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들이 상임위 설치 여부를 놓고 겉과 속이 다른 행보로 눈총을 받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게는 상임위 설치에 반대한다고 해놓고 상임위 설치 조례안에는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상임위는 경제 또는 문화와 같은 전문 분야에 속하는 의안 또는 청원 등을 심사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위원회다. 하지만 태안군의회의 경우 의원들이 8명에 불과해 별도의 상임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태안군의회에는 지금까지 상임위를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안군의회가 지난 13일부터 개회된 '제204회 태안군의회 임시회'를 통해 갑자기 상임위원회 설치 안건을 통과시키려 하자,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가 나서 "상임위 설치는 의정활동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사안"이라며 "입법예고 절차를 통한 군민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군의회는 강행처리 계획을 접고 상임위 설치 운영에 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7일간의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민단체 확인 결과, 그동안 상임위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히던 군의원들이 상임위 설치 조례안에는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민단체가 의원들을 상대로 확인한 내용을 보면 상임위 설치에 반대 또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의원은 8명 중 5명이었다. 찬성의원은 김진권 의장과 이용희, 박남규 의원 등 3명뿐이었다.
그런데, 상임위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설치를 위한 관련 조례안에 모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자로 태안군의회 누리집을 통해 입법예고한 관련 조례안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상임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신경철 부의장이 대표 발의자로 돼 있었고, 반대 입장을 보였던 나머지 4명의 의원도 발의자로 명시돼 있다.
밖으로는 상임위 설치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혀놓고 정작 상임위 설치를 위한 조례안에는 이름을 올려 찬성 또는 동의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신 부의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상임위 설치에 부정적이었다"며 "하지만 지난주 목요일(23일) 홍성과 청양군의회를 다녀온 후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어 대표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이 나지 않으면 의원들이 표결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는 "많은 태안군민이 상임위 설치에 반대하고 있는데도 군의회는 상임위 설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군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의회는 또 상임위 설치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상임위 회의실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태안군의회 건물 내에 있는 공조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3000만원을 들여 구조 변경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태안군의회 내부에서도 "(조례안이 처리되기도 전에) 사무실 공사를 시작한 것은 잘못된 일로 제지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의원들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조 변경 공사는 상임위원회 회의실 설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태안군 재무과 관계자는 "현재 공사는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계획돼 상임위하고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임위 설치가 결정되면 상임위 전문위원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