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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4일(토) 200일 철탑농성 연리문화제에서
 지난 5월 4일(토) 200일 철탑농성 연리문화제에서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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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업체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5월께 현대차 정규직 노동조합의 임단협 출정식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비정규직투쟁위원회를 만들고 8월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그해 12월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이 노동부에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것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에 들어가 일하면서 겪은 불법파견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그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인정하라"며 줄기차게 싸워오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라고 판결내렸습니다. 현대차가 불응해 계속 상소를 올렸으나 2013년 2월 23일 대법원은 2010년 7월 22일 내린 판결에 대해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대신 신규채용으로 답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조와는 거리가 먼 하청업체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판결한 불법파견은 '해당자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 하라'는 내용인 것이 법률의 상식임에도 현대차는 정규직 전환 대신 신규채용으로 불법파견을 무마시키려 했습니다.

2003년부터 노동조합 활동하다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불법파견에 해당되지만,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만도 수백여 명에 이르는 데도 현대차는 그런 부분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 또한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사내업체에 들어가 일하다가 2003년 5월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겨나면서 함께해왔습니다. 열심히 농성에 합류했지만 소득이 없었고 업체가 바뀌면서 신임 업체장이 "노조 탈퇴 않으면 다른 사람 쓰겠다"는 협박에 노조를 탈퇴하고 다녔으나 2010년 3월 중순께 제가 다니던 공정이 모듈화 사업에 의해 외주 하청업체로 넘어갔고 그바람에 저는 정리해고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란 희소식을 접하고 그해 9월께 다시 노조가입을 복원 시키고 지금까지 정규직 전환 복직의 희망을 안고서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하고 있는 중입니다. "불법파견 문제 협상으로 풀자"는 비정규직 노조의 제안을 거부하며 폭력탄압으로 대법판결을 무시했습니다. 대법판결 승소자인 최병승 조합원은 5월 11일 토요일로 철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 지 207일째를 맞았습니다. 하다못해 불법파견 협상하자고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철야 노숙농성중인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를 지난 5월 6일 오전 11시께 경찰에 의해 모두 연행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철야 노숙농성 시작한지 15일째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몽구·이건희 등 재벌기업가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현장의 외침,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5월 10일(금) 18시 삼산동 거리 선전전
 5월 10일(금) 18시 삼산동 거리 선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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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농성하던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는 경찰에 의해 옆으로 밀려난 상태로 20일째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울산은 11일 현재 207일을 철탑농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다른 지역 철탑농성하는 노동자들이 건강문제로 철탑농성 접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맥빠지는 소식이 들릴때마다 불법파견 문제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 제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철탑에 가끔 가봅니다. 여전히 붙어있는 고시문도 저에겐 힘듭니다. 하루 철탑 사용료 60만 원 내라고 하는 내용입니다. 현대차도 수시로 "철탑을 치겠다"는 발표를 해서 농성자를 긴장 시키고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12월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중단해버렸습니다.

불법파견 문제가 풀려 현대자동차에 정규직 전환이 되면 모두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고립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울산에서 서울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 이행하라, 대법판결 이행하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10일 오후 6시 삼산동 롯데호텔 모퉁이에서 선전전을 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농성에 함께 하기위해 임시직으로 일다니는 저는 오후 5시에 일을 마치고 곧장 삼산동으로 갔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와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나와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몇 분이 나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연설을 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선전전 하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선전전 하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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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통해서 이렇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10년도 넘었지만 처벌하지는 않고 그 범법자를 박근혜 정부는 미국을 방문하는데 경제사절단 명분을 내세워 같이 여행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200일 넘게 현대차 명촌문 앞 철탑위에 올라가 불법파견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서울 현대차 본사 앞에서 10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름으로 발행한 선전물도 나눠줬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선전물을 받자마자 슬며시 버리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삼산동 거리에서 20여 명의 노동자만 "현대차 불법파견"을 외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0년 넘게 불법파견으로 노동착취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십 억 수백 억 손배가압류를 당하고 구속수배를 당하며 용역 경비들에게 폭행 당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고자 나서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현대차가 왜 10년 넘게 범죄를 저질러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침묵은 노동 착취의 범죄를 묵인한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008년 미국 소 광우병 파동이 발생하면서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번진 일이 있었습니다. 불법파견은 범죄입니다. 노동자들이 '책임자 처벌,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농성하는건 당연합니다.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특권층에만 유익한 나라가 되는건 아닌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볼 일 아닐까요?

 무심히 지나치는 울산시민들.
 무심히 지나치는 울산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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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조합#현대차 불법파견#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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