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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맞춤을 하고 있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맞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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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발표니까 뽀뽀 이런 것도 하면 좋을까요?"

턱시도를 입은 두 남자가 두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췄다. 김조광수(49) 감독과 그의 연인 김승환(30)씨는 기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대한민국 최초로 동성 결혼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에도 동성 결혼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결혼 발표장이지만 두 사람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서 헌법 소원뿐만 아니라 법적 투쟁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2005년부터 사귀기 시작해 올해로 '9년차 커플'인 이들은 오는 9월 7일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성애자들만 결혼식 할 수 있는 것 아니다"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예술영화관 아트나인 야외무대에서 두 사람의 결혼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회견의 제목은 '다양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 오후 2시가 되자 검정색 턱시도를 입은 김조광수 감독이 나타났다. 김조 감독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 결혼을 하겠다고 하게 된 김조광수라고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저의 결혼식이 많은 사람들한테 '우리사회에서 이성애자들만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들에게도 이성애자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저와 함께 미래를 꿈꾸려고 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되려고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어 그의 연인 김승환씨가 검정색 턱시도를 입고 등장했다. 그동안 김조 감독의 '19살 연하 연인, 화니'로만 알려져 있던 김씨가 공식석상에 얼굴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을 "김조광수 감독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주)레인보우 팩토리 대표를 맡고 있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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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04년 게이 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에서 처음 만나 2005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숨어사는 게이"였던 김승환씨는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나면서 비로소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동반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조 감독은 "다른 이성애자 연인들처럼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사귀면 사귈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지었다.

프로포즈는 김조 감독이 했다. 2010년 감독으로서 첫 장편 데뷔작인 <두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다. 김조 감독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제가 프로포즈를 했고 오케이를 했다"면서 "3년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혼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부모님은 저의 동반자와 저와의 관계, 결혼식에 대해서 반대를 하신 적이 없다, 늘 지지해 주셨다"면서 "다만 아들이 공개적으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면서 받게될 욕설과 비방에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이런 자리가 늦어졌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제일 힘들었던 점은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부모님께서 저희 결혼을 허락해주셨고 축복해주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 이렇게 서있지만 여전히 떨린다,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토타임을 위해 테이블을 옮기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파트너는 19살 연하인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로 이 날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했으며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토타임을 위해 테이블을 옮기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파트너는 19살 연하인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로 이 날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했으며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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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가진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가진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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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합법화 투쟁 함께할 것"

두 사람의 결혼식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할 예정이다.

김조 감독은 "축의금을 모아서 LGBT 센터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김조 감독은 "다른 나라 대도시에는 LGBT 센터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LGBT 센터가 하나도 없고 논의도 안된다"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만 기다릴 게 아니라 축의금을 가능한 많이 모아서 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결혼식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부를 계획이다. 김조 감독은 "대선 당시 멘토단으로 활동했던 문재인 의원, 반기문 UN 사무총장, 박근혜 대통령도 초대할 생각"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저와 정치적 사상적으로 다르지만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많은 분을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씨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 위한 투쟁도 함께 전개한다. 김씨는 "아직까지 법 테두리 안에서 동성결혼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서 헌법 소원뿐만 아니라 법적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게도 한마디했다. 김조 감독은 "마치 기독교 전체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힘든 싸움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조 감독이 입을 열었다.

"제가 15살에 게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받아들이는데 15년 정도 걸렸다. 30살 무렵에서야 게이라는 것이 행복하다,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 인생의 목표가 게이라서 행복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는 괴로운 사춘기를 보냈지만, 제 뒤에 오는 성소수자에게는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힘들게 자기 자신을 내모는 사회는 만들지 말아야 겠다'. 그렇게 생각한 게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이다. 19년 만에 사람들 앞에서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행복하다."


태그:#김조광수, #동성결혼, #동성애, #게이,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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