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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Walkie Talkie Europe(워키토키 유럽)〉
책겉그림〈Walkie Talkie Europe(워키토키 유럽)〉 ⓒ 이담
공자가 그랬다고 하던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말이다.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사람 사이에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고, 반면교사 삼고 싶은 사람도 없지 않다. 

꼭 훌륭한 게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군가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 시골의 촌부(村夫)에게서도 그렇고, 국내를 벗어난 유럽 한 복판에서도 그렇다. 그곳서 살아가는 이름 모를 사람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를지라도 말이다.

최규동·추광재·황경태·홍윤선의 <Walkie Talkie Europe(워키토키 유럽)>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회학도인 최규동, CEO 추광재, 변호사 황경태 그리고 농부 홍윤선씨. 그들 네 사람이 각자의 관심사를 갖고 80일간 유럽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지리나 문화를 탐사한 걸 선보이는 게 아니다. 순전히 그곳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뭔가를 스스로 깨닫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들 네 사람을 생각하자니, 마치 200년 전의 중국을 향해 배낭여행을 떠났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른바 연암 박지원 말이다. 그가 '연경'을 돌면서 중국의 물질물명 속에 파고든 그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듯이, 그래서 열하일기를 남겼듯이, 그들 네 사람도 그런 차원에서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 박지원이 살았던 땅에서 자라난 네 남자들의 '여행하는 법'이 여기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찍고, 즐기는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유럽인들을 실제로 만나고 대화하며 건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뿐 아니라 그것들 뒤에 담겨 있는 유럽의 문화적 삶, 문화적 태도를 이해하고 맛보고자 했다."(프롤로그)

사실이 그랬다. 이들 네 사람은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나눈 것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그곳 사람들과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며,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부대낀 것들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뭔가 배울 게 있고, 깨달을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서푼 말이라도 독일어와 영어는 조금이나마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이제 통일이 되고 20년이 지난 가운데, 독일사회의 통합에 방해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회가 이 문제들을 푸는 데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까요?"
"먼저 통일 후 교회 자체가 하나 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통일이 되면서 동독사회가 서독사회를 맹목적으로 강제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보면서 동독교회는 서독교회의 방식을 그렇게 따라가는 것을 주저했죠."(69쪽)

최규동씨가 독일 땅 베를린에서 만난 홀 박사(Dr. Holl)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그들 두 사람은 독일이 통일될 때 동서독 교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허심탄회하게 나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베를린 사람들 60%가 다시금 베를린 장벽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단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 '형제애'라는 명목으로 국가에 낸 소득세의 5.5%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걸 희생하는 게 만만치 않았으니, 사랑의 밑바탕 없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동서독교회에 부딪힌 난관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동서독 국민들의 마음을 이전처럼 내적으로 하나로 모으는 것 말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는 북한을 위해 5.5%의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만큼 북한 사람들을 위한 종이 될 수 있을까? 심히 고민이 되는 물음이다. 최규동씨는 그와 같은 물음과 고민을 그곳 베를린 땅에서 이야기를 나무며 떠올렸던 것이다.

"저는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사도 바울의 글에서 해석의 여지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않나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창녀인 마리아도 받아들이셨죠? 그렇다면 그의 뒤를 따르는 우리도 모든 사람을 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리아가 예수님께 받아들여진 후에도 창녀의 생활은 계속했을까요?"
"…그래도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잖아요?"(228쪽)

변호사 황경태씨가 스코들랜드 복음화의 진원지인 영국의 에든버러 인근의 한 카페에서 '아이오나 공동체'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그는 그들 공동체에게 초대받아 맛있는 식사를 나눴지만, 그래서 마음이 따뜻했지만, 불쑥 꺼낸 '동성애'에 대해서는 마치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황경태씨는 그들을 보며 그런 신앙심의 신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모든 것에 대해 OK라고 하시며 받아주시는 하나님' 말이다. 자신들이 이미 머릿속으로 그려 놓고 섬기길 원하는 그런 경배의 대상자 말이다.

과연 그대는 그들의 '동성애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황경태씨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신을 모시고 있는 걸까?

이 밖에도 이 책에는 IT기업 CEO이자 '부산사나이'인 추광재씨의 여행기를 비롯해, '농부' 홍윤선씨가 들여다 본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담겨 있다. 그들의 남다른 '서유견문록'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200년 전 열하일기를 통해 귀중한 깨달음을 전한 연암 박지원이 마치 살아 돌아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기도 하다.


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외 지음, 이담북스(2013)


#최규동·추광재·황경태·홍윤선#〈WALKIE TALKIE EUROPE(워#200년 전의 연암 박지원#형제애#동서독교회의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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