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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상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 공조 방안, 한미 FTA 이행,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등이 의제로 오른다.
 한미 양국 정상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 공조 방안, 한미 FTA 이행,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등이 의제로 오른다.
ⓒ 연합뉴스·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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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30분(미국 시각, 한국 시간으로는 8일 0시 30분)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과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만난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시간은 30여 분, 통역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회담 시간은 길어야 20분간 진행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20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두 정상의 합의 내용에 따라 북핵 위기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등 한반도에 닥친 위기가 조기에 해법을 찾을 수도, 장기화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이날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단독 회담과 오찬 회담, 공동기자회견 순으로 진행된다. 두 정상은 미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회담을 하고 이어 백악관 각료회의실로 옮겨 12시 30분부터 45분간 오찬을 함께한다. 이후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1시 30분부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회담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하고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오바마 만나는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난제

정상회담을 앞둔 박 대통령 앞에는 난제도 적지 않게 놓여 있다. 이번 방미의 코드명 '새 시대'(New Era)에 담긴 정부의 뜻대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을 뛰어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동시에 국익도 챙겨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위기 해법 모색, 박 대통령이 꺼내 놓을 '서울 프로세스', 즉 동북아 다자간 협력 구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는 두 정상이 회담 직후 '한미동맹 60주년 기념공동선언을 채택하기로 한 만큼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채택한 동맹미래비전의 동어반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2009년 동맹미래비전도 한미동맹을 기존의 군사동맹 차원을 뛰어 넘어 외교·경제 등 비군사 분야까지 포함하는 21세기형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주철기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에는 앞으로 수십년을 내다보고 한미동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의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의 선 변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떻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낼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 간에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비정치적 분야의 이슈를 공유하며 신뢰를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협력 분야를 북핵 문제 등 민감한 이슈까지 확대해 가자는 '서울 프로세스' 구상을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한미원자력협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공감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동맹 강화 기조 속 국익은? 첫 정상회담 징크스 깰까

문제는 한미 FTA 독소 조항 재협상,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 등 국익과 관련된 이슈다. 재정 절벽 문제로 재정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미국은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42% 수준인 방위비 분담 비율을 50%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미 FTA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 요구도 물리칠 가능성이 크다.

8일로 예정된 미 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에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매릴린 휴슨 회장이 참석하는 점을 볼 때 무기 구매 확대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첫 정상회담 징크스를 깰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보수와 진보 등 성향이 다른,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에서 코드가 맞지 않는 정상 간 첫 회담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 집권 후 서둘러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 보수정권의 냉랭한 반응을 확인하는데 그쳤고 임기 내내 대북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첫 정상회담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핵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회담을 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했다. 

이번 정상회담 역시 보수(새누리당 정권)와 진보(미국 민주당 정권)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열린다. 비록 이번 회담에서는 대북 정책을 놓고 두 정부가 대립할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4년간 임기를 함께할 두 정상이 보여주게 될 외교적 궁합의 내용은 앞으로 10~20년 후의 한반도 상황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그:#박근혜, #오바마,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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