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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 연속으로 서울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가 환경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는 21일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공기를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예상했지만, 같은 시기 서울 도로변 측정소에서 측정한 이산화질소(NO2)도 4일 연속 환경기준치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1차 오염물질이며 주로 자동차에서 배출된다.

기상청이 관악산 측정소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22일(101㎍/㎥), 23일(134㎍/㎥), 24일(119㎍/㎥), 25일(124㎍/㎥) 모두 환경기준치(24시간 평균 100㎍/㎥)보다 많았다.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80μm)보다 작은 액체와 고체가 섞인 혼합물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발표한 '기후변화의 대기오염,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발생 상관성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가 38.6㎍/㎥ 오를 때 사망위험은 0.3%, 호흡기계 질환으로 인한 입원위험은 1.1%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도로변 측정소 15곳에서 측정한 이산화질소 농도도 22일(76ppb), 23일(80ppb), 24일(70ppb), 25일(73ppb)로 모두 환경기준치(24시간 평균 60ppb)보다 높았다. 같은 날 서울시내 건물 옥상 25곳에서 측정한 이산화질소 농도는 22일 54ppb, 23일 53ppb, 24일 52ppb, 25일 51ppb 환경기준치를 조금 밑돌았다. 이산화질소는 적갈색의 자극성 냄새가 있는 환경부 지정 유해대기오염 물질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서울시 전체 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지난 화요일 미세먼지가 높게 나타나는 까닭을 중국공업 지역에서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중국의 오염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대기가 정체됨에 따라 5월 22일 수도권지역에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고농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예상은 정확했다. 실제로 22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5월 11일(96㎍/㎥)과 12일(139㎍/㎥)에 이어 5월 들어 세 번째로 환경기준치보다 높았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의 설명과 달리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공기 못지 않게 우리나라 안에서 생긴 미세먼지도 상당했다. 백령도 측정소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22일(50㎍/㎥), 23일(54㎍/㎥), 24일(31㎍/㎥), 25일(87㎍/㎥) 모두 환경기준치 아래로, 서울에서 관측된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였다. 11일과 12일 백령도 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도 각각 77㎍/㎥, 106㎍/㎥로, 관악산 측정소 미세먼지의 70% 수준이었다.

환경부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3일째 계속된 24일은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놨다. 환경부는 24일 발표한 미세먼지 예보에서 "중국에서 이동성 저기압을 따라 미세먼지가 유입된데다 25일은 고기압 정체로 국내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26일까지 고농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논현역 버스중앙차로 환승센터
 신논현역 버스중앙차로 환승센터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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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발생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면, 우리나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를 측정해 발표하면, 하루 뒤 우리나라 하늘의 미세먼지 농도도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안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를 주목한다면,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도시에서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교통 수요관리 정책을 도입하고, 자동차와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영국 런던시는 시내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환경기준치보다 자주 높게 나오자, 2008년 12월 시 경계를 따라 외곽순환도로를 뺀 대부분의 지역을 '자동차 배기가스 저배출 지역'(Low Emission Zone)으로 정해 관리했다. 유럽 배기가스 기준(Euro 3 또는 Euro 4)을 충족하지 못한 경유 자동차는 통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시내 중심부에서 18~26%, 런던 전역에서는 8~18%의 질소산화물이 줄어들었다. 또한 런던시는 2009년부터 공영버스 900대에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부착도 병행했다.

미국은 환경청(EPA)에 '교통-대기질 사무소(OTAQ)'를 따로 두고, 대기 환경기준치보다 공기가 나쁜 지역은 '대기질계선계획(SIP, State Implementation Plan)'을 의무적으로 세우도록 했다. 자치정부가 하려는 신규 도로건설, 도시개발 사업이, 대기질 계선계획과 충돌할 경우, 미국 환경청은 해당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중단시킨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서울시 예산안 약 23조 5490억 가운데 도로건설(구조개선, 신설, 확장) 예산은 4807억 5200만 원(2012년 4279억 6639만 원)으로,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예산 14억 7664만 원(2012년 15억 2700만 원)보다 326배 많다. 서울시는 제물포 터널 지하도로, 용마터널, 강남순환고속도로 등 해마다 수 천억 규모의 자동차 도로 건설계획을 새로 발표하며 대형 도로공사를 곳곳에서 벌이고 있지만, 대중교통 확충과 개선, 대기질 관리에 투자하는 돈은 그에 비해 미미하다.

26일 오전 11시 현재 서울(관악산 측정소)의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도 124㎍/㎥로 환경기준치를 웃돌고 있다. 24일 환경부는 "26일 밤부터 남쪽의 해양공기가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예보의 '국민 행동요령'으로 "△수도권지역 주민들은 외출 시,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실시간 공개시스템(www.airkorea.or.kr)에서 동네별 실시간 오염도를 확인하고, △외출 시는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염저감 노력에 동참할 것"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기상청 미세먼지 실시간 관측농도 http://www.kma.go.kr/weather/asiandust/density.jsp



태그:#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대기오염, #환경부, #교통 수요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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