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처럼 서로 비슷한 입장끼리는 통하는 법이다. 그럼 고용노동청은 누구의 편이어야 할까. 이름만 봐서는 노동자들의 편이어야 할 텐데, 30일 부산 연산동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몰려간 노동자들의 생각은 달라보였다. 그들은 고용노동청이 기업주들의 편에만 서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은 그 이유로 자신들의 불만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이달 들어 3주간 실시한 거리이동 상담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129건. 문서에는 억울함에 고용노동청을 찾았다가 분통을 터트리며 돌아선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가장 먼저 노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은 '14일 규정'이었다. 임금체불이 14일이 경과하지 않으면 서류를 접수받지 않는 고용노동청의 규칙이다.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고용노동청을 찾았다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민주노총은 "일반노동자가 평일날, 낮시간대에 고용노동청을 방문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외출, 휴가를 받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민원접수 거부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들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규정 14일 전이라도 진정을 제기하면 일단 접수하여 체불기간이 오히려 14일이 지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4일 규정과 함께 노동자들은 고용노동청의 관료주의를 문제로 봤다. 이들은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을 다 지키면 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 내지는 "근로계약서가 뭐그리 중요하다고…"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접수된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의 민원처리가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조차 위반하면서 까지 편의적이고 관료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에는 고용노동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조차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책임을 다할 것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수년째 촉구했으며 그때마다 재발방지와 신속공정한 해결을 약속했지만 2013년에도 변함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고용노동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 고의적 시간끌기를 하는 사업주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 ▲ 민원인에 대한 성실한 상담 및 안내 ▲ 근로감독관들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실시 ▲ 악의적이며 상습적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 및 해당 사업장에 대한 종합적 근로감독 시행 ▲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안내 비치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청 측은 해당 사례가 일부의 경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인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1과장은 "일부 만족하지 못한 민원인들의 이야기가 알려진 것"이라며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만족을 표하시고 직원을 칭찬하는 민원인들도 있다"고 항변했다. 김 과장은 불만족 사례와 관련해서는 "접수한 불친절 사례 등은 관련 부서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