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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란 책을 통해 '창조경제' 개념을 처음 사용한 영국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1년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란 책을 통해 '창조경제' 개념을 처음 사용한 영국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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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첫 직장을 원하는 분야에서 찾도록 지원하라. 그게 정부 몫이다."

역시 '창조경제 원조'다웠다. 30일 한국에 온 영국 출신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67) 어소시에이션 대표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니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적자)'니 하는 복잡한 용어 없이 '창조경제'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에서 열린 존 호킨스 기자간담회에는 50여 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박근혜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미 15년 전 한국을 찾았던 홉킨스지만 그동안 자신의 책 한 권 번역되지 않은 한국 언론의 높은 관심에 스스로 놀라는 눈치였다.    

"이스라엘 사례 한국에 안 맞아... 대기업 장점 접목해야"

존 호킨스는 2001년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란 책을 통해 '창조경제' 개념을 처음 퍼트린 인물로, 현재 영국에 이어 중국 상하이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전파하고 있다.

존 호킨스는 최근 '창조경제' 개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창의성이 아이디어 창출이라면 창조경제는 창의성이 경제 활동이란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고, "한국에서 혁신은 잘 한다, 창의성은 필요 없다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창의성은 혁신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혁신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호킨스는 "창의성이 정부와는 상관은 없지만 사회는 창의성을 중요한 동인으로 활용해 부의 창출과 사회 복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호킨스는 애초 문화, 예술 등 문화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했지만 한국 정부는 ICT와 과학기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에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정의할 때 문화적 맥락으로 제한하는데 광의적 개념에서 모든 창의성이나 결과물을 망라한다"면서 "한국 정부도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ICT로 방향성을 잘 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서 M&A 활성화 등 이스라엘 사례를 본받으려는 움직임에 대해 호킨스는 "이스라엘은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이 우수한데 그 근간에는 미국 투자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에는 적합한 모델이지만 한국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모델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호킨스는 "한국도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기업들이 많다"면서 "지금 한국의 도전 과제는 창조경제와 대기업이 가진 장점을 합쳐 사회 전체가 발전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5~10년 후 삼성의 발전은 기업 차원뿐 아니라 한국 전체와 다른 기업에 갖는 시사점이 크다"면서 한국 창조경제 성공하는 데 있어 삼성전자 역할에 주목했다.

호킨스는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유수기업과 마찬가지로 성공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여러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면서 "기업들이 하던 일만 반복하면 시장에서 리더십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분야에도 진출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만 "박근혜 창조경제에 삼성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고 중소기업과 협력에도 긍정적이라 들었다"면서 "해야 할 일을 모두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재 삼성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내건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첫 직장을 원하는 분야에서 찾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중소기업,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직업 소명을 일깨우는 게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무형 제품 거래가 많은 창조경제는 계약과 협상 기술이 중요하다며 이를 교육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 호킨스는 이날 오후 3시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최 창조경제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마친 뒤 이민화 KAIST 교수,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등 국내 '창조경제 전도사'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존 호킨스와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창조경제' 주창자인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
 '창조경제' 주창자인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
ⓒ KISTE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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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도 창조경제 가능... 한국 정부 방향 잘 잡아"

- 창조경제에선 문화와 예술을 강조하는데, 한국 정부는 과학이나 ICT, 정보기술과 융합을 강조한다. 우리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창의성은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 수 있다. 예술과 문화도 한 결과물이고 컴퓨터 코드나 소프트웨어, 닷컴, 빅데이터, 컴퓨터 알고리즘도 다 가시적인 결과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LA에선 TV나 영화 형태도 있고 북부에선 소프트웨어 닷컴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정부가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ICT로 방향성을 잘 정했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ICT란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창조경제를 정의할 때 창조성을 문화적 맥락으로 제한하는데 난 광의적 개념으로 봐서 어떤 창의성이나 결과물을 다 망라한다."

- 현 정부 창조경제를 놓고 개념 혼란이 있다. 초기에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적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변화를 강조해 혁신경제와 혼란을 일으키기도 있는데, 혁신경제와 창조경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창의는 개인적인 개념으로 다시 반복 재생하기 어렵다. 반면 혁신은 객관적이고 정량화가 가능해 한 번 혁신 일어나면 반복 재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이 가치사슬에서 좀 더 상위에 있다. 창의성을 통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지만 혁신 통해 창의성이 나타날 수는 없다. 창의성은 혁신을 내재화한 광의의, 상위 개념이다. 건강한 경제나 사회는 많은 양의 창의성과 혁신이 동일하게 필요하고 건강한 사회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다."

- 한국과 협력 계획은 있나? 지금 중국 창조경제 상황은 어떤가.
"한국과 협력을 바라고 있어 초대해주면 고맙겠다.(웃음) 중국은 과거 30년간 폐쇄되고 경직된 형태에서 급격하게 개방화되고 창의적 사회로 나가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수백 수천 개의 창의적 창조기업들이 존재한다. 창의 생태계 정의에 있어 3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이 잠재성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하는데,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셋째는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가 있는지와 평등한 세상일 것인데, 이 두 가지 면에서 중국은 점수가 낮다."

"사회 초년생들 원하는 일 찾아줘야... 협상 기술 교육도 필요"

-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활성화 위해 M&A(기업 인수 합병) 활성화와 벤처육성, 공정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우선순위에 둘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참고할 만한 해외 정부 사례가 있나.
"진정 중요한 건 정부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첫 직장을 찾을 때 원하는 분야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20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한 노력을 통해 규제와 개입 차원, 보조 혜택과 세제 혜택 등 여러 형태로 지원했다. 디자인, 사진, 영화 등 원하는 분야에 진출하도록 하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스킬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사회 첫 진출이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중소기업,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직업 소명을 일깨우는 것이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 사례 등을 연구해 창조경제로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경제구조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 성공사례에서 배울 만한 점은?
"이스라엘은 매우 독특한 국가다. 기술이나 R&D(연구개발)가 굉장히 우수하다. 근간에는 미국 투자가 있고 우호적인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이 있다. 이스라엘에는 굉장히 적합한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에 최적,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모델인지는 의문이 있다. 한국 정치 사회 경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도 세계적 성공한 대기업들이 많다. 전자,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지금 가진 강점과 대기업이 가진 강점과 함께 나란히 발전시키는 것이다. 창조경제와 대기업 양쪽의 장점을 합쳐 하나로 내재화시켜 사회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 아이디어 발현을 막는 장애요소는 무엇인가. 아이디어가 서비스, 상품으로 들어갈 때 금전적 보상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장애 요소는 자신감 부족, 혼자란 생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런 내부 장애요소를 극복해도 외부 시험대 오르는 순서가 남아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시장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을지, 가격, 계약, 협상 등 외부 시장에서 오는 장애도 극복해야 한다. 금전적 보상은 창출하기 힘들다. 우리가 자동차, 스마트폰 같은 유형 상품에 익숙한데 창조경제 상품은 아름다움, 미학, 디자인 등이고 상품을 온라인으로 유통해 가격을 제대로 책정하기 어렵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을 때 가치평가 기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디어에 가격 매기는 것도 성공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창조경제는) 개개인이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대학, 학계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고 기업이나 기업가들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 같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미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5~10년 후 삼성의 발전은 기업 차원뿐 아니라 한국 전체, 다른 기업에 갖는 시사점이 크다.

덧붙이자면 오랜 경험에서 봤을 때 창조경제는 제조 경제나 서비스 경제보다 더 많은 계약이 성립한다. 물컵을 팔면 물컵만 전달하면 돼 계약이 필요 없지만 무형 제품 거래는 계약이 중요하고 협상 스킬이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할 일도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진출하기 전에 계약 협상도 하나의 스킬로서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 창조경제 할 일 하고 있어... 새로운 분야 개척해야"

- 창조경제 주체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중국은 완전히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사실 신문, 온라인매체 등 언론의 자유는 시장에서 여론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하고 대중은 생산자가 뭘 만들어 파는지 알아야 한다. 언론도 세분화돼 대형 언론사들의 영향력 줄고 정보 원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 구매와 판매도 지인 등 추천에 근간을 두고 이뤄진다. 이 경우 효율적인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국과 미국 모든 기업들은 하나의 언론사처럼 돌아간다. 기업 홍보 커뮤니케이션에 언론사처럼 움직여 고객에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제조사들도 언론사처럼 자신의 기업을 알리고 있다."

- 창조경제에서 대기업과 삼성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지금 삼성의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삼성은 많은 성공을 하고 있다. 경쟁업체에 앞서가면서 스마트폰 분야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다. 삼성도 다른 유수기업과 똑같은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이런 성공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여러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혁신은 계속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 삼성의 방향성은 모르지만 계속 선도적 위치로 가길 바란다. 다른 분야에도 진출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했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하던 일만 반복하면 시장에서 리더십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위험들을 극복해 가야 한다. 박근혜 창조경제에 삼성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고 중소기업과 협력에도 긍정적이라 들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그:#존 호킨스, #창조경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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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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