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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결혼·출산 연령 높아져 기형아 7년새 2.4배 늘었다' (국민일보)
'고령산모 늘면서 선천성기형아 출산 급증' (데일리메디)
'산모 고령화의 그늘... 기형아 출생 7년새 2.4배로' (한국일보)

5월 27일자 신문 상당수에는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 건강정책연구원이 24일 배포한 자료가 그 출처였다. 건보공단은 "2005~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천기형이나 변형, 염색체 이상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이 2005년 1만3786명에서 2011년 3만2601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건보공단은 그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산모의 출산 연령이 높아져 당뇨의 위험이 증가한 것"을 들었다. 2005년에 비해 2011년 분만여성 가운데 30대는 36.3%, 40대는 104.2%가 늘어난 반면 30대 미만은 22.4% 감소했는데, 임신 중 당뇨병 진료환자는 2007년 1만7188명에서 2011년 4만435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었다. 2011년 100명당 임신 중 당뇨병 진료환자는 44~49세가 42.4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선천성 기형아가 늘어난 까닭을 '엄마의 나이'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최정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보공단 자료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료비 분석에서 나온 진료대상자에는 선천성 기형으로 확진 받은 것만이 아니라, (선천성 기형이) 의심돼 검사를 받은 경우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과제로 2005~2006년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생후 1년 동안 선천성이상을 진단받은 경우를 조사, 2009년 '선천성이상아 조사 및 분석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 2005년 태어난 아기 1만 명 가운데 선천성이상아가 나타나는 비율은 엄마가 25세 미만일 때 233.4명으로 가장 낮았고, 40세 이상일 때 323.2명으로 가장 높았다. 2006년의 경우도 비슷했다.

고령일 수록 출산 위험하지만, "진료비 청구서만으론 알 수 없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을 위한 교육
 출산을 앞둔 산모들을 위한 교육
ⓒ 안양시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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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연구위원은 "당시 산모 연령이 높을수록 (선천성이상이)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선천성 기형을 우려하며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기에 진료비 청구서만 보고는 알 수 없다, 차트를 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연령만으로 (선천성 기형 등을) 따지고 그밖에 여러 요인을 보지 못한 상태"라며 "조사를 더 확대해서 어떤 요인이 선천성 기형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선천성이상아 관련 통계는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불거져 추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전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영아사망률 등이 높은 추세"라면서도 "(그 원인을 설명할 때) 산모 연령만으로 해선 안 된다, '고령'을 너무 강조하면 그 너머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2011년 '고령 임산부의 임신결과 및 정책지원 방안' 연구보고서를 위해 조사를 진행했을 때에도, 고령 산모의 출산 위험도는 높게 나왔지만, 그 안에서도 학력·경제력 등에 따라 상황이 달랐다.

김 연구위원은 "(선천성 기형아 출산 등은) 임신과 출산의 상대적 불평등 문제로 보이는데 (논의가) 고령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오히려 경제수준만 따져보면 30대 후반이 20대 후반보다 임신과 출산·양육 환경이 안정적"라고 말했다.

국제산부인과학회가 1958년 정한 '고령 산모 = 만 35세 이상'이란 기준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그때와 지금 여성의 생활·사회적 지위는 완전히 다르다"며 "연령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엄마의 나이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임신 전부터 잘 관리하면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고령산모일수록 임신 전부터 더더욱 체계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산전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 선천성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고,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자료는 '그 중 하나(산모의 연령)가 이렇더라'는 현황'만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출산, #고령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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