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공무원의 사망사고가 급증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가 21일 사법부 공무원의 고충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해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22일 인천지법 법원공무원(42)이 또 뇌종양으로 사망해 법원공무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먼저 법원본부가 제작한 동영상은 최근 영화로 개봉돼 화제를 불러온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법원제라블>이다. 법원노조가 설립된 이후 법원공무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망의 직업군인 법원에서 지난 3년간 43명의 법원공무원(판사 3명 포함)이 사망하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법원공무원들의 복잡하고 과중한 업무, 고도의 책임성, 지속적인 감정노동을 꼽고 있다.
법원본부(이상원 본부장)는 "이번 동영상 <레법원제라블>은 법원공무원 현실의 절박함을, 나아가 사법부의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부에서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본부장도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영상을 만든 이유는 판사들도 마찬가지고, 법원공무원들의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레법원제라블>의 가사도 법원공무원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그대로 담았다. 법원공무원들은 근무 중 계속되는 상담과 민원으로 자신의 본래 업무는 퇴근해야 할 시간인 오후 6시부터 해야 할 지경이란다. 심지어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까지 생긴다고 하소연이다. 이렇게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다 보니 '일하는 기계냐'라는 아우성이다.
재판에 참여하는 법원공무원의 경우 재판이 끝난 지 한참이 됐어도 재판기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밤 10시에 퇴근하면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업무량에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법관들도 예외일 수 없다.
책상에 쌓인 업무가 끝나기도 전에 또 쌓이는 '서류 폭탄'에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둘러봐도 그 동료 또한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이 어깨가 빠지도록 일하고 있다는 한탄이다. 그 때문에 법원공무원들은 자신의 일터인 법원을 '죽음의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다. '다음은 누구 차례냐'며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공무원들의 공포에 가까운 우려가 또 현실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방법원에서 이날 비보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것. 현재 대법원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또 불행한 일이 발생해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서둘러야 할 이유할 이유다.
이상원 본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인천지법에서 법원직원(42)이 또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 44명 째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말을 잊지 못하던 그는 "그중 80%가 넘는 35명이 암, 자살, 뇌출혈, 스트레스성 질병 등으로 숨졌다"며 "법원 업무의 특수성과 과중한 업무가 법원공무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대법원에 호소했다. 그는 "재판 관련 법원 업무의 특수성이라는 것은 바꿀 수 없고, 결국 해답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충원만이 답"이라며 "계속되는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에서 하루빨리 인력충원을 해 줄 것을 조합원들을 대표해 간절히 바란다"고 대법원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레법원제라블>은 동이 트기 전 어두운 새벽에 법원공무원이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끝에서는 한 송이 국화꽃 위로 지난 3년간 숨진 법원공무원들(판사 포함)의 명단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동료였던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레법원제라블>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출연진은 가극단 '미래' 단원들이고, 엑스트라로는 이상원 본부장 등 법원공무원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