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남·북 당국간 회담에 북한이 응해왔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회담 시기와 의제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남북교류민간단체도 환영하고 나섰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6일 발표한 대변인 특별담화문에서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회담 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평통은 또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대한 남조선 기업가들의 방문과 실무접촉을 시급히 실현하며 북·남민간단체들 사이의 래왕(왕래)과 접촉,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할 것"을 제의하면서 "6·15공동선언 발표 13돐(돌) 민족공동행사를 실현시키며 7·4공동성명발표 41돐을 북남당국의 참가 하에 공동으로 기념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이어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련락(연락)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련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요구해온 군통신선 복구 요구에도 응할 것임을 밝혔다.
'김정은 지시' 시사그러면서도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남남갈등'을 조성하려 한 적도 없고 남측 당국을 '핫바지'로 본 적도 없으며 '엿 먹어라'는 식으로 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한 강연에서 북한의 태도를 비난한 데에 불만을 토로한 것. 그러나 조평통은 "그렇지만 우리는 시비를 가리며 공허한 말장난과 입씨름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다"면서 자신들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이날 당국 간 대화제의에 전격 응하고 나선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이 담화에서 제안사항에 앞서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중대입장을 천명한다"고 김 위원장의 지시임을 시사했다.
정부 "긍적적으로 받아들인다" 즉각 수용지난 4월 11일 정부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이 제기하길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한 지 57일째 되는 날 북한이 정부의 요구에 응하고 나선 것. 북측은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은 지난 3월 11일부터 차단됐다.
정부는 즉각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안을 수용했다. 통일부는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금일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당국 간 회담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회담의 시기와 의제 등 관련 사항은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6·15남측위 환영... "남북관계 전환 계기 삼아야"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남북 협력을 위한 민간단체들도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북한은 기업인과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용한다면서도 방북에 필수인 당국 간 협의에 응하지 않아 사실상 방북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은 환영 의사 외에 밝힐 수 있는 게 없다"며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을 소집, 회의에 들어갔다.
6·15공동선언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하면서 북한에 당국 간 실무회담에 응할 것을 요구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북한의 제의가 우리 요청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측위는 "당국 간 대화를 선결조건으로 강조해온 정부는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를 조건 없이 수용해 남북관계 전환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번 계기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현안들을 당국대화를 통해 차분히 해결해나간다면, 우리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성공한 대북정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남측위는 "정부와 협의하여 개성 공동행사 준비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등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