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워크숍 처음이다!" "이번 워크숍 대박이다!" 4선의 김성곤 의원과 검사장 출신의 초선 임내현 의원께서 한 말이다. 신기남 의원(4선)은 "아주 다른 느낌이다. '왜 이제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시간이다"고 하셨고, 김용익 의원(초선)은 "좋은 기회 만들어줘 고맙다"고 하셨다.
5월31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민주당 의원 워크숍은 이 분들의 말처럼 종전과 달랐다. '소소한 이야기 깨알같은 국민생각'이라는 워크숍 타이틀부터 이색적이었고, 워크숍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에도 변화가 많았다. 민주당이 처한 위기상황을 고려해 기획한 결과였다.
워크숍에 '소소한 이야기 깨알같은 국민생각' 타이틀을 붙인 까닭먼저 워크숍의 강연자를 바꿨다. 단골손님이던 학자와 정치전문가가 아니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두 분의 당내 인사를 초청했다. 또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6월 국회'의 목표에 맞춰 대리점, 편의점, 골목상권 대표 등 '갑의 횡포' 피해자들을 초청했다.
존경받는 당 원로를 초청한 것은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당 밖 인사들의 애정 없는 '쓴 소리'보다는, 당내 원로들의 애정 어린 격려와 위기극복을 위한 제언들이 의원들의 자긍심과 위기극복 의지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원기, 임채정 국회의장은 강연을 통해 "민주주의와 진보개혁의 역사를 개척해 온 민주당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고, "자신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자"고 당부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을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을의 절규를 생생히 들려주었다. 5월 29일 '을의 눈물 속으로' 현장방문 행사의 첫 방문대상이기도 했던 이 분들과는 6월 5일 '을 지키기' 입법대책 회의를 함께 할 계획이다. 워크숍에 초청한 것도 일회적인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유지와 대책마련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뜻이었다.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차별 포인트였던 'Who am I'는 많은 국민들이 보고 눈물을 흘렸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부른 노래에서 이름을 빌렸다. 실제 이 영화는 대선 패배 후 '멘붕'(멘탈 붕괴)에 빠져있던 우리 지지자들에게 큰 힐링이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의원들에겐 3분간 자기소개를 포함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당 지도부와 외부강사 등 소수에게만 발언기회가 주어지고 대부분은 청취에 그쳤던 과거 워크숍의 진행과 가장 달랐던 프로그램이었다.
3분 자기소개에 참여한 의원들은 50명에 달했다. 밤 늦게까지 행사가 진행되며 3분 발언을 신청한 의원들이 줄을 이었지만, 예정되었던 밤 11시를 훌쩍 넘긴 11시 20분에야 아쉽게 프로그램을 끝내야 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부른 'Who am I' 자기소개의원들의 자기소개와 발언의 내용도 다채로웠다.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됐고 왜 정치를 하려 하는지 말하는 의원들이 가장 많았다. 동영상과 앨범까지 준비해 어릴 적 사진 등 자신을 알린 의원도 있었고, 남에게 밝히지 않았던 가슴 아픈 개인사를 공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물론 마무리에는 우리의 자세와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한마디씩도 잊지 않았다. 동료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공감과 진심어린 박수, 위로가 있었고, 끝난 후 대부분의 의원들은 '서로를 알게 되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이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은 한 초선의원이었다. 19대 국회의원이 되고 미처 서로를 알기도 전에 대선 과정에서 편이 갈라지고, 상처받고, 어색한 관계가 돼버렸는데, 이 상처를 치유해야만 위기극복을 위한 단결된 힘을 얻을 수 있겠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원내대표단이 구성된 이후 추진했고, 부족한 시간이 아쉽지만 당초 생각했던 '힐링 워크숍'의 취지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우리의 힐링은 계속될 것이다. 한가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단단히 뭉쳐야만 국민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Who am I' 프로그램에 대해 몇 분의 의원들이 카메라가 있으면 진솔하고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해서 원내대표단이 의견을 모아 비공개로 전환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처럼 자기소개 프로그램의 공개를 둘러싸고 입장이 오락가락했거나, 분위기가 무질서하지도 않았다. 발언 내용이 이미 대변인을 통해 브리핑되었지만, 3분 자기소개 내용은 희망하지 않는 의원을 제외하고는(희망하지 않는 의원은 없을 듯하다), 곧 당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내용이 공개되면 확인되겠지만 그 어떤 내용도 한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당초 이번 의원 워크숍의 목표는 3가지였다. 첫째, 6월 국회 입법 및 운영전략 논의. 둘째, 민주당내 의원들의 소통 및 친밀감 조성을 통한 결속력 강화. 셋째, 민주당의 60년 역사와 정통성의 공유를 통한 의원들의 자긍심과 연대의식 강화이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목표 역시 분명한 존재감으로 기백있게 약속을 지켜나가는 민주당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워크숍의 3가지 목표에 충실, '을의 눈물 닦아주는' 6월국회 만들 것이번 워크숍은 그 3가지 목표에 충실하게 진행되었다. 127명의 소속 의원 중 107명이 참석했고, 여느 시기의 워크숍 못지않게 진지했으며, 소기의 목표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6월 국회'의 입법전략도 워크숍 개최 이전 고위정책회의와 원내대책회의,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 개최 등의 준비를 통해 의원들 사이에 공유된 상태지만, 이번 워크숍 과정을 통해 상임위별 주요 추진법안의 선정 및 입법추진 전략의 미비점과 우려사항에 대한 충분한 보완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다. 또 그동안 사라졌던 원내대표 지도부와 상임위 단위 의원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되살려 이번 주부터 연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지적했던 '6월 국회 대책 뒷전'도 '주객전도의 상황'이라는 평가는 지나치고 일방적이다. 우리의 노력을 한가하다고 비난한다면 장기레이스를 앞두고 엔진과 부품을 정비하는 일을 한가한 작업이라 매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다져진 결속력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3일부터 개회되는 6월 임시국회를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로 만들고, 반드시 성과를 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 민주당의 어려운 언론환경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고 더욱 긴장된 노력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인 박민수 의원은 민주당 원내부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