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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아침의 텃밭에는 자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시골집 텃밭 풍경 오월아침의 텃밭에는 자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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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침햇살 속에 시골집 텃밭에선 밤새 내려앉은 영롱한 이슬이 빛나고 있습니다.

시골 오두막집 주인은 아침 여섯시 반이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저절로 뜨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의 대주인 신성한 그분께 앉은 채로 눈을 감고 기도를 합니다.

"오늘도 새 생명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가족과 이 땅을 보호 하시어 가축을 돌보아 주세요."

그리고 이른 아침에 한 시간 반정도 텃밭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꽃들과 나무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귀여운 토끼와 병아리를 달고 다니는 암탉에게 먹이를 주고 강아지랑 잠깐 놀아 줍니다. 애교 많은 강아지 방실이는 반갑다고 펄쩍 뛰어오르며 연신 촌아낙의 손을 깨물며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닙니다. 올해는 암탉이 너무 일찍 알을 품어서인지, 추운 날씨 탓인지 수십 개의 알 중에 병아리 한 마리를 탄생 시켰네요. 흰 닭과 노랑암탉은 알 품기를 포기했는지 돌아다니고 다른 붉은 암탉이 알을 품고 있어요.

암탉은 병아리가 깨어나면 돌보느라고 다른 알들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탉과 토끼가 내놓은 부산물과 예산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엠을 가져다가 뿌렸더니 마늘이 실하게 자라네요. 비료나 제초제, 살충제를 전혀 뿌리지 않은 100% 유기농 마늘입니다. 더러는 마늘 심을 때 살충제를 뿌리는데요. 저희는 살충제 대신에 나무로 불을 땐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텃밭에 뿌려서 마늘과 파밭에 살충 효과를 얻습니다. 옛날에 우리조상이 대대로 해오던 풍습 중엔 감자를 반으로 잘라 나무 재를 발라 심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적치마와 청상추 씨앗을 뿌려서 상추가 자람에 따라 풀을 캐내고 상추를 솎아주며 키웁니다. 이른봄 삼월이면 각종 씨앗을 뿌리는데 채소 중에서 상추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육모 장에서 오이 모종을 사다가 심고 아욱 씨앗을 감나무 아래에 뿌렸더니 연한 잎이 자라고 있어요. 병충해 방지와 해갈이 방지를 위해 혼작을 합니다. 혼작이란 한 작물을 한곳에 많이 심지 않고 다른 채소와 섞어서 심는 것입니다. 시골집 아낙은 봄부터 아침저녁으로 호미로 풀을 뜯다보니, 손톱 끝에 풀물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몸에 흙내음과 풀냄새가 베이며 촌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앵두꽃이 지고 난 자리에는 앵두들이 많이 달리고 깨알같은 포도열매가 맺혔어요. 늦가을에 돼지감자를 캐서 효소를 담고 작은 돼지감자들은 그대로 텃밭에 두었더니 이제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네요. 돼지감자는 천연인슐린이 함유돼 있어 당뇨예방에 좋고 효소를 만들어 음식이나 차로 음용 할수가 있지요.

시골집 마당에 있는 물 내려가는 곳에 귀촌할 즈음에 돌미나리를 캐다가 심었더니 지금은 많이 번식했습니다. 돌미나리 덕택에 비가 와도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고 봄마다 미나리 나물과 부침개를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돌미나리 효소도 담가먹을 수 있고요.

부추는 뿌리 식물로서 해마다 그 자리에서 뿌리로 번식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자랍니다. 질경이는 씨앗이 떨어져 번식력이 매우 왕성합니다. 질경이 씨앗은 한방에 차전초라고도 하며 약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질경이 등 시골집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산야초들을 매일 조금씩 채취하여 흐르는 물에 씻어서 바구니에서 물기를 뺀다음에 큰 항아리에 설탕과 함께 재어 놓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건더기는 건져내고 액체만 모아 다시 발효를 시킵니다.

관절이나 뼈에 좋다는 골담초 꽃이 올해도 피었습니다. 골담초 꽃은 한 일주일가량 피었다가 빨리 지는 꽃으로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감상하고 꽃이 지기 전에 따서 꽃전, 꽃차와 효소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올해는 바빠서 그냥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시골은 이렇게 아침 해가 어디에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 모르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

화살나무 잎사귀는 점점 더 거세지며 연두색 작은 꽃이 피기 시작하네요. 홑잎 사귀는 봄에 나물로 먹고 가을에 빨간 열매는 약재로 사용하고요. 화살나무 단풍잎사귀는 화려하지요. 농수로를 따라 쭉 일렬로 서있는 시골집 감나무에선 이제 작은 잎사귀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감나무 잎사귀는 과일나무 중에서 가장 늦게 잎사귀를 틔웁니다. 달디단 단감나무가 너무 커서 감을 따기가 어려워 작년에 촌아즘이 톱으로 하늘 높이 솟은 나뭇가지를 싹둑 잘랐더니 모양이 별로 안 예쁘네요. 감 잎사귀가 무성하게 나오면 시골집 조망도 되고 모양이 예쁠 것 같습니다. 누가 감나무 옆에 있는 넝쿨장미를 끈으로 얌전히 묶어주고 갔네요.

시골집 텃밭의 마뇽의 샘입니다. 집 주위에 있는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집 앞으로 흐르는 농수로인데요.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아침저녁으로 물이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작은 실개천인 줄 알고 감탄했답니다. 가뭄에 텃밭에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좋습니다. 모든 작물은 적당한 햇빛과 물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아침저녁으로 저 밭고랑을 다니며 호미로 풀을 뜯어내어 닭과 토끼에게 줍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풀이 자라므로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풀밭 천지가 됩니다. 농촌 사람들이 왜 일일이 손으로 풀을 뜯어내지 못하고 제초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가를 이 유기농 텃밭을 하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농인 경우에는 제초제 값보다 인건비가 더 비싸기도 합니다.

올해도 텃밭에 심은 블루베리꽃이 방울방울 달려서 맛난 열매가 기대됩니다. 작년에 블루베리케익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군자 매화 꽃이 진 진자리에는 매화가 달리네요. 이 매화나무는 귀촌할 즈음에 이웃사람이 기념으로 심어준 것인데요. 다른 나무와 달리 이 나뭇가지는 땅을 보고 아래로 자라서 군자 매화라고 부릅니다. 감나무와 다른 나무는 하늘높이 자라기에 수확의 어려움을 피해 나뭇가지를 잘라주는데 비해 군자 매화는 전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스스로 겸손하면 득이 된다는 것을 자연에서 배웁니다. 이른봄에 맛난 나물을 제공하던 원추리도 조만간 화사한 꽃을 피우겠지요. 돌절구에 분홍 연산홍이 지고 나면 다른 꽃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수선화가 지고 장미가 자라며 해마다 청초한 꽃을 피우는 비비추가 나무그늘 아래에서 아침 이슬을 달고 반갑게 맞이 하네요.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촌이 자연의 축복을 가득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이른 아침에 텃밭과 동물을 돌본 후에 회사 출근 준비를 하러 집으로 들어오는 촌아낙의 손에는 텃밭에서 거둔 채소들이 들려 있었습니다. 부추와 나무 두릅, 취나물, 삼겹순 그리고 달래의 흙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담가놓습니다.

무성한 삼겹순을 낫으로 베어 직장동료에게 된장국 끓여 먹으라고 조금씩 나눴는데, 처음 보는 채소라 생소하단 분들도 있었지만 건강에 좋은 것이니 바지락 넣고 심심하게 된장국 끓여 드시라고 했습니다.


태그:#텃밭, #시골집, #골담초, #농수로, #앵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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