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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간 7일, 한 학생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간 7일, 한 학생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 김지혜

"학원이요? 춥죠. 오히려 (에어컨 설정) 온도를 높여요. 학교에선 못 낮춰서 난린데."

고등학생 김아무개(18)군은 정식 교복 대신 시원한 반팔 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차림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이런 복장이 이상하지 않다. 학교에서 너무 더워서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학원으로 가는데, 거기는 외려 춥단다. 그에게 요즘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트는지 물었다.

"오전엔 무조건 안 틀죠. 점심 먹고 나서는 좀 틀어줬어요. 그런데 금방 끄더라고요."

그를 만난 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1도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막 귀가한 뒤 온도를 재보니, 수은주가 30도를 웃돌았다. 이 학교 교사인 오아무개씨는 "교실이 너무 더워 수업이 어렵다"며 "학부모들도 가끔 전화가 와 아이가 더워한다며 항의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추운 학원] 10곳 에어컨 설정온도는 평균 21.6도

 서울 대치동 한 학원의 7일 오후 8시께의 실내 온도. 밤인 데도 에어컨을 튼 채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한 학원의 7일 오후 8시께의 실내 온도. 밤인 데도 에어컨을 튼 채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 김지혜

<오마이뉴스>가 6~7일 이틀간 서울 대치동·목동의 학원 10곳의 에이컨 설정온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21.6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6일 찾아간 영어전문 학원의 10평 남짓한 상담실엔 찬 기운이 가득했다. 중형 에어컨의 설정온도에는 23도가 찍혀 있었다. '조카의 진로상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자가 "아이가 더위를 많이 타요"라고 말하자 상담사는 "저희가 에어컨 하나는 빵빵하게 틀어요"라며 웃었다.

7일 오후 5시 30분 학교 수업을 끝낸 후 학원에 가는 김아무개(17)양은 "학원은 추울 정도"라는 말을 했다. 그에게 온도계를 주면서 학원 실내온도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8시 20분 메시지가 왔다. 디지털 온도계는 22.5도, 오후 8시 10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김양은 "아까 21도까지 내려갔는데 수업 중이라 사진을 못 찍었어요"라고 말했다.

비슷한 부탁을 한 김군도 20도로 설정돼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오마이뉴스>가 조사한 학원 10곳 중 3곳이 설정온도를 20도에 맞춰놓고 있었다. 그 외 21도 3곳, 22도 1곳, 23도 2곳, 25도 1곳이었다.

[너무 더운 학교] 모의고사 때 딱 한번 에어컨 켰다는 학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 안의 온도. 학생들이 귀가한 직후 온도는 30도를 넘어섰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 안의 온도. 학생들이 귀가한 직후 온도는 30도를 넘어섰다. ⓒ 오마이뉴스

학교 실내 온도에 대한 교육청의 방침은 28도다. 조사했던 학원 10곳의 평균 실내온도보다 6.4도 높다. 그나마 28도도 방침일 뿐, 실제 온도계로 확인해본 교실의 온도는 30도에 가까웠다. 갑자기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이아무개(31)씨는 "올해는 모의고사 때 딱 한 번 에어컨을 켰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할 때 옷이 젖을 정도로 더운데 에어컨을 학교에서 관리하니 방법이 없다"면서 "작년에는 한여름에도 1시 이후에만 틀어줘서 찜질방에서 수업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여름이 더 무더울 거라던데 벌써부터 겁난다"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중학교 2학년인 장은진(14)양은 아직 학교에서 에어컨을 튼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땀이 흘러 에어컨을 작동시키려 했지만 혼났다"면서 "학교 엘리베이터 전력 소비 때문에 에어컨 사용은 못한다고 선생님께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교실에 선풍기를 설치해서 하루종일 돌렸다"고 덧붙였다.

학교는 다르고 학년은 같은 이정화(14)양도 "학교 공부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며 "수업시간에 우리와 선생님 모두 부채질 하며 수업에 임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의 중학교 교사 이아무개씨는 "지난 5월 29일 갑자기 더워진 이후부터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업 진행이 어렵다"며 "학생들이 물 마신다거나 세수하고 온다고 하면 안 보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여름방학도 짧아져 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와 학원, 어디가 잘못된 걸까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학교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이 어렵다고 하니 학교에서도 아끼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면서 "아이들이 이동수업을 하거나 체육수업을 하면 많이 더워 하지만, 문 열고 견딜만한 날씨"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제일 더운 4층에 한해 오후에 잠깐 에어컨을 틀었다.

반면 같은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측은 "강의를 하지 않을 때는 직원들이 에어컨을 끄고 소등한다"고 말했다. 자신들도 에너지 절약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중앙통제 방식인 학교와 달리 "기본적으로 학원은 (교실마다) 자율적으로 냉방기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덥다고 하면 시원한 환경을 만든다"면서 '자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는 너무 덥다고 하고, 학원은 너무 춥다고 한다. 어디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학생들의 변덕일 뿐일까?

단지 교육적 이유 때문?...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난방 가동 중단" 87.1%

찜통더위에도 학교에서 냉방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까닭은 '절전'이라는 교육용 이유 외에도 '비싼 전기료'라는 경제적 이유가 숨어있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교육용 전기료는 1kWh당 판매단가가 108.8원으로, 92.8원인 산업용보다 16원 정도 비싸다. 2009년 6.9% 인상 이후, 2010년 5.9%, 2011년 8월 6.3%, 12월 4.5%, 2012년 8월 3.0%, 2013년 1월 3.5% 인상됐다. 5년간 인상률이 30.1%에 달한다.

전체 학교운영비 중 공공요금 예산이 10~20% 사이인데, 공공요금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월 15일부터 30일간 전국 초·중·고등학교 1058곳을 조사한 결과, 공공요금에서 전기료 비율이 50% 이상인 학교가 전체의 67.5%(60% 이상, 44.5%)에 달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공공요금을 '전기료'라고 답한 학교는 96.7%를 차지했다.

응답 학교 중 95.6%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학교 운영에 부담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냉난방 가동을 중단한다는 학교가 87.9%나 되고, 여타 학교운영비(교육비 등) 예산을 축소한다는 학교가 72.2%에 달했다.

현재 교육용 전기료를 산업용보다 낮추는 법안이 지난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돼 계류 중이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학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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