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보관이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빨갱이 새끼'라고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진보정당 등이 대전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에 나섰다.
지난 27일 대전지방경찰청 둔산경찰서 소속 A정보관이 임재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사무처장과 전화통화 후, 동료에게 "저 빨갱이 새끼가..."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끊어지지 않은 수화기를 통해 그대로 임 사무처장에게 전해졌다.
임 처장은 즉시 A정보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A정보관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는 것. 이에 임 처장은 둔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에게 항의했고, 그제서야 당사자가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는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말실수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A정보관이 사무실에서 동료에게 서슴없이 '빨갱이 새끼'라고 발언하는 것은 경찰공무원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
이에 따라 이 단체는 29일 오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대전민중의힘, 통합진보당대전시당, 진보정의당대전시당 등과 함께 대전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경찰공무원의 '빨갱이' 발언은 해당 당사자의 개인적인 말실수가 아니라 경찰공무원들의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과 공직기강 해이에서 빚어진 문제"라며 "본질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왜곡과 종북몰이, 그리고 공안탄압의 사회현상 속에서 빚어진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종북몰이'와 '5.18민주화운동 북한 기획설 허위 날조'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이러한 국민분열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를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이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빨갱이 새끼'라고 발언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최근에는 민주노총대전본부, 대전청년회, 대전충청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무분별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묻지마식 공안탄압과 압수수색이 자행했다"면서 "이 또한 경찰당국이 일부 시민사회단체를 '예비범죄집단',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경찰공무원들의 공직기강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빨갱이 새끼'라는 발언을 하도록 방치한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엄중히 규탄한다"며 "이에 대전청장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이대식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은 "최근 경찰의 행보를 보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이념몰이', '이념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이번 '빨갱이 발언'을 접하면서 경찰의 시민단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인하게 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정용선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면담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면담 요청에 청장이 자리를 비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오는 31일 정오까지 청장과의 면담 일정을 통보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