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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교사들은 업무분장으로 몸살을 앓는다. 담임을 맡느냐 맡지 않느냐 못지않게 어떤 업무를 맡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교육과정과 교육 목표, 교사의 특성에 맞는 업무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저 끼워 맞추기식으로 업무를 나누기에 급급하다. 서로 귀찮고 어려운 일들은 떠맡지 않으려는 보이지 않는 다툼이 벌어진다. 자연스런 귀결로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한테 힘든 업무가 몰리곤 했다. 불편하지만 이게 솔직한 교직사회의 자화상이다.

지난 4월 한 교원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중·고교 교사 62%는 학생과의 상담 시간이 1주일 동안 채 1시간도 채 안된다고 발표했다. 상담시간을 어떤 시간으로 보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같이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교사와 학생사이에 소통이 단절된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자료에 따르면, 교사들은 과도한 행정업무, 수업·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 학생·학부모의 비협조적인 태도, 분장업무 부담 순으로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손꼽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수업 및 수업 준비는 교사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지만 나머지 것들은 죄다 교육 외적 요인이다. 그만큼 교육외적 요인이 교육을 갉아먹고 있다는 반증이다.

교원업무정상화, 교사를 본연의 자리로 돌려놓는 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은 강원행복더하기학교와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에 이어 교원업무정상화로 공교육의 가능성을 되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원업무정상화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가고 있다. 교사도 가고 싶은 학교. 그 밑바탕에는 모호했던 교육업무와 행정업무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실질적 체계를 만들어 실천한 때문이다.

교원업무정상화는 도교육청의 5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정상화'라는 말에서 보듯 교사를 본연의 자리인 학생과 교실로 돌려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실제로 강원도교육청은 올 3월로 도내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사 배치를 끝마쳤고, 이들이 기획과 인사 분야를 뺀 모든 공문서 업무를 도맡아 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삼척 도계여중 김홍예 교사는 "교무행정사 배치로 교원의 행정업무를 경감토록 한 것이 교사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며 "올해는 담임까지 맡았지만 담임 업무 이외의 업무가 거의 없어 수업 준비나 학급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여고 김지영 교사도 "공문 처리 같은 행정업무를 교사가 하지 않아 수업 연구에 매진할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아울러, 교과교실제 업무보조가 배치되어 이론에 매달렸던 과학 수업이 탐구 중심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교사 10명 중 7명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강원지역 교사 설문(유, 초, 중, 고 교사 865명 참여)
▲ 교원업무정상화계획 이후 강원지역 교사 설문(유, 초, 중, 고 교사 865명 참여)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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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도교육청이 강원지역 교사 865명이 참여한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강원지역 교사 10명 중 7명은 행정 업무가 줄어들고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교원업무정상화를 위한 단위 학교의 노력에 대해서도 89.9%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행정업무 감축을 위한 교장, 교감 같은 학교관리자의 노력, 눈에 보이기 위한 전시성 행정 축소와 실적 사업 조정, 교무행정사의 권한 강화, 위임전결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교육계획서에 실린 학교 행사에 대한 별도의 계획서나 기안을 다시 하는지 여부, 그리고 수요일을 교육청 행사 없는 날로 정해 수업과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 답변이 60%를 넘지 못해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지역교육지원청의 노력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따라서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의 분기별 공문서 감축률을 공개하고, 공문서 경유 기관의 단축과 의회 개원 기간에 이루어지는 각종 자료 요구의 경우 이를 체계있게 수집·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견줘, 지역교육지원청의 사업과 대회에 의무 참여를 요구하는 관행, 학교 및 교육청 주관 행사 없는 수요일 운영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60%를 넘어 정책이 무리없이 현장에서 뿌리내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도교육청 "현장 사례를 공유하고 어려움에 귀 기울이겠다"

한편, 도교육청은 교원업무정상화가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오는 5월 13일부터 31일까지 학교 자체점검표를 바탕으로 40여 개 학교를 선정해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원업무정상화 종합계획 적용 여부, 교무전담팀과 교무행정사 운영 현황을 살펴 우수 학교의 사례를 공유하고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할 방침이다. 

도교육청 박을균 학교혁신과장은 "설문조사 결과 교원업무정상화를 위해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구성원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사업추진에 따른 교직원들의 목소리를 귀하게 듣고,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이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무완 기자는 현재 강원도교육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원업무정상화, #행정업무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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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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