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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부의 복지, 보건, 노동 정책기구가 계속 개편됐어요. 2000~2004년에는 보건복지부, 2005년~2008년에는 노동복지부로, 그리고 2012년부터는 노동, 보건, 복지 분야가 제각각 분리됐어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보건 분야는 제대로 모릅니다."

몽골의 바야르새홍 노동복지청장
 몽골의 바야르새홍 노동복지청장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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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부의 체계가 변하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아시아 몽골의 노동복지청장 바야르새홍이 전한 말이다. 바야르새홍 청장은 "현재 몽골은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토대로 건강보험안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7월께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은 데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금요일 저녁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 만찬장. 이 자리에는 바야르새홍 청장을 비롯해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부리야트의 아나스타샤 국민사회보호부 수석차관과 세르게이 국립보훈병원장, 그리고 한·몽·부 사회정책학회 박순일·윤조덕 부회장 등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한·몽·부 사회정책학회(회장 김종구), 한국사회정책연구원(원장 박순일), 국민건강보건공단(이사장 김종대), 국립재활원(원장 방문석), 한국외국어대중앙아시아연구소(연구소장 김대성) 등이 공동 개최한 '한국과 중앙유라시아 국가의 사회정책 비교' 국제세미나를 지난 4월 30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개최했다.

이어 이들은 지난 1일 속초에서 카자흐스탄을 새로이 추가한 한·몽·부·카 사회정책학회를 결성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만찬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주최국 한국을 비롯해 몽골·부리야트·카자흐스탄 등 각국의 보건·복지·노동 관련 부처 고위공무원과 학자·전문가 등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4박 5일 동안 각국의 사회복지·노동·보건의료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며 학술 발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과 몽골, 부리야트는 '한몽부 사회정책학회'를 결성, 각국을 돌며 국제 세미나 등을 열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에서 가진 마지막 공식 일정 만찬 장면.
 한국과 몽골, 부리야트는 '한몽부 사회정책학회'를 결성, 각국을 돌며 국제 세미나 등을 열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에서 가진 마지막 공식 일정 만찬 장면.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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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짬을 내 바야르새홍 청장과 아나스타샤 차관·세르게이 원장을 연이어 인터뷰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이해 안 가"

아나스타샤 차관은 "한국과 몽골의 교류 협력 성과를 들었다"며 "한국의 복지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고 사회관련 분야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이번 행사 참석 목적을 설명했다.

아나스타샤 차관은 "지난 한국의 대선 때 핵심쟁점 중 하나가 '복지'였는데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의 첫 번째 쟁점이 아마 복지일 것"이라며 답변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한국의 사회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아이와 부모·남편과 아내 등 사람들의 관계가 무척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사람에 대한 공경과 존중이 남다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의 자연스런 애정 표현과 정이 부러웠다. 현재 (부리야트의) 10개 이상의 연구기관이 한국을 방문했고 계속 교류를 이어갈 생각이다."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부리야트의 아나스타샤 국민사회보호부 수석차관.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부리야트의 아나스타샤 국민사회보호부 수석차관.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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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부리야트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의료분야와 사회복지·장애인복지·학생 교환 등과 관련해 양해각서협정 체결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달 한국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부리야트의 부통령을 만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 온 협정은 성사 단계에 놓여있다.

아나스타샤 차관은 "개인적으로 장애인 복지를 비롯한 장애인 환경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러시아가 의사들을 한국으로 실습과 체험 활동을 많이 보내듯 부리야트도 앞으로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원장은 국립병원장답게 구체적인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건강보호는 아주 중요한 분야다. 러시아의 경우 대통령이 책임지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리야트에도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이 모두 있지만 한국의 진주의료원처럼 정부에서 폐쇄시키려는 경우는 없다. 암 센터를 비롯해 산후조리원 등 임신부 보호 시설 등은 많을수록 좋은데 어떻게 병원을 폐쇄시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세르게이 원장은 "진단과 처방 중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의 병원시설과 인력은 매우 우수해 많이 배우려고 하지만, 항공료와 체류비 등의 비용 부담 때문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세르게이 원장은 "한국의 의사들이 부리야트로 많이 파견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부리야트의 세르게이 국립보훈병원장.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인 부리야트의 세르게이 국립보훈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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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야트는 현재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협정을 성사시킨 뒤, 러시아 모스크바 연방정부의 협정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세르게이 원장의 바람은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몽골 복지사회정책 열악... 정부, 적극 개입 예정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자리한 몽골과 부리야트 공화국은 공히 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영토에 각각 300만 명, 100만 명 남짓한 인구밖에 살고 있지 않다. 선진 의료시설과 우수한 인력, 다양한 복지 정책 등이 필요한 이들 국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상급식, 진주의료원 등의 논란으로 어수선 했지만,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선망의 대상이다.

바야르새홍 청장은 "수혜자 중심의 보건, 복지 제도 마련과 장애인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특히 병상 규모에 따라 국가 예산이 차별 지원되는 등 보건 분야가 문제"라고 몽골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말을 이었다.

"몽골의 경우 그동안 장애인의 환경은 비정부기구(NGO)들이 앞장서 사회적연대 활동을 벌여온 게 거의 전부였다. 장애인협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장애인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가 너무 무관심했던 탓이다. 이제부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안과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 그는 "몽골의 행정구역마다 장애인복지센터를 설립하여 의료·직업훈련 등의 사업을 하고 싶다"며 "한국의 장애인보장구 제작 및 공급·장애인 직업훈련제도와 복지센터 운영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배우고자 하며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한국과 몽골, 부리야트, 카자흐스탄 등 한몽부카 사회정책학회 회원들이 지난 2일 설악산에 오른 모습. 이들은 내년에 부리야트의 수도인 울란우데에서 국제세미나 등 교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과 몽골, 부리야트, 카자흐스탄 등 한몽부카 사회정책학회 회원들이 지난 2일 설악산에 오른 모습. 이들은 내년에 부리야트의 수도인 울란우데에서 국제세미나 등 교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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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일 부회장은 만찬 송별사를 통해 "복지와 보건·노동·교육 등은 나라마다 정서와 문화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나라에 상관없이 똑같다"며 "우리나라가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듯이, 교류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사회정책과 모범 사례들을 계속 배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몽·부·카 사회정책학회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몽골·부리야트·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 내년부터 우즈베키스탄이 합류, 교류 국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내년 학술대회는 부리야트의 수도인 울란우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사회정책학회, #몽골, #부리야트, #카자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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