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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석촌호 교차로와 학원 사거리 사이에 있는 유기농 뷔페 식당 청미래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문구가 벽에 붙어있다. '친환경 유기농이 사람과 자연을 살린다.' 30여 평의 널찍한 실내에는 우리 땅에서 재배한 유기농 곡물․채소와 경북 울진에서 올라온 싱싱한 생선과 해조류, 청미래에서 직접 담근 장과 효소로 만든 60여 가지 음식이 방문객을 맞는다.

 60여가지 다양한 유기농 요리가 차려진 청미래 유기농 뷔페
60여가지 다양한 유기농 요리가 차려진 청미래 유기농 뷔페 ⓒ 청미래 유기농 뷔페

백초효소와 백초식초 육수에 해초국수를 말아먹는 새콤달콤한 물회, 12년 간장소스 새송이지, 백초효소 가오리회 무침, 현미효소가 들어간 5년 발효숙성 쌈된장과 다양한 생채소 샐러드, 10년 숙성 된장엑기스 소스를 곁들인 항암식품 모둠회(새송이·표고·곤약), 통째로 먹는 조기 석쇠구이, 어린이 영양식 해초야채주먹밥, 장을 행복하게 하는 곤약 비빔국수, 3년 발효숙성 유기농 사과 정과….

각 음식에는 요리의 이름과 설명이 일일이 붙어있다. 음식 이름들이 풍기는 느낌이 여느 식당들과는 다르다. 이 음식들은 민형기 대표와 청미래자연식연구원 식구들이 십수 년에 걸쳐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다.

청미래의 음식은 간이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몸이 바로 느낀다. 10년씩 숙성시킨 장과 직접 만든 귀한 효소를 아낌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신선한 재료로 자연의 본성을 그대로 살려서 조리한 요리들은 음식이라기보다 차라리 약이다. 식단은 주로 곡물과 채소 요리를 중심으로 생선과 오리 고기·젓갈 등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 메뉴가 곁들여진다. 현미스낵에 얹어먹는 호박죽, 현미조청을 곁들인 밀싹발효빵, 과일, 식혜, 유기농 커피 등 다양한 후식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10년 숙성한 장과 직접 만든 효소... 약이 되는 밥상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밥상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깃들어 사는 세상이에요. 마음도 몸에 깃들어 있으니, 몸은 마음을 포함한 더 큰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몸의 세포 수는 약100조 개인데 하루에도 1조 이상의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그 세포를 만드는 것이 음식이잖아요. 삶의 매 순간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민형기 대표는 자연식 운동가이다. 강남과 목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던 어느 날, 갑상선·임파선 암 선고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자연식을 통해 암을 극복한 민 대표는 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몸살림 마음살림 공부살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원 식당에서 정성껏 만든 자연식 식단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당시 그가 원장으로 있던 청미래 학원의 이 같은 시도는 신문·방송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토피 피부염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으로 학습 장애를 겪던 아이들이 눈에 띠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연식의 효과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3년에 청미래 유기농 식당을 열었다. 청미래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이 식당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밥을 먹다가 혹여 민 대표를 마주치게 되면 어김없이 붙들려 강의(?)를 들어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깨우치고자 하는 진심어린 열정. 그가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바로 '현미식'이다.

"흰밥 한 공기는 백설탕 한 그릇과 같다"

 청미래 유기농 뷔페 민형기 대표
청미래 유기농 뷔페 민형기 대표 ⓒ 청미래 유기농 뷔페

"우리가 먹는 것 중에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이 바로 흰밥이에요. 생명이 깃든 쌀겨와 쌀눈을 다 깎아내 버린 백미는 쌀이 가진 효소와 영양분의 95% 이상이 사라진 당질 덩어리일 뿐이죠. 백미로 지은 흰밥 한 공기는 백설탕 한 그릇과 같아요. 백미를 계속 먹으면 탄수화물 중독에 걸리고, 이는 곧 설탕 중독, 흰 밀가루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요즘 아이들이 왜 그렇게 설탕 범벅인 가공식품·청량음료·라면·빵·피자를 좋아하는지 이제 아시겠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청소년 비행·우울증·빈번한 자살의 원인이 탄수화물 중독 때문일 수 있어요. 국민병으로 자리 잡은 비만·당뇨·고혈압·암 등의 생활습관병 역시 마찬가지고요."

청미래에서는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쌀눈쌀겨효소나 기름에 튀기지 않은 유기농 현미과자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일체의 첨가물 없이 100% 현미로 만든 현미과자는 민 대표가 직접 고안한 기계에서 가래떡처럼 뽑아낸 것이다. 쌀눈쌀겨효소를 이용한 쿠키와 과자, 해초 샐러드, 효소 물김치, 발효 생약차…. 청미래자연식연구원에서 개발한 천여 가지의 자연식 레시피는 아무 조건 없이 일반에 공유된다. 때문에 이곳은 여느 식당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연식 연구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식량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청미래#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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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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