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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는 속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원자력발전 수출 계약 때문에 공사 강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2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와 '밀양765kV송전탑 경과지4개면 주민일동'(아래 밀양송전탑대책위)은 성명서를 통해 "UAE에 수출한 원전의 페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밀양 송전탑공사를 강행하게 되었다는데, 주민들은 탄식과 허탈함, 그리고 극한 분노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공사 저지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은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입구에 있는 농성장에 주민들이 밧줄을 매달아 놓은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공사 저지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은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입구에 있는 농성장에 주민들이 밧줄을 매달아 놓은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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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에 따르면,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되었고, 동일모델인 신고리 3호기가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만큼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되어있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전력이 공사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UAE 원전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변 부사장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UAE원전은 한국형 원전(APR1400) 4기(5400MW)를 아부다비 서쪽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한국 최초의 초대형 해외 원전 건설 사업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수주해 이명박 대통령 재직시인 2009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17년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2020년 5월까지 4호기가 건설된다.

그동안 한국전력은 UAE 원전은 거론하지 않고, 신고리3호기의 전력 수급을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한국전력은 올해 말까지 공사를 완공해야 한다고 보고, 지난 해 9월부터 주민들과 대화하다 지난 20일부터 공사재개했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지역국장, 밀양 방문

밀양송전탑대책위는 24일 성명을 통해 "이 나라는 인륜도 법도 없는 끔찍한 곳"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무섭게 세계적인 탈핵바람이 몰아치던 그 상황에서도 원전을 수출하면서 원전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 특수부대를 파견한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는 수출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 자국민, 그 중에서도 70대 80대 노인들을 폭염 속에 산꼭대기에서 경찰과 맞서게 하는 이런 패륜이 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한국전력은 엉뚱한 명분을 흘렸다,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엉뚱한 호들갑을 떨었고, 주민들을 겁박했다"며 "대책위가 계속 주장해왔듯이, 신고리 3호기의 발전량은 전체 전력 설비 용량의 1.7%에 불과하다. 정부도 올해 전력예비율을 각각 7.4%와 16%로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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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대책위는 "무관심한 국민들과 무식한 노인들이라고 이렇게 엉터리 정보로 현혹하고, 속셈은 따로 차리며 노인들을 죽음의 위협으로 내모는 이런 공기업이 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은 UAE원전 수출 문제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에 관련된 진상을 즉각 공개할 것"과 "자국민의 생명은 아랑곳없이 돈벌이에 혈안이 된 한국전력 관계자는 진상 조사후 즉각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주민 앞에서는 공사 강행 의지 없다고 한 뒤, 곧장 공사 강행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을 파면할 것"과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이제 완전히 명분을 잃었다. 죽음의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밀양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고 이치우(당시 74살)씨가 2012년 1월 밀양 보라마을에서 분신자살했고, 20일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한 뒤 나흘 동안 주민 12명이 쓰러지거나 병원에 후송되었다.

24일에도 밀양에서는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에 맞서 주민들의 저지 투쟁이 계속된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지역국장(캐서린 베이버)이 밀양 송전탑 현장을 방문하고,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이날 오전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농성장을 찾는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농성장을 지지방문하고, '탈핵희망버스' 200여명이 이날 오후 밀양에 도착해 25일까지 곳곳에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벌인다.

한국전력은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2008년부터 벌이고 있는데, 송전선로는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를 거쳐 창녕까지 총 90.5km에 걸쳐 161기의 송전탑이 건설된다.


#밀양 송전탑#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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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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