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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치유
 입양치유
ⓒ 뿌리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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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입양 치유>는 2003년 미국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미국 입양인 조 솔과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 캐런 부터보가 함께 쓴 책이다.

저자 조 솔은 네 살 때 입양으로 친모와 이별했다. 그 후 자라면서 저자는 친모와의 이별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경험해왔다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저자는 자기 전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친모와의 강제이별의 고통을 항상 인식해왔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저자는 그런 말 못할 상실감의 고통을 무시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해왔다. 생존하기 위해서 저자는 "이별의 고통을 실제가 아닌 것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고백한다.

성인이 되어서 저자는 친모와 다른 친척들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그는 친모가 자신을 양육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게 만든 환경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이런 분노를 자신의 직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생산적 에너지로 승화시켜나갔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화난 감정을 원한으로 품고 사는 대신 발전적 방향으로 승화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이 책은 한 입양인이, 입양 보낸 어머니, 입양부부, 입양인들과 함께하며 21년간 연구한 임상연구서이다. 또한 입양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당한 모든 어머니를 위한 치유서다. 그래서 저자 조 솔은 이 책을 쓴 목적을 "어머니와 자녀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더 이상 어머니와 자녀가 쓸데없이 헤어지지 않도록 돕는 것"에 두고 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입양으로 자녀를 잃은 많은 어머니들과 일하면서 그녀들이 입양과정에서 입양인과 똑같은 심리적 아픔과 상처를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인 이러한 어머니들의 경험과 아픔이 우리사회에서 무시되고, 간과되어왔다고 지적한다. "전쟁의 공포도 아이를 상실한 슬픔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저자는 인간의 근원적 아픔인 친 가족 간의 이별로 인한 비극의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이자 이 책의 공동저자 캐런도 "상실의 상처(트라우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입양이 초래한 결과를 딛고 살아가려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이 책은 당신을 위해 훈련과 지원을 제공한다" 라며 이 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친모가 아기를 키우는 것이 이기적인가?

"당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부에게 양육을 양보해야 한다."
"당신이 아이를 양육하려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다."

과거 미국에서만 600만 명의 어머니가 임신하고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임신한 어머니들을 극도로 무력하게 만든 이 말은 친모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친모(싱글맘)들은 자신의 임신을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일로 받아들이는 현실과 사회적으로는 선한 일로 용인되는 입양이라는 현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많은 친모들은 결국 '이기적인' 양육 결정을 포기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런 근원적 질문을 해봐야 한다.

"정말 한 어머니가 자기가 낳은 아기를 스스로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진정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마음인가?"

저자 조 솔
 저자 조 솔
ⓒ Joe S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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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설득, 권고, 강요에 의해 친모들이 '선택'한 입양은 엄밀한 의미에서 선택이 아니었다. 더 많은 아이를 입양 보내야만 수익이 창출되는 입양기관, 복지예산을 줄이려는 인색한 정부, 싱글맘과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멸시, 차별,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가정파괴였다. 그 누구도 싱글맘에게 적극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에 대한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단지 아이를 떼어내려 했을 뿐이다. 아이를 친모로부터 떼어 내어 입양 보내야 만 돈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자 조 솔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추방된 어머니로서 당신은 사회에서 아이를 지킬 만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을 인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당신은 이것을 믿어야만 한다! 돈벌이를 중요시하는 입양산업에 대항하는 싸움과 노력은 결국 실패했다. 당신은 기회가 없었다!

사회에서 차별받고 멸시받는 약자인 싱글맘이 거대한 다국적기업과도 같은 입양산업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고 저자는 친모들에게 알려 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친모들이 죄책감과 자기학대의 감정을 갖지 말라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준다. 아울러 저자는 향후 세대들은 의지할 곳이 없는 임신한 여성들을 적절하게 대하고, 그래서 그 여성들이 자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 역사에서 1970년대에 이르러 최소한 백인 인구 내에서 임신중절 합법화와 피임 등으로 백인 '사생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입양에 필요한 건강한 백인 유아의 공급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사생아는 미국에서 더 이상 오명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은 더 이상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사회 이혼율의 증가로 양부모 가족이 아닌 한부모 가족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 구성이 정당한 것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돈 되는 것은 다 수출하던 시절,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에서 입양할 수 있는 백인 유아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나란히 입양을 원하는 백인 부부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부족한 백인 유아 대신 입양기관들은 이제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입양 가능한 유색인 아동이라도 찾고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이런 해외입양산업에 우리나라는 아동해외송출국 1위로 해외입양시장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아동을 수출해서 막대한 외화를 벌이들이고, 어려운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줄임으로써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며 소위 조국근대화와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된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 1953년부터 1968년까지는 매해 1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아이를 해외입양 보냈다. 그러나 1969년 1192명, 1970년 1932명, 1971년 2725명 등 그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해 전두환정권기인 1985년에는 무려 8837명으로 독보적으로 해외입양 1위 국가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박정희-전두환 정권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나라는 우리가 낳은 아이를 해외에 판매한 해외입양으로 매년 2000만~40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1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에게 박정희가 포상을 주며 수출산업을 권장하던 시대, 또 기생관광을 통해 외화를 끌어 들이던 달러가 몹시 요긴하던 시절에, 아동을 해외에 팔아서 버는 연간 2000만~4000만 달러는 독재정권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도 같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경제성장이나 '효율성'은 곧 괴물이 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다. 그 말은 우리나라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어머니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구조적 압력으로 아이를 입양으로 포기한 어머니가 휩쓸리게 되는 지속적인 감정은 결국 낙담(frustration), 분노(rage), 불안(anxiety), 혼란(confusion), 공포(terror), 걱정(unrest), 후회(regret), 비인간성(inhuman), 무시(neglected), 애통(grief)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어머니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가 인간성을 상실한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약 2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낯모르는 구미 각국의 가정으로 입양 보내졌다. 지금껏 우리 정부는 친모(부)나 사회복지체계 안에서 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인종과 문화와 언어가 다른 세계로 우리아이들을 돈을 받고 판매하여 이주시켰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는 이제 세계경제대국 15위라는 국가에서는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해외입양은 한국전쟁과 같은 대 참사나 재난의 상황에서만 불가피하게 용인될 수 있는 일이다.

해외입양, 아동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국가폭력

저자 캐런 부터보
 저자 캐런 부터보
ⓒ Karen Wilson Buterba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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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정부는 종전 60주년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또 주요해외원조국이라는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경제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입양이라는 이름에 친가족 중심의 보편적 양육을 능가하는 '선의와 덕행'이라는 화관을 씌우고 이것을 항구적인 것으로 정착되도록 법적·제도적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결국 친 가족과 그 아이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조직적 국가폭력이다.

지난 3월 호주정부는 입양을 보낸 친모(부)들과 입양인들을 연방의회로 초대하고 수상이 정부를 대표하여 그동안 입양으로 친 가족 간 이별의 아픔을 겪은 친모(부)들과 입양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런 호주의 사례는 입양의 본질이 복지나 선행이 아니라 인권유린인 동시에 사회·국가적 폭력이었음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내며' 라는 글에서 "입양의 본질은 복지가 아니라 결별이다. 결별의 위기에 처한 친생모와 아이를 하나의 통합된 단위로 여기고 그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복지를 실행하려는 노력 없이 결별을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고 입양의 확대와 성장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회복지라고 볼 수 없다. 입양으로 인해 어머니는 아이의 '심리적 죽음'을 경험한 후 좌절과 깊은 슬픔에 잠겼고, 입양 아동은 평생 동안 '원초적 상처'로 파편화되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수습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김 목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로 입양 아동과 입양 가족에 대한 전생애적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며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이 일생을 가름하는 트라우마와 우울증과 자괴감과 자살충동과 자식의 생사안위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에 신음하고 있었지만, 사회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냉혹한 배척과 비난의 얼굴뿐이었다"며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를 질책한다.

이 책은 이렇게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있도록 도움이 되는 지식과 구체적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실제로 어머니들이 삶에서 경험한 일화들은 입양과 관련된 문제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알려주며, 이러한 문제가 정확하게 이해되고 제기될 때 상처받은 가족들의 성공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입양으로 상처받은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이를 상실한 슬픔에서 회복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벽에 망치로 박은 못을 뽑아내도 벽에 못 자국이 선명히 남듯이. 그러나 상처받고 슬픔에 잠긴 그 어머니들이 겪은 고난의 여정에 우리가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고 미래를 같이 고민해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입양으로 인한 친 가족 간의 이별과 그 아픔이 치유되는데 이 책이 조그마한 씨앗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일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입양 치유> 조 솔·캐런 윌슨 부터보 씀, 오혜인·김수현·김준영·김화선·유영선·정새날·정의진 옮김, 뿌리의집 펴냄, 2013년 5월, 256쪽, 1만2000원



태그:#입양, #입양치유, #뿌리의집, #김도현, #조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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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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