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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준영 기자] 1시간 만에 모든 것이 끝났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쇠사슬도, 노인들의 항의도 경찰이 합세한 행정대집행을 막지는 못했다.

서귀포시청은 10일 오전 8시부터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맞은 편에 설치된 천막 2동에 대한 철거에 들어갔다. 이 날 시 재난관리과와 건설교통과 공무원 100여명이 투입됐고, 경찰은 인근에 6개 중대, 4개 제대 등 총 769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쇠사슬로 목과 천막 지지대를 연결한 채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천막은 철거됐고, 그는 연행됐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쇠사슬로 목과 천막 지지대를 연결한 채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천막은 철거됐고, 그는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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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는 천막 1동을 자진철거 했지만, 나머지 1동 마저 허물 수 없다며 주민 40여명이 천막 안팎에 모여 경찰, 시청 직원들과 대치했다.

천막 주변을 둘러싸며 주민들의 출입을 막았던 경찰은 수 차례의 경고방송에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천막에서 나오지 않자 8시 30분쯤 안에 있던 사람들을 차례대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철거는 속도를 내 시청 직원들은 차례대로 쇠파이프로 된 골격을 분리하고 천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강동균 마을회장과 마을 주민 등 4명은 쇠사슬에 몸을 묶고 저항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강 회장은 천막 중앙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앉은 채 쇠사슬로 자신의 목을 지붕 지지대에 고정시켰다. 다른 주민과 활동가 3명 역시 각자의 몸을 기둥에 고정시켰다.

경찰은 절단기를 이용해 쇠사슬을 끊고 강 회장과 주민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쇠사슬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무리하게 진압을 해도 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천막 안에 남아있던 10여 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두 경찰에 의해 이동되고 천막이 찢겨져 나가자 분개한 강 회장은 의자와 테이블을 치우고 쇠사슬에 목을 맨 채 허공에 몸을 던졌다. 경찰들이 강 회장의 몸을 들어올리고 쇠사슬을 잘라내면서 위급한 상황은 모면했다.

결국 행정대집행 1시간 만에 천막과 인근의 조형물들은 완전히 분리돼 트럭에 실려나갔다. 천막 안에 몸을 쇠사슬로 묶었던 강 회장과 마을 주민 등 총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공무원들 마저 "이럴수가"... 마을 주민 '탄식'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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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마을회장의 어머니인 고병연(80.여)씨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한탄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의 어머니인 고병연(80.여)씨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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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이 완전히 철거되고 강 회장까지 연행되자 마을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는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행된 강 회장의 어머니 고병연(80·여)씨는 "이렇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몰상식한 일을 한 당신들이 대한민국 경찰이고 공무원이냐"며 "우리는 강정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철거를 집행한 서귀포시청을 겨냥해 "당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려고 이러는 것이냐"며 "특히 서귀포시장은 단 한 번도 강정에 와서 불법공사 현장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다시 몸싸움이 시작됐다. 서귀포시가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공사차량을 동원해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 곧바로 화단 조성에 들어간 것.

김향욱 서귀포시 건설교통과장은 "불법 시설물 설치가 반복되니 주민과 저희들이 계속 부딪치고 주민이 연행되는 사태도 발생한다"며 "공공부지이기 때문에 하천 전용 허가를 받고 화단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 남아 항의하던 주민과 활동가 10여명은 경찰과 대치하다 결국 한 명씩 끌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평화활동가 김모(40.여)씨와 박모(32) 순경, 부산 1기동대 소속 이모(44) 경위가 6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서귀포시는 10시 30분께 공사차량을 투입해 본격적인 화단 조성 공사에 돌입했다.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을 동원해 현재 흙과 돌을 쌓아 다지는 등 기본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에 철거된 천막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해군기지 철야 공사가 이뤄지자 같은 해 11월 10일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저지범대위가 불법공사 감시 목적으로 설치했다. 서귀포시는 세 차례 계고장을 전달하고 자진철거를 유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행정대집행을 최종 결정했다.

강정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 등 반대단체는 서귀포시가 강경하게 행정대집행에 돌입할 필요가 있었냐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은 "행정대집행이 차후에도 또 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고, 행정이라는 것이 분명 유도리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렇게 주민들 말살해가면서까지 반드시 당장 해야 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김재봉 서귀포시장이 앞서 행정대집행을 하더라도 경찰 앞세우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체포가 이뤄지고 주민이 추락했다"면서 "사무처리는 주민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건 해군의 요구만 받아들이고 주민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행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10일 오전 8시 서귀포시청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철거에 들어가 1시간만에 모든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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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철거가 완료되자 서귀포시청은 곧바로 화단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천막 철거가 완료되자 서귀포시청은 곧바로 화단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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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구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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