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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9년 <오마이뉴스>가 창간을 앞두고 있던 즈음 어느 날 제가 다니던 직장의 선배가 "인터넷 신문이 생긴다더라구, 내 동생이 거기 기자가 됐어"라는 겁니다. "인터넷 신문이요? 드디어 그런 것도 생기는구나!"라고 대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보니 성경 창세기에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하는 말씀이 있는 것처럼 <오마이뉴스>가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십만인클럽'에 가입하고 '최진기의 인문학강의'도 듣고 하면서도 그때 그 인터넷 신문이 <오마이뉴스>인 줄도 모르고 지내왔던 겁니다. 그러던 지난 3월 29일 오연호 담임선생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교육프로그램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이하 오기만) 44기(2013년 3월 29~31일)'에 제가 교육생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기만은 취재하는 요령, 글쓰는 방법, 사회현상을 보는 태도, 기자정신 등에 대한 2박 3일간의 집중교육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어 있더군요. 참가자들의 짧은 자기소개에 이은 쉼 없는 선생님의 열강, 토론시간, 글쓰기, 외부강사의 수준 높은 강의 등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고무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선생님께서 개발하신 '손으로 하는 축구(?)'도 재미 있었구요.

그렇게 2박 3일의 교육은 잊고 있던 저의 학습욕구와 글쓰기에 대한 욕심을 구체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하는 사업상 취재를 다닐 여력은 없지만 영화 감상문이나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매주 한 건씩 도합 다섯 건의 기사도 쓰게 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오기만 교육 중일 때 '아빠 이제 회사는 안 가?"라고 묻던 제 아들과 아내는 최근 제 기사를 읽고 아주 자랑스러워 합니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이 신광태 시민기자 초청으로 화천을 방문했다. 감성마을의 이외수 선생께서 좋은 말씀과 함께 사진촬영에도 응해주셨다.
▲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이 신광태 시민기자 초청으로 화천을 방문했다. 감성마을의 이외수 선생께서 좋은 말씀과 함께 사진촬영에도 응해주셨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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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오기만 44기 수료 전날, 이미 시민기자로 이름을 날리고 계시던 신광태 동기께서 저희 기수 모두를 화천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임숙영 동기와 함께 44기에서는 저희보다 위 연배셨던 분이 하는 초대였기에, 또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감성마을이 있고, 매년 겨울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저희는 모두 화천 행을 결심했습니다.

첫 공지모임으로 기획된 화천 행은 선생님과 44기 동기 대부분이 가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지요. 5월 3일 방문한 화천은 정갑철 군수와 전 공무원의 노력으로 군부대만 바글바글한 불모의 땅에서 아름다운 문화와 레저의 산실로 변모해 관광객이 들끓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화천막걸리와 산천어, 고르바쵸프가 묵었다던 펜션에서의 잠자리, 파로호의 역사, 평화의댐 이야기, 놀이공원까지 공무원이자 열혈시민기자이신 신광태 동기께서 너무 완벽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해주셔서 화천여행은 정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수료 이후 한 달여가 지난 후이다 보니 모임의 응집력이 약해져 참석자가 매우 적었다는 것인데요, 공사다망하신 담임선생님께서 부득이 불참하시게 되어 그 인원수가 더욱 줄었다고 판단합니다. 다시 한번 오기만 44기 첫 공지 모임이었던 화천여행을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신광태, 그리고 안규정 동기님들께 감사드려요. 두 분이 화천으로 저희를 초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두 분 이하 공무원 여러분들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화천이라는 얘기지요. 자랑할 만합니다. 박수가 늦었네요. 짝짝짝!

그리고 제2차 공지모임은 화천모임을 함께 하시지 못한 오연호 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저희를 잊지 않으시고 서교동 마당집으로 초대해주셔서 이루어졌습니다. 5월 28일 오후 7시 반부터 시작된 모임의 장소는 일전에 선생님께서 제게 점심을 사주셨던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밥상공동체인 '성미산밥상'으로 정했습니다. 열 분의 동기분들이 참여한, 맛과 정성이 가득한 식당에서 무농약 먹거리,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한 모임은 시작부터 활기를 띄었지요.

제가 먼저 "덴마크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로 인사를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덴마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민지씨와 제가 단둘이서 '통역과 가이드가 없는 취재', '카메라가 따로 없는 취재', '한국음식을 먹지 않은 취재' 등으로 매우 의미 있는 취재였고 따로 형식도 없이 밥 먹다가도 옆 테이블 분들을 취재하고 그랬어요. 하하하"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표정에서 행복을 절감했습니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를 테마로 한 만큼 선생님 당신도 꽤 행복하셨다는 말씀에 저희도 행복을 공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마이뉴스>의 '십만인클럽'에서 하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강의를 들은 만큼 다양한 코멘트를 해주시던 박해순 동기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시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강의 듣고 책 읽고 산행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뜻깊어요"라고 하시더군요.

2차 자리는 서교동 마당집이었습니다. 몇 번 다녀간 분들도 계셨지만 저와 대부분의 동기분들은 처음이었습니다. 너른 마당과 널찍한 거실에 방과 욕실이 딸린 이층집이 안락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십만인클럽'팀이 1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2층은 기사도 쓰고 때론 정치인 인터뷰도 하고, 우리 같은 교육생들이 써들고 오는 기사를 클리닉해주는 열린 공간이예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원하면 오기만 44기 분들 MT를 정식으로 신청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덧붙이시기도 하셨네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 2층에서 담임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회원들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 2층에서 담임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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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마당집에서는 44기 동기들이 못 만난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약 1분여 시간만큼 오기만 수료 이후의 생활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요. 각자의 일터에서 또 학교에서 있었던 부조리한 일상, 또는 바쁜 와중에도 기사 쓰기를 주저하지 않은 동기들의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기억나는 분들, 펀드레이서(Fund Raiser)로 활동하시는 황신애 동기분께서는 일과 관련한 책도 준비 중이면서, 강연시간을 늘려서 올해 좀더 활동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보실 생각을 하고 계시고, 그리고 또 다른 전문직종에 종사하시는 동기분들 중엔 사용자 분들의 무책임한 경영에 고민하시는 분도 계셨고.

특히, 서상열, 박정훈 동기 두 분은 매체 창간에 중점을 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5기' 에도 참가해서 그 모임에 대한 소개도 간략히 해주었습니다. "매체를 창간할 분, 이미 창간된 매체를 잘 운영하기 바라시는 분들이어서 대부분 사장님들이시더라구요"라는 박정훈 동기분의 설명이 기억납니다. 멀리 목포에서 올라오신 주현정 동기는 시민기자이기도 한데요. 전주국제영화제를 소재로 한 기사를 직접 밤을 새워 취재해 결국 오름 기사를 만들어 내고야만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했습니다.

오기만 44기가 주축이 되어 '서교동 마당집에서 일일찻집을 하자', '새로운 매체를 창간해 보자', '다 좋지만 일단 다음주까지 기사부터 한 꼭지씩 써보자', 또 담임선생님께서는 제게 "소설 써보신다면서요. 소설을 쓰기 위한 모임에서 지리산 행을 한다고 하니 참석해보세요" 하고 팁을 주시는 등 미래에 대한 계획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비까지 겹쳐서 못 오실 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참석하기로 하신 분들 모두 참여한 뜻 깊은 모임이었습니다. 파한 시간이 좀 늦어져서 다음 날 모두 피곤하셨겠지만 모두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가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빼곡한 스케줄로 여념이 없으셨을 텐데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일간 한번 보자고' 또는 '소주 한잔 하자고' 하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지키지도 않을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거지요. 특히 바쁘신 CEO분들 대부분이 그렇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연호 담임선생님께서도 <오마이뉴스>의 대표이사이자 기자이기 때문에 설사 지나가는 말로 '모임 한번 하시죠' 하셨어도 그냥 '그러려니'이해했을 겁니다.

그런데 잊지 않으시고 시간 내셔서(물론 선생님 시간에 맞추긴 했습니다만) 파하는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점, 또 전혀 권위 따위의 허접한 내세움이 전혀 없으신 점, 진정으로 저희 일에 귀기울여 주시고 진심 어린 충고도 잊지 않으신 점, 모두 놀랍고 감사드릴 일입니다. 진정한 이웃, 선생님, 형님, 오빠의 느낌으로 온몸이 따뜻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그런 선생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가치 있는 인생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기만44기#화천#서교동마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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