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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문화재단
 대구문화재단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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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지난 4월 26일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권한을 축소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한 12명의 이사 가운데 9명의 이사가 사퇴서를 제출한 가운데 지역의 일부 언론이 해당 상임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통과시킨 개정 조례안은 대표이사가 재단의 최고 경영자이면서 이사회의 대표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축소하고 이사회의 의결권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어 문화재단이 정관을 개정할 경우 시의회 해당 상임위에 사전 제출하도록 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단의 의결사항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문화재단이 대구시 조례에 의해 설립되었고 정관도 조례에 근거를 두고 제정됐기 때문에 시의회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녕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조례가 통과된 후 "재단을 총괄하는 이사장이 있는데 경영을 책임진 대표가 이사장의 권한인 이사회의 운영권도 함께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 역할과 경영진의 역할을 구분해 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대표에게 부여하고 이사회에서는 이를 제대로 감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가 개정된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재단 이사장인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한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이사와 감사 대부분이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시대착오적이고 반문화작인 발상"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퇴했다.

이들은 "지금의 대표이사 체제에서는 의결권, 인사권, 예산편성권, 사업추진 등 단 하나도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가 공개적인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고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밀어붙이기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비난했다.

 대구시의회가 대구문화재단에 대한 조례를 개정하자 일부 이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퇴했다.
 대구시의회가 대구문화재단에 대한 조례를 개정하자 일부 이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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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와 문화재단 간의 갈등이 불거지자 지역의 유력일간지인 <매일신문>은 지난 4월 27일자 기사를 통해 "대구문화재단 해결은 김 시장 손에 달렸다"며 기존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사진의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어 5월 3일자 사설을 통해 "문화재단의 발전을 통해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높인다는 본질은 어디 가고 권위와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결과가 어떻든 이번 파장을 부른 당사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개정 발의해 통과시킨 조례안을 문화복지위원회와 대구문화재단만의 갈등으로 묘사하고 이재녕 문복위원장의 책임을 처음 거론한 것이다.

이 일간지는 급기야 13일에는 이재녕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매일신문은 "'조례 개정안 잘못 시 사퇴' 실천하길"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의회의 권한만 앞세워 여론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복위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례 개정안은 잘못됐다"고 단정지었다.

또 "이 의원은 100% 시민 세금을 지원받는 문화재단의 이사회 권한을 강화해 대표이사의 전횡을 줄이고 시민을 위한 문화재단으로 만들고자 조례를 개정했다고 했으나 재원이나 운영 방식 등 대구문화재단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챙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은 "재단 이사들이 대구문화예술계 전체의 대표는 아니지만 현직 예총 회장과 현직 문화예술인,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기업체 대표 등이 포함돼 있어 대표성은 충분하다"며 "대구 문화예술계 전체를 싸잡아 자기 분야의 이익을 위해 밥그릇 싸움을 하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 만으로도 이 의원이 사퇴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매일신문은 최미화 논설실장의 칼럼 '시장님, 혹시 뒷손 잡으셨나요'를 통해서도 "이재녕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의 문화계 간섭이 연타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렇듯 매일신문이 대구문화재단을 감싸는듯한 기사를 연이어 내보내자 자사 이기주의와 지역문화계를 좌지우지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의 문화계를 장악하고 문화행사를 통해 자사의 이익을 챙겨온 언론사가 언론의 힘을 앞세워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인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언론인은 "대구의 문화에 대해 특정 언론사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지역의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이 중심을 잡고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재단의 한 인사는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시가 문화행사를 하기로 기획했으나 뒤늦게 매일신문이 뛰어들어 공동주최로 할 것을 요구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지역 일간지의 영향력에 눌린 대구시가 양보를 요구해 와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른 언론사 출신은 한 명도 근무하지 않지만 매일신문 출신이 대구문화재단에 여럿 포진해 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매일신문 출신인 김정길 전 문화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뒤 1년도 채우지 않고 지역의 방송사 대표로 옮긴 후 아직 대표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임 대표에 매일신문 출신을 심으려 한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한편 대구시의회 이재녕 문복위원장은 "이사들이 사퇴할 정도로 (개정조례안이) 잘못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의회가 재단에 대한 권한 행사를 하거나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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