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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란조에서 자식교육의 힌트를 얻다

저의 아이들 교육 기저는 '방목'과 '탁란'입니다. '방목'은 부모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하겠다는 '교육 없는 교육'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반면 '탁란'은 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습성에 주목한 것이지요. 휘파람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두견이와 쇠유리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매사촌은 분명 자신이 새끼를 돌보는 것보다 휘파람새와 쇠유리새가 더 성실하고 뛰어난 육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탁란은 육추능력을 다 갖추지 못한 부모로서 취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다만 저는 탁란조처럼 산란과 포란까지 남에게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의 육추만을 단기적으로 의탁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골의 분교에서 한두 학기를 수학하게하거나 다른나라의 교환학생제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골의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시골에서 살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다녔던 고향 농촌마을의 유촌국민학교가 폐교되기 전에 세 아이들을 그곳에서 두 학기를 수학하게 했습니다. 막내는 미취학 연령 때였지만 두 누나를 따라 학교를 오갔습니다. 제가 어릴 때 그리한 것처럼 그들은 시골길을 걸어서, 때로는 논둑이나 개울에서 한눈팔면서 학교를 오갔고, 1·2·3학년 합반된 6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분교의 학생으로 살았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서양의 예의범절과 습속을 교육하거나 영어습득을 위한 영어환경을 만들 수 없고 또한 비싼 학원비를 부담할 능력도 없었으므로 그런 환경 속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마침 미국에서는 공립학교에 1년간 학비를 면제해주고 국가가 의탁한 기관에서 보증하는 검증된 가정에서 무료로 숙식할 수 있는 공립학교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첫째 나리와 막내 영대는 그 제도의 수혜자입니다. 

학원공부가 아닌 방식으로 어학습득이 가능했고 미국에 한국의 저희 부부와는 사고와 헌신의 방법이 다른 부모와 형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사립학교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저와 아들에게 1년학기동안 학비가 면제되는 미국의 공교육만으로도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를 익히고 관용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둘째아들 영대가 미국공립학교인 '헤이즌고등학교' 재학시 동료학생들과 노스다코타 주의회의사당을 방문하고 입법회의 참관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서양의 의회민주주의 활동에 직접 참여케 하는 것은 다른 둥우리에 의탁하지 않고는 제게 불가능한 경험들입니다.
 둘째아들 영대가 미국공립학교인 '헤이즌고등학교' 재학시 동료학생들과 노스다코타 주의회의사당을 방문하고 입법회의 참관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서양의 의회민주주의 활동에 직접 참여케 하는 것은 다른 둥우리에 의탁하지 않고는 제게 불가능한 경험들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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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공교육이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에 속한 영역이며 당연한 도리이며 사회적 책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교육'이라는 기준입니다. 부모와 학생 개개인이 생각하는 좋은 교육에 대한 내용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성숙과 사회적 필요, 국가의 미래 그리고 각 개인의 행복에 기초가 될 '좋은 교육'의 공통분모를 찾아 실행하고 있는 것이 공교육입니다.  

공교육은 엄청난 국가의 재원과 인력이 투입되어 국민 모두가 수혜자가 되는 교육입니다. 하지만 이 공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학부모 스스로 학교를 세워 그들의 이상에 따라 자녀들을 교육하는 대안학교가 많아지고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대신 집에서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대안학교는 부모가 힘겨운 재정을 부담해야하고 홈스쿨링 또한 결코 만만한 방식이 아닙니다.

홈스쿨링과 대안학교의 대안으로서 공립학교를 교육 소비자와 그 부모의 공통적 필요에 맞추어 변화시키자는 용기 있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조심스럽게 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7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남매의 엄마인 정유진씨부터 몇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정유진씨는 사교육과 대안교육으로 내 아이만을 도피시키는 대신 공교육을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교육현장으로 만들고자하는 의지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구심점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인적구성원들의 모임을 '행복한 공립학교를 만드는 부모들-Paju'로 정하고 연대할 사람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5월 22일에 그동안 함께 공교육에 대한 고민들 나누었던 분들과 첫 번째 만남을 갖고 그 이상과 나아갈 바를 논의하기로 했답니다.

아직은 다들 뚜렷한 그림들을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늦은 평일저녁 이른 퇴근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할 아이들을 데리고 모여든 

행복을 만들고 싶은 아빠엄마들의 마음과 

 


강원도에서 평일 수업을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지하철에 버스에 서너 시간이 넘는 고단한 여정 후에 

단 두 시간 동안 자신의 신념을 얘기하고 다시 

심야고속버스에 몸을 맡길 선생님의 열정을요. 

 


‘행복한 공립학교를 만드는 부모들-Paju’는 

이렇게 시작해 보려합니다.
 아직은 다들 뚜렷한 그림들을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늦은 평일저녁 이른 퇴근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할 아이들을 데리고 모여든 행복을 만들고 싶은 아빠엄마들의 마음과 강원도에서 평일 수업을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지하철에 버스에 서너 시간이 넘는 고단한 여정 후에 단 두 시간 동안 자신의 신념을 얘기하고 다시 심야고속버스에 몸을 맡길 선생님의 열정을요. ‘행복한 공립학교를 만드는 부모들-Paju’는 이렇게 시작해 보려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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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라님이 재대로 하지 못해 생겨난 일이라고 이 나라가 문제고, 선생들이 문제고, 부모들이 문제고, 아이들이 문제라며 욕만 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 대신, 같이 모여 내 아이와 내 아이 친구들을 지켜내고 더불어 행복한 방법을 찾는 에너지로 바뀐다면 분명 모두들 손 놓고 어찌할지 모르는 우리나라 공교육을 꼭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금의 공교육이 바뀌면 각종 사회문제도 대두되는 것들도 상당수 건강한 답을 찾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공교육문제는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이고 중심이라 생각하니까요."

정유진씨가 이 일에 앞장 선 이유입니다.

공립학교는 국가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국가 정체성과 도덕적 기조라는 점에서 사교육과는 전혀 판이한 성격을 지닙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입장에서 공교육에 대한 끝임 없는 토론과 연구를 통한 방향수정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또한 공교육 주체는 교육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비자의 재정적 후원자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모들의 발언도 경청해야 된다고 여깁니다. 그 의견을 모으고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행복한 공립학교를 만드는 부모들'의 활발한 활동과 그 활동을 발안하고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 공교육시행기관에서는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합니다.

이 활동은 결코 내 아이만을 위한 이기심의 발로일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 아이가 속한 공동체의 영향 없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 아이가 자라 건강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그 공동체 모두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마을에서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온전치 못하다면 그 마을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교육이야말로 진정 함께 힘을 합칠 일입니다.  

또한 '멀리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라'고 했습니다. 함께하면 어려운 그 목표도 더욱 수월해지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행복해하는 공교육, 부모가 보내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실 분들의 공론의 자리가 더 많아져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모티프원을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공교육, #행복한 공립학교를 만드는 부모들,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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