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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안성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임선희)에서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마치 <미녀들의 수다(KBS 외국인여성 토크쇼)> 축소판이었다고나 할까.

이 수다의 주인공들은 올해 5월 10일 '글사랑 전국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 우수상, 금상, 은상 등을 휩쓴 중국 출신 엄마들이다. 이들은 이 대회에 출전한 기라성 같은 한국 여성(어린이집교사, 원장, 보육교사 등)들을 제치고 상을 거머쥐었다. 한 마디로 그녀들이 제대로 일냈다.

왼쪽 부터 글사랑전국동화구연대회 송욱(대상), 최연(우수상), 공위루(금상), 진정운(은상) 씨 등이다. 그녀들의 중간에 있는 이(안경 쓴 하늘색 가디건)가 바로 동화구연가 임옥수 씨다. 그녀들은 입을 모아 '이게 모두 선생님의 공'이라고 했다.
▲ 외국인 엄마들 왼쪽 부터 글사랑전국동화구연대회 송욱(대상), 최연(우수상), 공위루(금상), 진정운(은상) 씨 등이다. 그녀들의 중간에 있는 이(안경 쓴 하늘색 가디건)가 바로 동화구연가 임옥수 씨다. 그녀들은 입을 모아 '이게 모두 선생님의 공'이라고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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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에게 '딱'이에요"

최연(34·우수상·이하 최) : "이민자 여성에겐 잘 맞는 것 같아요. 이거 배워서 아이들에게 읽어줘도 정말 좋아하고요.(질문 하지 않아도 장점을 술술 말해주니 진심으로 고마웠다.)"

송욱(28·대상·이하 송) : "잘했어요 잘했어. 다같이 박수쳐요. 짝짝짝!(헉, '자뻑'의 대가들이셔 하하하하)"

진정운(36·은상·이하 진) : "전엔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가서 동화 해줬더니, '저 분이 내 엄마'라며 (아이가)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호호호호."

공위루(30·금상·이하 공) : "그저 감사하죠. 호호호호~"

기자 : "엄마들의 사는 이야기 좀 해 줘 봐요."

: "전 벌레가 무서워 시골 못 살 거 같아요. 한국 12년째인데, 주로 아파트 생활만 했죠. 지금은 홍익아파트 사는데, 그래도 나이 들면 남편과 귀촌해서 농사지으려고요. 호호호."

: "전 한국 온지 9년인데요. 부천, 천안, 목천 등을 거쳐 지금 안성 살아요. 남편 직장 따라 이사 많이 다녔죠. 호호호호."

: "전 안성에 시집 와서 죽~ 같은 집에서 살아요. 안성 붙박이라는. 호호호호."

: "전 청주에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지금의 남편만나 연애 끝에 결혼했죠. 사실 우리 네 사람은 모두 중매결혼 아니고 연애결혼 했어요. 호호호호.(안 물어 봤는데, 재밌게 이야기 해주는 그녀의 센스에 우린 모두 웃음바다.) 사실 한국남자가 알고 싶었어요. 중국남자랑 다른 게 뭔가 하고. 살아보니 좋더라고요. 저의 지랄 맞은(솔직함의 대가인 듯) 성격도 묵묵히 잘 받아주고 좋아요. 호호호호."

기자 : "한국엔 '시월드'란 말이 있을 정도인데, 어떠신지?"

: "좋긴 좋은데... 아참! 아니고 좋아요, 좋아. (모두 웃음) 이거 신문에 나가면 안 되는데. (모두 또 웃음바다) 우리 어머니는 뒤끝이 없어서 좋아요. 서운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말씀하셔요. 대부분 하루를 넘기지 않죠. (옆에서 동료들이 "말 잘해라~"고 자꾸 부추기며 웃는다.) 아이들도 조부모님들과 있으니 어른의 소중함을 알아 교육상 좋고요. 단, 부부의 단란한 시간이 없어 아쉽긴 하죠. 쩝~~~"

동화구연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교실에서 두어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마치 우리는 안성의 '힐링캠프'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하하하하.
▲ 지금은 수다 중 동화구연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교실에서 두어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마치 우리는 안성의 '힐링캠프'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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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청심환,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 '이번 대회 나가면서 그 무뚝뚝한 남편이 긴장하지 말라고 청심환을 사준 건 평생 못 잊을 거예요. 그 청심환 때문에 합격했어요. 호호호호(다른 동료들도 "맞아 맞아. 남편 중 유일해"라며 웃음과 함께 부러움의 눈빛 발사). 그런 고마운 남편 때문에라도, 아니 어쨌든 내가 가정 만들었으니까 내가 지켜야죠.("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책임진다"는 표현에 감동의 박수를). 그래도 한국생활이 힘든지 <러브인아시아(KBS 다문화가정 프로그램)>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 "맞아요 맞아. 저도 보는 내내 울었어요.(순간 여성 모두 숙연. 기자도 따라 숙연)"

: "(숙연함도 잠시) 남편이 저보다 요리 잘해요. 밖에 나가면 자상하게 잘해줘요. 호호호호. 중국은 남녀가 평등하게 가정일 하거든요. (오호라. 한국 남성들만 특혜? 하하하하)"

: "제가 한국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담도 배워 상담 쪽으로 나가려고요."

: "중국어 강사로서 초 중 고에 가서 강의해요. 어쨌든 자랑스러운 아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려고 무진장 노력해요. 우리의 2세를 위해 두 배로 노력하는 거죠. (그녀들의 진지한 노력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외국인 엄마들 뒤에 그녀의 열정 있었다

기자 : "그러고 보니 대상(송), 우수상(최), 금상(공), 은상(진). 이렇게 순서대로 앉으셨네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닐 텐데 앉다보니 그런 거 겠죠. 하하하하하(모두 인정의 웃음)"

: "수상자 이름 부를 때 '왜 나를'이라며 얼떨떨했죠. 이젠 다른 대회에도 도전해보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 "전 신랑 청심환 덕분에 붙었으니 신랑이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모두 웃음바다). 작은 것 하나에 감동받는 게 여자 마음이랍니다. 호호호호."

: "미안해서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출전했어요. 입상 한 다음에 시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주위 분들에게 며느리 자랑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우리며느리 동화구연대회 나가서 상 탔다고. 호호호호."

: "선생님이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그 다음 남편이.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처음엔 뻥 치지 말라더군요. 남편도 처음엔 못 믿겠던 거죠. 호호호호."

그런데, 이 네 사람 모두 하나같이 '선생님의 공'이라고 이야기한다. 선생님? 그녀는 바로 동화구연가 임옥수씨다. 그녀는 수 년 간 이 센터에서 그녀들에게 동화구연을 지도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녀들의 집까지 찾아 가르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그랬다. 그녀의 열정과 그녀들의 노력이 일을 냈다.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실에서 '동화읽어주는 무지개 엄마' 모임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엄마들이며, 좀 전에 동화구연 수업을 끝냈다. 그녀들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남편에게 자랑스러운 아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 동화읽어주는 무지개 엄마들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실에서 '동화읽어주는 무지개 엄마' 모임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엄마들이며, 좀 전에 동화구연 수업을 끝냈다. 그녀들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남편에게 자랑스러운 아내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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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현재처럼 동화구연 어린이집 강사로 일할 거라는 예쁜 진정운씨, 네일아트 가게를 하고 싶다는 눈이 깊은 공위루씨, 평택대학 상담부문 석사과정을 마쳤으니 이젠 상담 쪽으로 일하고 싶다는 인상 좋은 최연씨, 현재 초중고 중국어 강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일하고 싶다는 세련된 송욱씨. 그녀들의 결연한 노력(자랑스러운 아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한)이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이 수다는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031-677-7191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외국인엄마, #동화구연대회, #글사랑전국동화구연대회,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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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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