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갤러리 카페 통에서 5월의 작가 안시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 카페 통에서 5월의 작가 안시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갤러리 카페 '통'에서는 5월의 작가 '안시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카페 벽면에는 안 작가의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인도와 맞닿은 쪽은 유리문이 열린 채로 옷가지들과 신발들이 진열되어 있다.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카페 안쪽에는 사진 작품과 클레이, 팔찌, 가죽지갑, 책 등의 소품들이 전시된 공간이 있다. 전시된 소품들은 판매한다.

갤리러 카페 '통'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한다. 토요일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주말에 이용할 수 있게 토요일에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 문을 열고 있단다.

"이런 우리를 보고 도대체 돈을 벌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한다. 우리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시켜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갤러리 카페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경비를 확보하긴 위한 공간인 거다."

김영주 '시흥문화예술공작소 통' 대표의 말이다. '시흥문화예술공작소 통'이 시흥에 새로운 신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 본거지는 시흥시 능곡동에 자리 잡은 13평짜리 카페 '갤러리 통'. 통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

"과연 장사가 될까? 시설비만 투자하고 그냥 말아 먹는 거 아냐?" 하는 우려를 툭툭 털어내고 통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5일, 김 대표를 갤러리 카페 통에서 만나 '시흥문화예술공작소 통'과 '갤러리 카페 통'의 의미와 만든 배경, 지역에서의 역할 그리고 성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흥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 문화예술이었다. 한데 교육 분야는 김윤식 시장이 취임하면서 200억 이상 투자를 하면서 문제가 많이 해소되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진학을 하게 되면 50% 이상이 인근도시인 안산이나 광명 등으로 빠져 나갔지만 지금은 거의 가지 않는다. 그런데 문화예술분야는 시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낙후된 문화예술분야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어린이 대상 '박물관 문화체험'... "그렇게 욕구가 큰 줄은 몰랐다"

김영주 대표
 김영주 대표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김영주 대표는 시흥의 지역신문 <컬처 인 시흥>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지역신문 이름에 굳이 문화(컬처)를 집어넣은 것도 '문화'에 방점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그를 포함한 다섯 명이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하자며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구성은 상당히 재미있다. 예술가 2명(염상욱·박영희), 시민활동가 2명(여현주·하명옥), 그리고 언론인인 김 대표.

다섯 명이 한 사람당 20만 원씩 출자해서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박물관 문화체험'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인기폭발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박물관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따로 공고를 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알리기만 하는데도 2시간 만에 마감이 된단다.

"그렇게 욕구가 큰 줄은 몰랐다. 토요일 오전 9시에 시흥에서 출발해서 3군데 정도를 들르면서 견학과 체험을 하고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돌아오는데 엄마들이 너무 좋아한다."

시흥시에서 부모들이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체험 등을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 착안을 한 것인데 수요 예측을 제대로 했다.

그리고 9월, 시흥시에서 '예비 사회적기업' 전단계를 지원하는 공모를 했고, 통은 공모에 지원했다.

"우리의 주 업종은 문화행사 기획이다. 하고 있는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것을 하려면 거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모를 할 때 '갤러리 카페'를 하겠다는 기획서를 제출했다."

갤러리 카페 통
 갤러리 카페 통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시흥시에서 통의 기획안을 선정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시에서 주는 지원금에만 눈독을 들이고 신청했다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

"우리 신청서류를 집어 던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커피 장사해서 돈을 벌려다가 망하면 그냥 문을 닫으려고 한다면서. 6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를 하는 건데 62점을 받아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렇게 해서 시흥시에서 창업지원금으로 28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이런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지라 사업에 소요되는 금액 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던 것. 이들이 자부담한 금액은 주식회사 출자 자본금 포함해서 2200만 원.

전시회 먼저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까지 들어오는 상황

지난 10월, 갤러리 카페 통은 문을 열었다. 13평짜리 카페는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장으로 변모, 지역주민들을 끌어 들였다. 그뿐이 아니다. 카페의 벽면은 지역 작가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를 하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2주가 너무 빨리 오는 거다. 그래서 3주로 늘였더니, 3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는 아예 한 달에 한 번씩 작가를 바꾸는 것으로 있다. 4월의 작가, 5월의 작가, 이런 식으로. 4월에는 복연금 작가가 전시를 했고, 5월은 안시헌 작가가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는 무료로 한다. 단 전시를 하는 첫날, 작가는 떡을 해서 찾아오는 이들을 대접한다. 떡을 하는 비용만 작가가 부담하는 것이다. 카페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와서 떡을 먹을 수 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조금 많이 모이면 즉석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작가들에게 이 공간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전시를 하겠다는 작가가 너무 많아져 지금은 전시회를 먼저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까지 들어오는 상황이 되었단다.

갤러리 카페 통에서는 작가들의 소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갤러리 카페 통에서는 작가들의 소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지역 주민들이 만든 소품
 지역 주민들이 만든 소품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카페 한쪽에 작가들의 소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에 대해서 김 대표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작가들 것만 전시했는데, 지금은 지역주민들의 소품도 전시·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든 클레이 아트나 팔찌 등을 가져와서 전시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는 것. 친환경수세미도 가져오고, 통가죽 지갑도 있고, 목걸이, 액자도 있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

소품은 조금씩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작가와 통이 7대 3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클레이 아트와 모티브 짜기는 소품을 만들던 이들이 제안, 강좌를 준비했다. 현재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드로잉과 에코 디자인 강좌는 통에 이사로 참여하는 염상욱 작가와 박영희 작가가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통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으로 구성된 통 합창단은 25명이 참가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카페를 이용할 때는 50%를 할인해준다. 가뜩이나 싼 음료값을 자꾸 깎아주니 주변에서는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하면서 눈치를 주기도 한다나.

"작년 12월까지는 임대료를 시에서 창업지원금으로 지원해줬다. 3개월 동안이지만. 1월부터는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 무조건 자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갤러리 카페 한쪽에는 벼룩시장이 있다.
 갤러리 카페 한쪽에는 벼룩시장이 있다.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카페 월 임대료는 90만 원이다. 갤러리 카페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급여 역시 자부담이다. 커피 재료를 비롯해서 전기요금 등의 지출비용을 합하면 최소 한 달에 250만 원 이상 소요된다. 다른 카페에 비해 커피와 음료 값이 싼데다가 많이 팔릴 것 같지 않아 걱정이 됐다. 최소한 지출비용만큼은 수입이 들어와야 하는데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어린이 문화체험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수익금과 소품을 팔아서 남는 수익금 등을 합하면 현재는 적자는 나지 않고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수익을 바라는 게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서 지역문화예술이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라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참여한 이사들이 더 이상 비용부담을 하지 않고도 카페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는 김 대표를 포함한 5명의 이사가 하루씩 돌아가면서 카페를 지키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한다. 때문에 7시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는 카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한다. 카페는 부수적인 것으로 최소한의 경비가 필요해서 연 것이라고 얘기한다. 지금은 주민들이 다 안다."

토요일에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운영하게 된 것은 지역주민들이 요청에 따른 것이다. 토요일에는 김 대표를 포함한 이사들이 돌아가면서 카페를 지킨다. 만들어진 지 이제 8개월째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누구나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토요일에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할 리가 없다는 것.

그뿐만 아니다. 주민들의 제안으로 멤버십 카드도 만들었다. 보통 카페에서 만드는 카드라면 10잔을 마시면 덤으로 1잔을 주는 용도지만, 통은 다르다. 일종의 선불카드다. 연간 회원은 10만 원, 월간 회원은 2만5천 원, 10잔짜리 카드는 2만 원 이렇게 3종류가 있다. 선불카드는 미리 돈을 내면 카페의 운영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것이다.

"10회 이용권이 가장 인기가 많다. 엄마들이 미리 카드를 사놓고 아이들에게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먹으라고 한다. 아내가 사서 남편에게 주기도 한다."

갤러리 카페 통, 어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갤러리 카페 통
 갤러리 카페 통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갤러리 카페 통은 어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공연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오가면서 들러 놀고 가기도 하는 곳이었다.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한 주민이 아이들의 가방을 가져와 맡겨놓고 간다. 이따 아이들이 와서 음료를 마신 뒤에 가져갈 것이라면서. 아,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싶었다.

"취약계층이라고 하면 장애인, 다문화 여성 등을 꼽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예술인들도 취약계층이다. 시흥의 문화예술인들 가운데 어렵게 사는 이들이 많다. 기초생활수급권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다. 또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나 전시를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전시가 뭔지, 공연이 뭔지, 강좌가 뭔지 파악해서 기획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시흥문화예술공작소 통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시흥시에 지원금을 신청할 때와 비교해서 정반대로 달라졌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올해 시흥시에서 예비사회적기업 지원금 심사를 할 때 "통만큼만 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꿔낸 것이다. 그건 그만큼 통이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통 2호점을 생각하고 있다"며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한 군데 정도에 갤러리 카페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 카페 통 2호점, 3호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흥지역의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란다.

지역신문인 <컬처 인 시흥>은 김 대표의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사업' 덕분에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시흥문화예술공작소 통이 안정화되면 다시 집중해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시기는 아마도 내년쯤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김 대표의 전망이다.


태그:#갤러리 카페, #통, #시흥문화예술공작소, #김영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