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차량에 물품을 가득 싣고 들어오고 있다.
▲ 철수하는 개성공단 근로자 지난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차량에 물품을 가득 싣고 들어오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 '한반도'씨의 산소호흡기는 '개성공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25일 통일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안은 무위로 돌아갔다. 밀린 임금과 세금 등 남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있던 최후의 '7인'마저 북측의 통행 제한 조치 한 달째인 지난 3일 귀경했다. 개성공단 그리고 '한반도'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알다시피 개성공단 문제는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2008년부터 지속된 한미 양측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이후 남북대화는 물론, 6자회담도 중단됐다. 대화가 끊긴 빈 자리에는 어김없이 대립이 이어졌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3월 정전협정 백지화선언을 했다. 이젠 개성공단마저도 사실상 폐쇄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개성공단 문제는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 정상화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1950년 분단체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북간 적대적 갈등이 부른 '분단 비용'

통일부는 분단비용에 대해 단일 주제로 연구된 바는 없다면서, 외부 기관의 일부 연구자가 국방부문에 한정하여 추정한 비용 추계 결과를 보내왔다.
 통일부는 분단비용에 대해 단일 주제로 연구된 바는 없다면서, 외부 기관의 일부 연구자가 국방부문에 한정하여 추정한 비용 추계 결과를 보내왔다.
ⓒ 통일부

관련사진보기


분단 이후 남북간 적대적 갈등이 불러온 남북 양측의 피해는 실로 크다. 1948년 남북 분단 이래 지금껏 60년 넘는 동안 남한은 엄청난 액수의 '분단비용'을 지불해 왔다.

분단비용은 남북한의 분단상태가 지속됨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이다. 국방비, 이념 및 체제 유지비, 외교·행정비 등 분단관리를 위해 직접지불비용은 물론, 전쟁 위험으로 인한 공포, 이산가족의 고통, 국토이용의 제한 등 분단으로 인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분단비용에 포함된다(통일부 답변자료).

가장 최근 사례로, 지난 3월 6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위협 이후 4월 9일까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무려 492억2000만 달러(약 56조 원)에 달한다. 이른바 '한반도 디스카운트'의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추산하는 분단비용은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 차원의 분단비용 추정치는 없다. 지난 4월 29일 통일부가 내게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통일부 정책 연구과제인 '통일재원 마련 방안'의 통일 편익 부분에서 분단비용이 일부 언급된 바 있으나, 단일 주제로 분단비용이 연구된 바는 없"다. 한편 "외부 기관의 분단비용에 대한 계량적 연구는 많지 않으나, 일부 연구자가 국방부문에 한정해 추정한 비용 추계결과는 최대 175조원(조동호, 1997년, 국방비·병력 등 계산)에 달한다"고 한다.

남북간의 적대적 공생

엄청난 '분단 비용'의 이면에는 남북간의 적대적 공생관계도 있다. 알다시피 남북한의 분단·전쟁체제는 남북 양쪽을 '비정상국가', 즉 병영국가·전시국가로 만들었으며 외부와의 전쟁을 위해 내부의 적과의 전쟁을 만성화했다. 남한에서 분단·전쟁체제는 반공주의, 즉 만성적인 우익독재체제를 의미한다(김동춘 교수, 2012년 11월 5일 '분단과 복지' 학술대회).

분단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법치를 훼손하고 독재 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빌미가 됐고, 독재체제는 시장경제의 바른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민주적 발전을 가로막았다.

분단 체제 하에서 고립된 또는 고립을 자초해온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르는 왕조 독재 체제를 3대째 세습 중이다.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벼랑 끝 외교'를 되풀이해온 북한은 거듭되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미국·EU 등의 제재로 인해 경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매년 반복되는 식량난에 수많은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다.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인권 역시 대단히 취약하다. 그럼에도 소위 '김씨 왕조'는 여전히 굳건하다.

통일은 남북공동번영의 길

통일부장관 스스로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개성공단의 운명이 촌각에 달린 지금,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통일은 북한만을 위하거나 남한만의 이익이 아니다. 남북공동번영의 길이다.

지난 2011년 10월 통일부가 발주한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결과 보고에 의하면, 통일에 따른 편익의 경우 남북한 통합 시너지효과에 힘입어 GDP 8위, IMD 세계경쟁력 7~8위권, UNDP 인간개발지수 10위권, 복지지수 15위권 등 경제·사회·문화 제반 측면에서 선진국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계량화할 수 있는 대표적 편익으로는 통일 이후 10년 동안 재정 이전으로 인한 북한지역 편익이 90조 원(불변가격 기준), 무형의 편익도 분단비용 해소 16.63조 원, 경제활성화 16.36조 원, 비경제적 편익 16.22조 원 등 49.21조 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평화는 유지돼야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대화 채널은 모두 끊어지고, 남북화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에 이어, 남북경협의 상징 개성공단마저 폐쇄된 지금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모한 주장으로 들릴 지도 모른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통일을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평화는 유지돼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됐든, 한반도의 안정이 됐든, 현안인 개성공단 정상화가 됐든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다. 대화 없는 대결과 반목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진행될 수 없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닫겠다고 하면, 우리는 애초 약속대로 2단계, 3단계 더 투자하고 늘리겠다고 통 크게 제안해야 한다. 금강산을 함께 논의하자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대화를 열 수 있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포석이다.

대화는 '굴복'이 아니라, '정치'다.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지만,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는 마오쩌둥의 말도 있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대화는 지속됐다.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이 조인되기까지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은 만 2년간(1951년 7월 10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159회의 본회담(159시간 42분)과 765회의 각종 회담을 개최했다(합참정보본부,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참고).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대화'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상대방의 상처만 긁어대는 계속된 언론플레이로는 현재의 이 대립과 갈등을 타개할 수 없다. 현재의 높아져가는 갈등상태를 진정시키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자는 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무엇인가? 통일이라는 남북공동번영의 길을 포기하고, 굳이 인류역사상에서 가장 소모적인 상태인 민족분단을 고집할 것인가?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한반도'씨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주선 기자는 19대 국회의원(광주 동구·외교통상통일위원회)입니다.



태그:#개성공단, #분단비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