뻔함, 그러나 끝내 뻔뻔하지 못한 소시민의 삶이 곧 우리네의 일상이 아닌가 말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은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모습이라 더 현실감 난다. 이 책에선 공공근로로 낮에 청계천 변에 심었던 꽃을 밤에 몇 포기씩 캐다가 팔아 목숨을 부지하는 안 목사 내외, 청계천에서 홍수와 물살에 떠밀려 죽은 잉어를 고아먹으라고 줬다가 곤욕을 치르는 청소부, 결혼 이민자인 베트남 여성 등 밑바닥 층을 이루고 사는 서민들의 투박한 삶을 구어체로 담았다.

비루하고 뿌리가 없어 보이는 부평초 같은 인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에 등 떠밀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과 닮아있다. 어쩌면 이 소설은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런지도 모른다.

안 목사는 자신이 한때 교회를 세웠던 천변 어름으로 내려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안간힘을 쓰며 물소리로 위치를 가늠하며 한 발, 한 발 가까스로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일용할 양식과 바꾸기 위해 꽃을 뽑아 오느라 듬성듬성 비어 있는 꽃밭으로 다가갔다. 비에 젖은 몸이 허기와 함께 사정없이 떨렸다. 가물거리는 정신을 모아 그는 라면 박스에 담긴 꽃모종을 꺼내들었다. 그것들을 손에 쥐고 꽃밭을 더듬어 빈 자리마다 한 포기씩 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마리골드나 피튜니아는 씨를 구할 수 없어서 집에서 기른 봉선화와 분꽃을 대신 심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 그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도심 한가운데로 내리치는 뇌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주여, 부디 꽃을 훔친 저희를 용서하소서. 비바람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안 목사는 가져온 꽃을 다 심기도 전에 꽃밭에 쓰러졌다. 물을 따라 올라온 잉어들이 그 위에 몸을 얹은 채 숨을 거두던 꽃밭이었다. - <나는 꽃도둑이다> 중

아내가 몇 포기씩 캐오는 꽃을 방관했던 안목사는 집에서 정성스럽게 꽃을 가꾸어 청계천변에 옮겨 심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심은 꽃이 양심의 소리를 반영한 생명의 꽃이었다면 대한문 앞에 심겨진 꽃은 시민들의 연대의 마음과  해고노동자의 몸부림을 떨쳐 버린 죽음의 꽃밭이다. 5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꿈과 생명을 떨쳐 내기 위한 정책, 생명을 살리는 자연의 물과 생명을  끊임없이 죽이는 죽음의 개발 현장에 대한 고발이  <나는 꽃도둑이다> 안에 들어 있다.

대한문에 생명의 사람꽃이 다시 피어나길.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대한문에 생명의 사람꽃이 다시 피어나길.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 이명옥

안 목사가 정성스럽게 가꾸어 다시 심은 꽃이 인간의 양심을 깨우는 꽃이라면 대한문 앞 꽃밭에 심겨진 꽃은 추악한 인간의 욕망에 더렵혀진 생명이다. 늘 군홧발에 짓밟히고 뭉개지는 꽃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또 다시 대한문 앞 꽃밭의 꽃을 시민들이 한 포기씩 가져다 기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나는 꽃도둑이다/ 한겨레 출판/ 이시백 장편소설/ 12,000



나는 꽃 도둑이다

이시백 지음, 한겨레출판(2013)


#나는 꽃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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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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