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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지난 29일 "제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건 속된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고 하는 식의 태도"라고 거친 말로 성토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지난 29일 "제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건 속된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고 하는 식의 태도"라고 거친 말로 성토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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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통일부 장관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결국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지난 29일은 '북한 성토의 날'이었다. 이날 오전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류 장관은 '엿 먹어라', '핫바지' 등의 속어를 써가며 북한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제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건 속된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고 하는 식의 태도"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북한이 자기 나름대로 무슨 전술이니 해서 하는 방식에 우리가 끌려들어 갈 생각은 없다, 그렇게 수를 쓰면 곤란하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류 장관은 같은 날 오후에도 예고 없이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성토를 이어갔다. 개성공단 완전귀환 당시 미수금 지불 등 북측의 요구를 들어줬음에도 북측이 완성품·원부자재 반출을 허용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런 북한이 이제 와서 우리 기업인들을 위하는 척 하며 민간과의 대화의지를 피력하는 것은 위선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민-관 분리 전술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한에 한 최근의 행동들이 '통일부 엿 먹어라' 또는 '통일부를 핫바지로 보는 것' 수준이고, 북측이 남한의 민간에 우호적으로 나오는 것은 결국 '위선'이란 얘기다.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관장하고 당국 간 대화를 전담하는 통일부의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언급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류 장관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별달리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던 야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류 장관의 문제 발언에 대해 "한심·개탄스럽고 국민들이 견디기 힘들다"며 "(류 장관은) 더이상 경박하고 천박한 안일함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부 장관이 자기 역할을 잊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며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 다른 민주국가인 대한민국도 민간도 야당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획일주의와 전체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감정 섞여 더 진솔할 수도"... 북한엔 "품격 갖춰"

그러나 통일부 장관의 '북한 성토'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30일 "(류길재) 장관도 언론에서 (자기 발언을) 보도한 것을 다 봤다, 그런 것도 충분히 감안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장관의 '거친 언사'에 대해 "(공식적인 표현)보다 더 진솔한 표현일 수도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이 섞인 표현이 들어갔을 때가 그냥 중립적으로 표현할 때보다 더 진정성을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통일부 입장이 남북관계를 보다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자는 것인데 북한이 비협력적으로 나오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서 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북한을 향해 내온 공식 성명보다 류 장관이 비공식적으로 거친 언사를 동원해 감정을 실은 게 북한에 더 먹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고 품격 있는 언어와 행동을 하라'고 북한에 촉구해온 것은 통일부다. 

지난달 중순 북한 <노동신문> 논평과 당국 성명 등은 남측을 비난하면서 '능지처참해도 시원치 않을 천하의 악행', '원수들' 또는 '남조선 괴뢰들의 만행' 등의 과격한 표현을 동원했다. 이에 대해 같은달 17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를 향해 내놓는 이야기는 기본적 주장 자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부당하고 온당치 못하지만 표현 자체도 차마 말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변인은 젊잖은 목소리로 "행동하는 데에도 품격이 있고 표현하는 언행, 문자 표현에도 나름의 품격이 있다"며 "상대방 입장도 존중하고 품격있는 언어를 통해 품격있는 행동과 처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라고 강조했다.


태그:#통일부, #류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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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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