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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다른 사람과 협의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나오고 돈도 창출된다. '창조'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창조경제 원조'가 박근혜 창조경제에 '한 수' 뒀다. 존 호킨스(John Howkins·67세)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가 30일 오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제4회 창조경제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것이다.

이날 강연이 열린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는 '창조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시민과 학자, 정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몰렸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겨 강단에 선 존 호킨스는 이날 강연 주제인 '창조경제와 정부의 역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 화면에는 영어 강연 자료가 띄워졌고 청중들에겐 동시 통역기가 지급됐지만 존 호킨스는 시선으로 호흡을 맞춰다.

창조경제는 생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사회 복지·노동문제까지 아울러야"

창조경제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중인 '창조경제 원조' 존 호킨스.
 창조경제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중인 '창조경제 원조' 존 호킨스.
ⓒ KI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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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호킨스는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 개념을 물어본다"면서 우선 개념 정의했다. 그는 "'창의성'은 인간이기 위한 과정이자 인간의 지적인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자체로 상업적·경쟁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창조경제는 하나의 교환과정이다, 새로운 경제적 시스템이자 수익성을 다루고 있는 재정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죠? 저도 여러분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존 호킨스는 모든 인간은 창의적이지만 그 아이디어는 항상 개인적이라며 '소통과 교환'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교환하고 거부당하거나 수락되기도 하면서 아이디어는 변화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오지만, 그 아이디어가 잘 거래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접근성 있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이든 그것을 사는 사람이든,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명확해야 창조경제는 성공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존 호킨스는 한국 정부 창조경제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지금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지원금이나 세금 혜택 같은 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뿐 아니라 법률까지 모두 확인해서 국가의 체계가 창조경제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는 단순히 생산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으며 "창조경제가 사회적 복지와 노동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창조경제는 무언가를 조금 더 낫게 현실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스스로 만족감이나 자아실현 욕구와도 연계된다, 복지도 궁극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발 물러선 '창조경제 원조' "문화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적용"

50여 분의 강의에 이어 국내 창조경제 전문가들과 토론이 이어졌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과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등 국내 '창조경제' 전문가들이 존 호킨스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첫 질문부터 반론이 등장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는 디자인·패션·엔터테인먼트 등 특정 몇 개 산업만 지칭하지만 한국 창조경제는 전체 산업을 아우른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존 호킨스 "창의경제는 (문화산업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기술·수학·알고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창의적 프로세스는 다양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여러 해석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또 오는 11월 출간하는 책에선 아예 '창조산업' 개념을 바꾸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 강연 직후 국내 '창조경제'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존 호킨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 강연 직후 국내 '창조경제'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존 호킨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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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등 지적재산권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존 호킨스는 "사람들은 과거 소유의 개념에서 지금은 단순히 빌리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음악과 지식 같은 '무형자산'과 이에 따르는 지적재산권·특허 등의 중요성이 점점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이민화 교수는 "특허에 대한 통계수치를 보면 전체 1조 달러가 넘는 가치가 늘어나고 있고 작년에 애플도 특허를 사들이며 100만 달러 이상 지불하기도 했다"면서 "지적재산권의 중요도가 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번에는 존 호킨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통계 수치에서 건수는 올라가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면서 "가치를 보호하는 것과 수익을 창출하는 것, 두 가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근간인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든 쉽게 접근하고 개량이 가능하도록 한 것)'와 '프리웨어(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라며 "이는 지적재산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재반박했다.

존 호킨스는 한발 더 나아가 "지적재산권은 움직임이 느려 창조경제의 빠른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성장동력 잃은 우리나라가 '창조경제'를 외치는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다"면서도 "근본적 시스템 변화는 하지 않은 채 창업 활성화 같은 미봉책에만 급급하다"며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창조경제에 가장 적합한 나라는 어디일까

존 호킨스는 자신의 출신지인 영국을 예로 들면서 '창조경제'의 이점을 힘주어 설명하기도 했다. 존 호킨스는 "영국은 젊은 뮤지션들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영국 젋은이들은 자신이 '음악가'라는 것만 증명하면 돈을 벌지 않아도 직업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요즘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0개 중 6개 정도는 브리티시(British·영국) 앨범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인도 등 창조산업에 강한 나라들을 언급하며 "'향후 100년'을 누가 이끌 것인지 정말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13억 거대 인구'와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강조하며 "중국은 '창조경제'에 여러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민화 교수가 "창조경제에 가장 적합한 나라는 어디인가" 묻자 존 호킨스는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미래 예견은 어렵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있다"면서 "한국도 1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객석에 앉아있던 한 청중은 존 호킨스의 '빨간 양말'이 눈에 들어온다며 "양말 색깔을 보니 '창조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충남개발연구소에서 온 정종관씨는 "(빨간 양말처럼) 사고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한 창조적 요소인 것 같다"면서 "(혁신경제, 지식경제, 녹색경제 등) 대선 때마다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 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민화 교수는 "마침 스마트 혁명이라는 인류 최대의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맞는 '창조경제'는 이전의 '혁신, 지식경제'와는 차이가 있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태그:#창조경제, #존 호킨스,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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