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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의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호랑이 인형이다.  자리를 따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손님 의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호랑이 인형이다. 자리를 따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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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가기 위해서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가 서울 중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서울 나들이라 교회가는 날은 기분이 좋습니다. 언젠가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막 시청역에서 내리는데 의자에 느닷없이 호랑이가 앉아 있더군요. 처음에는 어떤 아이가 장난감을 놓아두고 갔구나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도 호랑이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만져보니 움직이지 않게 고정돼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호랑이뿐만 아니라 의자마다 다른 조형물이 있더군요. 토끼도 있고, 피노키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의 조형물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의자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인형이 왜 여기에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의자 모서리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제가 곁에 있잖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비로소 그 조형물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그러나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형물 때문에  앉아야 할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피노키오 인형
 역시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피노키오 인형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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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조형물이 어린이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어른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조형물 때문에 서 있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겠지요. 불편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엉덩이만 놓으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인형 때문에 조금 돌거나 피해 앉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어떤 일행은 아이들은 앉아 있고 부모는 서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꽤 불편해 보였습니다.

또 처음에는 깨끗해 보이던 인형이 이제는 깨끗해 보이지도 않게 되더군요. 군데군데 때가 낀 것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이는 아이들은 인형이 신기한 듯 쓰다듬어 보고 만져도 보더군요. 많은 아이들이 그럴 텐데, 건강상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 문제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앙증맞은 토끼지만 역시 의자 한족을 차지하고 있다.
 앙증맞은 토끼지만 역시 의자 한족을 차지하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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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뭔가 필요해서 조형물이 있어야 한다면, 사람들이 앉아 쉬는 의자가 아니라 따로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손때도 덜 탈것 같고 동화 속에 나오는 귀여운 동물들이 어른들의 눈총까지 받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귀여운 동물들이 우리의 영원한 친구로 남기 위해서라도 따로 자리를 민들어줬으면 합니다.


태그:#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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