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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의 〈엄마의 약초산행〉
▲ 책겉그림 신혜정의 〈엄마의 약초산행〉
ⓒ 라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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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늦가을과 봄이면 나는 엄마와 함께 늘 저 멀리 뒷산엘 올랐다. 소나무 마른 가지 잎을 긁어모으는 울 엄마를 따라나서기 위함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엔 그랬지만 커서는 나도 나뭇잎을 지게로 짊어지고 왔다.

엄마가 여기저기 떨어진 소나무 잎들을 한 짐 크게 엮는 동안 나는 그 숲속에서 자라난 난초와 고사리를 꺾었다. 예쁘게 핀 야생 난초를 집 뒤뜰에 심었고, 곱게 자란 고사리는 나물로 묻혀 먹곤 했다.

신혜정의 <엄마의 약초산행>을 읽기 전에는 그 시절의 추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더 뚜렷이 그 일들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그때는 오래된 소나무 등껍질에 줄줄이 붙어 있는 '느타리버섯'도 많았고, 예쁜 갓을 쓴 '송이버섯'도 많았는데, 그게 몸에 좋았다니, 새삼 놀랍기만 하다.

"반드시 약초를 캐리라는 마음을 먹고 산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무엇을 발견하든 자연에 감사했습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조금씩 올라오는 머위 줄기를 뽑아 된장에 쌉싸름하게 무쳐내고, 두 주먹 넘치도록 꺽은 두릅을 살짝 데쳐 가족들과 함께 먹는 시간이 그저 좋았습니다. 욕심 없이 산을 다니다보니 결국엔 산삼까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프롤로그)

그렇다. 이 책은 전문 약초꾼들을 위해 쓴 게 아니다. 그녀도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산을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그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고 소박하게나마 나물과 약초를 캐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을 펴낸 것일 뿐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송이버섯'
▲ 책 속 그림 출판사에서 제공한 '송이버섯'
ⓒ 라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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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에는 너무나도 좋은 정보들이 많다. 취나물과 우산나물, 어수리와 고추나물, 두릅과 엄나무를 비교할 수 있는 사진까지 실려 있고, 복분자와 오미자 그리고 돌배와 돌복숭아로 효소를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고, 같은 듯 다른 천마와 산마 그리고 단풍마까지 상세하게 밝혀놓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이 책의 네 번째 장에서 소개하는 '약이 되는 버섯'은 너무나도 유용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봤음직한 그 버섯들이 독이 되는 버섯인지, 약이 되는 버섯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은 그걸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돕는다.

"오미자넝쿨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건강 재료다. 사람들은 열매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잎도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줄기를 우린 물은 머리를 감고 행굴 때 사용하면 머릿결이 좋아진다. 잎을 살짝 볶아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렇게는 먹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미자 효소는 때마다 만들고 있다."(109쪽)

사실 오미자 하면 그 열매만 생각하여 술을 담가놓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것은 열매뿐만 아니라 잎까지도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또 줄기를 이용해 머리감는 물로 쓰고, 또 잎으로 차를 마신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오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왜 그걸 몰랐을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나물 무치는 방법'
▲ 책 속 그림 출판사에서 제공한 '나물 무치는 방법'
ⓒ 라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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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지를 깨끗하게 씻어서 가급적 잘라 썰어 말려둔다. 영지는 가능한 작게 잘라야 악이 되는 물질이 많이 우러나온다고 한다. 물에 넣고 끓일 때가 많지만, 간혹 술도 담그는데, 우리 집에는 2005년에 담근 영지 술이 아직도 있다. 영지 술은 우리 집에 좋은 일이 생긴 날, 혹은 귀한 손님이 오신 날 내 놓는다. 아무 때나 마시기엔 조금 아깝다. 영지가 보통 몸에 좋은 것이어야지!"(220쪽)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밝혀두고 있는 '영지버섯'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그녀가 영지버섯을 따던 날도 그걸 꼭 따겠다고 간 게 아니었다. 그저 능이를 따겠다고 갔던 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마당에 바위는 미끄럽고 길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바로 그때 그걸 캐냈다고 한다. 그게 암과 싸우는 힘까지 길러준다니, 귀하긴 귀한 모양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내게도 욕심 하나가 생긴다. 월요일은 가끔씩 시간이 나니, 호미 하나를 들고 산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나도 그녀처럼 투박하긴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이 담겨 있는 약초와 산나물을 캐야겠다. 마치 어린 시절 울 엄마를 따라 야생 난초와 고사리를 꺾던 그 시절을 다시금 회상하면서 말이다.

더욱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우리 집 세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산엘 올라가야 겠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신혜정 님처럼 아내와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맛난 나물과 몸에 좋은 약초를 효소로 담아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다니다 보면 혹시 알겠는가? 나도 산삼을 캘지…….


엄마의 약초 산행 - 평범한 주부의 약초 산행 그리고 그녀의 밥상 이야기

신혜정 지음, 한동하 감수, 라이스메이커(2013)


태그:#신혜정, #〈엄마의 약초산행〉, #영지버섯,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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