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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과 25일 대전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열린 '제1회 칼국수축제'
 지난 24일과 25일 대전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열린 '제1회 칼국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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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열린 '제 1회 칼국수 축제'의 졸속 운영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전 중구청은 지난 24일과 25일 대전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제1회 칼국수축제'(예산 약 1억 원)를 열었다.

5만 명 몰린 칼국수 축제에 칼국수 음식점 참여는 달랑 5곳

칼국수 축제는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인 칼국수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고 침체된 대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에서 마련됐다. '칼국수의 참맛을 즐기라'는 홍보가 연일 이어졌다. 주최 측은 이틀 동안 5만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칼국수 축제에 칼국수는 없었다. 대전시와 중구청은 잔디광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칼국수음식을 선보일 음식점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날 부스운영에 참여한 음식점은 10곳에 불과했다.

이중 칼국숫집이라고 할 만한 곳은 5곳(뚝방칼국수, 해동토종칼국수, 논뚜렁칼국수, 홍두깨칼국수, 밀두레)에 불과했다. 나머지 5곳은 빵집(성심당)과 중국집(자장면과 탕수육), 오징어찌개, 콩국수 등 칼국수와 무관한 업체들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틀동안 5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반면 행사장 주요 시설인 칼국수 입점업소는 5곳에 불과했다.
 주최 측은 이틀동안 5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반면 행사장 주요 시설인 칼국수 입점업소는 5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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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칼국수 축제에 수 천여명의 참여객이 몰렸지만 일부 부스는 운영되지 않았다.
 24일 오후. 칼국수 축제에 수 천여명의 참여객이 몰렸지만 일부 부스는 운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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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칼국수 집들로 구성된 푸드 코트는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칼국수를 맛볼 곳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칼국숫집의 경우 하루 1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대전 중구청 관계자는 "많은 음식점이 참여하기를 바랐으나 준비기간 부족 등으로 참여가 저조했다"고 말했다.

성의 없는 음식준비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산성동에서 온 김성숙씨(38)씨는 "가족들과 줄을 서서 칼국수를 겨우 먹었지만 소금물에 면만 익혀 나온 듯 했다"며 "괜히 음식을 시켜 먹었다는 후회만 들었다"고 말했다.

영세상인 축제장에 대형마트 판매부스+외국계유통업계 회원접수처까지 

대전칼국수축제장에는 홈플러스에서 공식부스를 확보한 후 물냉면 등 가공제품 판매에 나섰다.
 대전칼국수축제장에는 홈플러스에서 공식부스를 확보한 후 물냉면 등 가공제품 판매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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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축제 공식 부스에 마련된 코스트코 회원모집처
 칼국수축제 공식 부스에 마련된 코스트코 회원모집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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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공식 부스에  '홈플러스 문화점'이 등장해 주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축제장에 대형마트 직원들이 대거 나서 물냉면 명 등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홈플러스 문화점 부스는 다른 음식점 부스보다 면적이 훨씬 넓었다. 미국계 대형유통업체인 코스트코에서도 공식 부스를 차지하고 앉아 회원모집을 하고 있었다.

인근 문화마을 아파트에서 왔다는 최모씨(32)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칼국수 축제에 어떻게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불러 가공식품을 팔게 하고 외국계 유통업체에 까지 회원접수처를 배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원도심 상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축제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축제 운영 방식도 눈총을 받고 있다. 주최 측은 개막 축하공연으로 초대가수 공연, 웰빙칼국수 경연대회, 통밀놀이터 등 행사를 마련했다. 이 밖에 시민노래자랑, OX 칼국수 퀴즈, 가훈써주기, 페이스페인팅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형식적 운영에 그쳤다.

수입 밀 안전성 홍보에 치중한 '주제관' 

칼국수축제 주제관은 대한제분협회의 홍보물로 채워졌다.
 칼국수축제 주제관은 대한제분협회의 홍보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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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칼국수 축제 주제관은 대한제분협회 홍보물로 채워졌다.
 대전칼국수 축제 주제관은 대한제분협회 홍보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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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도시 대전'의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주제 및 전시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몇 건의 전시물을 내걸었을 뿐 시민들을 안내하거나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주제관 전시물의 대부분은 '한국제분협회'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수입하는 모든 밀은 안전성과 품질검사를 실시해 안전하다"는 홍보물로 채워 놓았다.

"표백제와 방부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국내제분기술이 세계최고수준"이라는 홍보물도 전시했다. 실제 한 밀가루회사에서는 공식 부스를 확보해 자사의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반면 밀 수출국 재배지 저장창고를 거쳐 수출항까지 이동, 보관하는 긴 과정에서 살충제 등을 사용해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관련 시민단체의 지적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국산 밀의 월등함과 국산 밀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국내의 많은 노력에 대해서도 아무런 소개가 없었다.

한편 주최 측인 대전지역 언론들은 26일 대전칼국수 축제가 많은 사람들이 찾은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행사를 후원한 한 지역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칼국수 축제를 계기로) 춘천의 막국수 박물관 같은 대전의 칼국수 체험박물관 건립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대전칼국수 축제, #홈플러스, #대전시, #대전 중구청, #수입 밀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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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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