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지난 4월 1일 파업에 돌입한 지 오늘로 41일째를 맞았다.
회사측의 단체협상 인정과 장시간노동 철폐, 적정한 운송단가를 위한 표준계약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이 노조 인정 자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불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
특히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전국 차원에서 파업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레미콘 노조가 소속된 울산건설기계지부 내의 5대 기종(굴삭기, 덤프, 레미콘, 펌프카, 크레인)도 파업에 동조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혁신도시 건설 등 지역의 공사마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왜 파업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한 번 운송을 위해 수 시간 대기... 장가도 못 가"울산에는 400여 대의 레미콘(특수노동자)이 있으며, 16개 레미콘 업체의 물량을 받아 운송일을 하고 있다. 이중 260여 대, 전체 65% 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표준계약서가 없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예사며 장거리 운행이 많아 실제로는 힘들게 일하고도 생계비마저 못 벌어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11일 한 레미콘 노동자는 "한 번 운송에 3만4000원을 받는데, 회사측의 횡포로 장거리를 뛰다보니 하루 두 번밖에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울산건설기계노조 장현수 사무국장은 "레미콘 노동자들은 오전 2시에도 출근하고, 밤 12시까지 한 번 운송을 위해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수 시간을 대기를 해도 아무런 수당도 없다"며 "하루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대기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노동속에서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총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요일에도 일하던 것이 꼭 지난해까지였다"며 "레미콘 노동자들과 붙어서 같이 작업하는 부산, 울산, 수도권 일부 펌프카 노동자들이 노조가 조직되어 일요휴무 투쟁을 하는 덕분에 지금은 일요일 휴무가 정착되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레미콘 노동자들은 일요일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레미콘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한 후 레미콘 업체측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이 단체협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측이 완강하자 지난 4월 22~26일 레미콘노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굴삭기, 덤프, 펌프카, 크레인 등이 동조하며 징검다리 파업(필요에 따라 파업)에 동참하는가 하면 13일부터 다시 2차 징검다리 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울산의 레미콘노조 파업을 위해 월요일인 13일 전국건설노조 200개 지부, 지회 등에서 200여 대 이상의 방송차량을 울산으로 총집결해 대시민 선전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국건설노조 이용대 위원장은 "회사측이 협상을 외면하고 파업조합원 와해분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레미콘 사측을 울산 곳곳에서 규탄하는 내용의 홍보선전을 진행하는 한편 레미콘공장에 대한 규탄투쟁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대 위원장은 이어 "레미콘 사측이 자신들의 권한 밖인 노동자성, 노조법적용 시비로 불법파업으로 몰아가면서 적정운송비, 장시간노동문제 개선, 불공정한 계약서 수정·삭제를 요구한 협상내용은 무시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든 파업대열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해 노조와해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선별복귀와 선복귀 후협상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건설노조는 13일 오전 9시부터 회사측의 대체차량 저지활동도 벌인다는 입장이라 자칫 대규모 마찰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레미콘노조 파업 41일 째, 왜 협상 안되나레미콘노조와 전국건설노조의 주 성토 대상은 '대원레미콘'이다. 이 회사는 울산지역 16개 업체 중 3개사를 보유하고 있고, 회사 대표가 울산지역 레미콘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대원레미콘의 강경한 입장으로 다른 업체들이 눈치를 보고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파업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 민주노총과 야권, 시민사회단체 등은 울산시가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잇다.
울산지역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은 장시간노동 철폐, 적정운송, 건설기계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지극히 소박한 생존권 요구를 내걸고 시작됐다"며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연대파업으로 확산되고 있어 혁신도시 등 지역 건설현장에서 공기지연, 공사중단 등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레미콘 사측이 교섭을 통한 사태해결에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미 지역 레미콘 노동자의 65% 이상을 조직한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의 대화요구마저 거부하는 것은 노사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 결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및 야권은 레미콘 사측과 사용자단체가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즉각 교섭에 나설 것, 울산광역시와 박맹우 시장이 노사간 교섭성사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 정부와 경총, 공안기관은 건설기계 파업에 개입하지 말고 노사간 자율교섭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회사측 "노조는 협상의 대상 아니다"이에 반해 레미콘 사측은 노조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고 있다. 대원레미콘측은 11일 "노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일년마다 도급계약이 체결되는데, 계약을 맺기 전 합의가 안돼 계약이 만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레미콘 조합원들의 주장에 대해 "한 번 운송에 3만 4000원으로, 부지런히 일하는 레미콘은 월 500~600만 원이 지급되며 운송 기름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앞서 3차례 협상을 했지만, 그들이 '단체교섭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데, 개별 사업자와 계약하는 우리가 그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측의 입장이 완강한 반면 레미콘노조를 돕기 위해 울산지역 특수노동자는 물론 전국건설노조마저 가세함으로써 앞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