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단체협상 참여와 장시간노동 철폐 등을 요구하면서 52일째 파업을 벌이자 야 4당이 22일 농성 현장에서 사측의 협상참여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레미콘 노동자의 비참한 실상'이라는 보고회를 여는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레미콘 노동자들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 분회장과 울산건설기계노조 지부장 등 4명이 35m의 시멘트 사일로(창고)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난 20일, 지역의 신문, 방송, 통신사 등 언론에서는 일제히 레미콘 조합원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노초 측은 회사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들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지난 20일~21일 대다수 언론은 일제히 "20일 오전 7시 30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동성레미콘 주차장에 있던 레미콘 차량 5대의 제동장치 배선이 끊긴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며 "레미콘 노조의 파업에 동참하지 않아 노조의 표적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언론은 "경찰은 회사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일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이 기사에 더해 근래 발생한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폭력사태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레미콘노조와 상급단체인 울산건설기계노조가 이번 차량 파손을 회사 측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언론에는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나섰다.
울산건설기계노조는 22일 "레미콘 노조 조합원들이 차량을 훼손한 것처럼 추정한 보도 내용은 대원그룹 소속 동성레미콘 사측의 자작극을 통해 노조의 폭력성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밝힌다"며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 제보에 언론 일제히 차량 훼손 보도... 레미콘 노조 '우리 아니다"울산건설기계노조는 "텔레비전 방송과 지역언론에 이런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해 노조의 파업 정당성을 훼손하고, 파업을 왜곡한 것에 심히 유감을 밝힌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은 파업 초기 북구 D레미콘에서도 1.8m 높이의 다리에서 실족했다고 자작극을 벌인 사실이 있다"며 "사측의 행태와 더불어 파업 조합원들의 폭력성 부각에만 혈안이 된 레미콘사측의 행위에 엄중한 경고를 거듭 보낸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이처럼 차량파손을 회사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회사 측이 노조의CCTV 공개 요구를 거절하기 때문. 앞서 노조는 지난 20일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회사 측과 면담을 갖고 CCTV를 보여달라고 했고, 회사 측은 이를 거절했다.
장현수 울산건설기계노조 사무국장은 "증거를 대라고 하니 회사 측은 대체차량에 투입된 사람들이 나오는 CCTV영상만 내놓고 레미콘노조 조합원들이 나온 CCTV 영상은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레미콘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진실이 널리 알려지자 궁지에 몰리고 사회적 지탄에 직면한 레미콘 사측은 자작극으로 의심되는 폭력성 부각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파업이 시작되고 난뒤 회사 측은 전방위적으로 공장주변에 CCTV를 증설해 파업조합원들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며 "이런 데도 공장 안에서 차량파손한 장면이 없다는 것은 자작극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원레미콘 측은 "레미콘노조가 차량을 훼손했다는 것은 추측이며, 차량이 훼손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며 "차량이 파손된 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오늘 성능 좋은 CCTV를 설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