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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동의 도로가에 쳐진 천막농성장에서 이 마을 동네슈퍼마켓 주인인 정종삼씨가 허망한 듯 바로 앞에 마주보이는 대형슈퍼마켓을 바라보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의 도로가에 쳐진 천막농성장에서 이 마을 동네슈퍼마켓 주인인 정종삼씨가 허망한 듯 바로 앞에 마주보이는 대형슈퍼마켓을 바라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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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5시, 울산 동구 방어동의 2차선 도롯가에 쳐진 천막농성장에는 이 마을 동네슈퍼마켓 주인인 정종삼씨(42)가 바로 앞에 마주보이는 대형슈퍼마켓을 허망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방어점 철수를 위한 농성 79일째'라는 글자가 적힌 천막농성장 바로 앞에 있는 SSM에는 손님들이 연이어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2월 25일 홈플러스가 이곳에 300㎡ 규모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기습 개장하자 동네 슈퍼마켓들이 '다 죽는다'며 항의했다. 곧이어 상인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농성이 벌써 79일이나 된 것이다. (관련기사: <"출점계획 없다더니"... 홈플러스, SSM '기습개점' 논란> 

동네슈퍼주인 "SSM 자진 철폐할 때까지 농성 계속할 것"

지난 2월 25일 동구 방어동에 SSM이 들어선 이후,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장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동네슈퍼마켓 두 곳이 문을 닫았고, 동네 슈퍼들은 "매출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네 상인들은 현재 홈플러스가 이곳 익스프레스를 자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할 동구청은 수차례 자율협상 권유를 해왔고, 최근에는 울산시까지 나서 자율협상 대화를 마련했지만 홈플러스측은 '위에 보고하겠다'고 한 후 아무런 연락이 없다. 마지막 협상을 가진 날이 지난 4월 25일이었다.

지역 상인들이 자진 철폐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와 대형마트 3사, SSM 4사가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열고 '2015년까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신규출점을 자제키로' 합의했는데도 이를 어기고 개점한 점, 홈플러스측이 관할 동구청이 개점 3일 전까지도 개점 여부를 묻었지만 '개점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도 기습개점 한 점 등이다.

이날 농성장과 마주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도롯가에 진열장을 차려 놓고 1+1 행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을 끌기 위한 할인행사였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기도 한 정종삼씨는 "직접 눈으로 보시는 것 같이 홈플러스측이 상인을 위해 자제하기는커녕 수시로 할인행사까지 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지역 중소상인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농성장에서 지내다 보니 자신의 가게는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가게에 필요한 장을 보고 나면 하루종일 농성장을 지키는 것이 일"이라며 "아내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자진 철폐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래죽어나 저래 죽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선지 3달 가까이 되면서 손님들이 점점 이곳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지역상인들은 "이곳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쯤 될 것으로 파악된다"며 "결국 이 지역 상가의 매출이 그만큰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5월 17일 오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점 진열대에 할인행사 물건이 진열돼 있다
 5월 17일 오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점 진열대에 할인행사 물건이 진열돼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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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5시 30분쯤, 이곳 SSM에서 물건을 싸서 나오던 한 주부에게 물으니 동네슈퍼와의 연관성은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주부는 "손님은 매장이 크고 싼 곳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기습 개점한 후 관할 동구청장이 이를 질타하며 주민에게는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산다는 생각으로 동네슈퍼를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이 당부가 별로 먹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앞다투어 이 문제를 보도하던 언론에서도 이제는 관련 기사를 보기가 힘들다. 이렇게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사이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지역상인들의 농성은 길어만 지고 있는 것이다.

정종삼씨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이 바로 주민들의 무관심과 기업논리였다"며 "이렇게 우리지역 중소상인이 무너지면 대기업들은 '얼싸구나'하고 전국에서 연이어 SSM을 쏟아낼 것"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은 수시로 SSM에 들어가고 나오는 고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 동구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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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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